2014년 12월 9일

- 오래된 일기를 읽고

by 시코밀

병원에 계신 아빠의 병실에 자주 가보지도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더니 급기야 아빠는 꿈속에 나타나셔서 '괜찮다, 나 빨리 안 간다.' 하신다. 꿈속에서 만큼은 팔다리에 마비도 없으시고 말씀도 또렷하게 너무나 잘하시는 아빠. 그런 아빠에게 가지 말라고 울며 불며 나는 목이 터져라 대성통곡을 했다. 아빠는 쟤가 밥을 먹는 데 갑자기 웬일이냐 싶은 표정이시다. 꿈속에서 울다가 내 울음에 못 이겨 결국 나도 깨고 남편도 깨우고 만다. -2014.12.9


내가 쓴 일기를 읽고 내가 눈물이 난다. 꿈속에서 어쩌면 그리 아빠는 거짓말처럼 건강하신 모습일까. 갑자기 우리의 인생도 거짓말은 아닐까 싶은 생각에 서러워진다. 아빠가 침대 위에 영영 누워버리신 그때 이후로 내 서러운 마음은 여전히 같은데 아빠의 시간만큼은 여전히 멈추어 있다.


회사에서 개념 없는 상사와 꼰대 같은 과장님들 때문에 화가 나고 지쳐서 집에 오면 설거지를 하다가 내가 가정부 같은 생각에 남편에게 짜증이 나고, 이런 게 갱년기 우울증인가 싶어 더 우울하다가도 생각해본다.

여전히 아프시지만 아빠가 계시고 아빠를 돌보시는 엄마가 계시고 내 짜증을 받아줄 남편이 있다고. 우리 모두 조금씩 늙어가고 있을지언정 우리 곁에 '우리'가 서로 있어주는 한 희망은 있는 거니까. 희망이 있는 한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는 거니까. 여전히 내게 아빠는 계시고 나는 글을 쓸 수 있으니까.

작가의 이전글낯선 이의 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