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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콩 Apr 30. 2020

독서모임_책으로 가는 달

결혼했지만 나 혼자 사는 이야기

 코로나로 인해 두 달간 독서 모임을 할 수 없었다.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광주 서구 상록도서관에서 지원받은 토론도서도 배부해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수도 없었다. 결국 모이기로 결정했다.

거의 세 달 만에 만났지만, 마치 지난달에 만나고 헤어진 듯한 느낌이다. 작년 5월에 결성해서 아직 모임을 시작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독서모임. 서로 다른 직장, 다른 연령의 사람들이 오직 독서라는 접점 하나로 모인 6명 정원의 소규모 모임이다. 모임의 이름은 책으로 가는 달. 세상에! 오랜만에 만났는데 어쩜 이렇게 반가운지!


 처음 모임을 시작할 때 막막했었던 기억이 난다. 인터넷에 정보는 많은데 의외로 어떻게 독서동아리를 꾸려나가야 할지 정확한 방향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리더로서 무엇인가를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독서모임의 진행 순서, 보고서 작성, 모임 장소와 도서 선정까지 어려운 일 투성이었다. 하지만 일단 회원들을 만나고 나니 그냥 물 흘러가듯 일이 풀렸다. 워낙에 열정적인 회원분들과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따라와 주는 회원들의 조합은 생각보다 말랑말랑하고도 탱글탱글했다. 어떤 회원은 집과 직장을 오가며 단조로운 일상에서 한 달에 한번 독서를 주제로 모이는 일은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라고 했다.  


 대단한 토론이나 토의라기보다는 책 이야기 조금, 사는 이야기 조금, 다시 책 이야기 조금 하다 보면 어느새 자리를 마감해야 할 시간이 된다. 직장인들의 모임이라서 7시 반에 시작해서 10시에는 끝내야 다음날 또 출근도 하고 일도 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뭔가 책보다는 만나지 못했던 근황 이야기를 사실 더 많이 한 것 같다. 그럼에도 독서모임을 하고 나면 어떤 에너지를 얻는 기분이 든다. 다른 사람은 책을 이렇게 읽는구나, 이런 책도 읽는구나 하고 느끼다 보면 자극도 받고 모임에서 추천받은 책을 따로 찾아 읽기도 하게 된다. 혼자서 도서관에서 넓은 서가를 여행하며 읽을 책을 발견해 내는 것도 커다란 즐거움이다. 함께 다음 달에 읽을 책을 고르고, 누군가에 추천받은 책이 생각보다 재미있거나 마음에 들게 되면 그 기쁨도 만만치 않게 큰 즐거움이다. 확실히 혼자서 책을 읽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것이 독서모임의 묘미이다.


 또한, 혹시 내가 추천해준 책을 다른 누군가가 '그 책 읽어봤는데, 정말 좋았어요.'라고 말해주기라도 하면 신이 나서 어깨춤을 추고 싶어 진다. 나 역시 다른 누군가가 추천해준 책을 읽기 전에는 그 말을 누군가에게 갚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독서법에 대한 책을 읽을 때마다 독서모임을 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나도 한때는 굳이 왜 독서모임을 하라는 것일까 의구심을 가진 적이 있었다.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 피곤하고 부담 가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의외로 세상에는 나 말고도 책을 읽는 사람들 많고, 그들은 생각보다 다양한 책을 읽는다. 오늘도 카페의 마감시간에 쫓기듯 모임을 끝내고 나와 다음 모임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아쉬운 만큼 다음 달 우리는 또 즐겁게 만날 것이다. (코로나가 더 심각해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남편은 없지만 오늘 하루도 어떤 일, 누군가들로 채워진 하루, 혼자 지내지만 한가할 틈은 전혀 없다. 떨어져 있는 동안은 각자의 일상에 최대한 충실하고 행복할 것! 남편과 나의 무언의 약속이다. 결혼은 했지만, 오늘도 나는 나 혼자 잠든다. 이병률의 '혼자가 혼자에게'라는 책에서 작가는 '혼자인 나를 탈탈 털어서 쓰다 가는 것'이라고 썼다. '그것은 나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아끼지 않으려는 것, 침대 밑에 모으고 있는 돈 상자를 매일 열어보는 것처럼 뻔하게도 아니고 아무렇게나도 아니고 그래서 당당한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어느 순간이건 언젠가는 혼자가 될 수밖에 없다. 혼자인 시간을 탈탈 털어 쓰고 나면, 혼자가 아닌 시간도 그만큼 풍성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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