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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콩 Aug 14. 2020

휴가 일주일 만에 다시 승선준비

휴가가 있는데 왜 쉬지를 못하니

휴가 일주일 만에 다시 승선준비

- 휴가가 있는데 왜 쉬지를 못하니      

 출산을 한 달 앞두고 남편이 돌아왔다. 8개월만의 휴가를 만끽하기도 전에 남편은 회사로부터 또다시 부름을 받았다. 승선할 일항사가 부족하기에 한 달만 쉬고 승선해 달라는 것이었다. 휴가 나온 지 딱 일주일째였다. 인사팀 직원의 간곡한 부탁에 남편은 고민에 빠졌다. 부탁받은 날짜는 출산예정일 일주일 뒤였다. 게다가 2주로 예정된 산후조리원 기간도 미처 채우지 못한 날짜이었다.


 솔직히 출산 직후 짧은 시간 남편이 한두 달 짧은 시간이나마 함께 육아에 참여하는 것만 바라보고 임신 기간을 홀로 버텨왔는데 그마저도 나는 쉽지가 않다니. 가뜩이나 부정기선을 타서 임신해 있는 8개월 동안 남편의 얼굴 한번 보지도 못했는데(물론 정기선을 탔어도 코로나 때문에 남편 얼굴은 못 봤겠지만) 출산휴가까지 반납이라니 너무하다.      

 남편도 심란하기는 마찬가지. 하선한 지 일주일 만에 승선하라는 전화를 받고나면 이미 휴가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마음이 벌써 편하지가 않은 것이다. 이른 승선에 서운한 마음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남편이 편하게 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한두 항차만 하고 다시 2개월 휴가를 받기로 단단히 회사에 다짐을 받았지만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뱃사람의 인생이다.  화낸다고 달라지는 건 없고, 오죽하면 출산휴가에 들어간 사람에게까지 무리하게 부탁하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안 그래도 모자란 남편의 머리숱이 더욱 스산하게 흩어졌다.     

결론이 났다면 이제는 대비해야 할 때이다. 안 그래도 짧고 소중한 휴가는 더 짧아졌다.(휴가는 원래 아무리 길어도 짧고 소중하다) 남은 시간 더욱 알차고 즐겁게 보내야할 이유가 생겼다. 임박한 출산준비와, 양가의 편찮으신 부모님들을 돌보고 승선준비까지 하기에 한 달은 턱없이 모자란 시간이지만, 모자라기에 더욱 가치 있게 쓸 수 있는 시간이다.      

출산 직전 한 달 동안 우리 부부 정말 바쁘게 보냈다. 틈틈이 교외로 나가서 바람도 쐬고 운동을 하기도 했고, 맛집을 찾아가서 식사도 했다. 남편은 나중에 내가 혼자 있을 일을 대비해서 집안의 곳곳을 손보거나 청소했다. 끊임없이 육아용품을 쇼핑했지만 사야 하는 물건은 계속해서 생겼다. 출산 예정일이 성큼 다가왔고 결국 예정일 저녁 유도분만 예약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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