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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콩 Nov 25. 2020

내 어깨 위의 가족(feat. 사이코지만 괜찮아)

독박육아의 무게란

 고관절 기형으로 인한 비구순 파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정형외과에 방문한 날은 유난히 온몸이 아프고 뻐근한 날이었다. 더 이상 무리해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치료라고 했다.


 자세한 검사와 치료는 대학병원으로 가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기분이란. 이제는 진짜 운동은커녕 스트레칭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몸이 되었다. 양반다리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몸뚱이지만 아직 내가 책임져야 할 가족이 너무 많다는 생각에 잠시 침울해졌다. 양가에는 간병과 보살핌이 필요하신 분들이 계시고, 남편은 그렇다 쳐도, 고양이 두 마리에 이제 갓 백일이 넘은 아기까지.

 아기는 한참 뒤집기를 시작해서 아기침대를 치우고 바닥으로 내려온 지 얼마 안 되었다. 아기와 함께 바닥을 기어 다니다 보니 재작년부터 아프던 고관절의 통증이 더욱 심해져 병원을 다녀온 것이다. 무릎을 꿇고 아기 기저귀를 가는데 아기는 계속 뒤집는다. 참을참을참을인. 아기가 말귀를 알아먹는다면 소리라도 빽 지르고 싶다. 자세가 불편할수록 몸도 무겁고 아기는 더 무겁다.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도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인생이 버거운 사람이 나온다. 청년 강태이다.

강태는 가족 따위는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형 하나만으로도 벅차다고 소리친다. 이 장면에서 나는 공감했다. 그래. 가족이 어깨를 무겁게 하지. 그래, 가족이 주는 상처도 만만치가 않아. 맞아 맞아. 

하지만 이 드라마는 가족의 존재와 의미를 부정하는 드라마가 아니라 힐링 가족 드라마이다. 강태는 가족이란 어깨를 짓누르는 존재가 아니라 곁에 있어줄 사람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이라고 하며 이내 고문영을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아기를 재우고 틈나는 대로 드라마를 보다가 이 대사를 고 문득 무겁기만 했던 어깨가 가벼워졌다. 내 어깨에 짊어지려고만 생각했던 내 소중한 가족들은 사실은 내 옆에 있어주는 사람들이었다.


잠든 아기와 고양이들, 머나먼 태평양 어딘가 위에서 항해하며 오늘도 고생하고 있을 남편, 조용한 밤을 보내고 계실 시부모님과, 병실에서 불편한 잠을 청하고 있을 엄마와 아빠. 어떤 밤을 보내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도 정신없었을 언니들과 남동생. 내 가족들.

지금은 곁에 없지만, 항상 곁에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밤이 있었다.

육우육묘를 동시에 해결 중!

몸은 점점 고장 나기 시작하고, 아기가 자랄수록 버겁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아기가 자라는 만큼 내 옆자리는 점점 더 채워질 것이고 아기는 스스로 움직이는 방법을 터득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나약한 존재들이지만 약하기 때문에 함께 살아간다고. 어깨 위의 가족들을  살이 도톰히 붙은 내 옆구리로 살포시 내려놔도 되지 않을까.


수술이든 재활이든 부지런히 해서 내 곁의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닌데 우울할 필요가 있나. 오늘도 독박 육아 장인으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꼭 그렇게들 엄마랑 붙어 있어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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