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 달에 한번 독서모임이 있는 날. 내가 주최하는 모임이라 아기를 낳고 나서도 계속 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지난 몇 달간 모임을 쉬거나 비대면으로 만나는 중이지만 이번 달에는 대면모임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제 갓 백일이 된 아기를 배려해줘서 모임 장소는 우리 동네 카페로 결정!
하지만 우리 동네 카페는 저녁 9시 반까지 밖에 운영하지 않는다. 평소 모이면 빨라도 10시 늦으면 11시까지 열띤 토론을 하는 회원들이기에 장소를 바꿔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그렇지만 아기도 있고 해서 회원들의 동의 아래 짧고 굵게 독서모임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육아로 공사가 다망해서 책을 모임 당일까지도 못 읽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래서 부랴부랴 책을 펼쳤다. 아기님은 아기침대에서 모빌보고 고양이는 무릎에!! 읽는다! 책! 오늘의 토론도서는 더 해빙! 하지만 아기는 오늘따라 울고 보채고 고양이도 오늘따라 방해한다. 독서를 시작할 때는 모임까지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두 귀요미들의 방해로 인해 모임 30분 전 간신히 독서를 마칠 수 있었다. 유튜브로 다양한 관점의 리뷰로 다시 한 번 내용을 점검하고 모임장소로 출발했다.
지난 2개월간 zoom으로 온라인 모임을 가져왔고 만나는 건 오랜만이라 무척 반가웠다. 모임 내내 아기는 유모차에서 잠들어 있거나 회원님들에게 차례로 안기며 인기(?)를 만끽했다. 매너가 좋은 우리 회원님들은 아기를 귀찮아하지도 않고 손을 부지런히 씻고 소독하시면서 아기를 봐주셨다.
토론도서 더해빙은 부자가 되는 운에 대한 책이다. 다소 찬반의 의견이 갈릴 수 있는 내용인데 오늘은 특히나 더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개인적으로 회원들의 서로 다른 의견을 듣는 과정이 무척 즐거웠다. 책을 혼자서 읽고 끝내버린다면 전혀 알 수 없었던,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독서모임 활동의 가장 큰 장점이다.
게다가 모임 자체의 변화도 있다. 처음모임을시작한 작년에는책에대한이야기만했었다. 하지만 요즘은회원들스스로독서후에저자의 SNS나저자의다른저서를찾아와서회원들과함께공유하고있다. 누가 가르쳐주지않아도회원들스스로확장된독서를하는모습을보니뿌듯하다.
아기의 협조 아래 이번 달에도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 함께 한 모임이 무사히 끝났다. 이번 달부터는 독서모임 기록노트를 만들어서 각자 한마디씩 모임과 책에 대한 의견을 한마디씩 기록하기로 했다. 애초에 단기로 진행할 생각이어서 활동일지만 간단히 적었는데 모임을 당분간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회원들 모두 어렵고 귀한 시간 내서 오는데 뭐라도 남으면 좋을 것 같아서 노트 한권을 마련해서 한 마디씩 소감을 쓰라고 했더니 또 잘 써주는 우리 회원님들.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매번 독서모임이 끝나면 새로운 독서자극을 받는다. 다음 모임에는 더 좋은 책을 읽고 회원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도 들고, 회원들이 어떤 재미난 책을 들고 올지 기대도 된다. 매달 한권씩 토론도서를 정해놓지만, 따로 읽었던 책이나 읽고 싶은 책을 가져오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