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어디에나 있다.
가끔 색다른 책을 만난다.
카페나 식당에 무심하게 꽂혀있는 책에
친구 집이나 친척 집에 방문했을 때 책장에 먼저 눈이 간다. 내가 읽었던 책을 발견했을 때의 즐거움. 읽고 싶었거나 들어본 적 있는 제목을 발견하면 빌려갈까 싶은 생각도 든다.
메모와 밑줄이 가득한 언니의 식탁위에서 만난 책 언니가 그어놓은 밑줄과 메모들.
한동안 서점가 베스트셀러 코너를 장식했던 책이라 알고는 있었지만 읽어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언니의 식탁에서 만나서 떠들어보니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전남대 떡볶이 집에서 만난 책 맥주에 대한 맛있는 일상과 감각적인 일러스트가 인상적이었다.
일 년에 쏟아져 나오는 책이 몇십만 권이 넘는다는데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의 예상치 못한 책과 만나는 일은 즐겁다.
사람과 옷깃과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손끝을 스치는 책과는 얼마나 인연이 많은가.
책장을 보면 사장님이 읽으려고 산 책인지 어디서 얻어온 책들인지 대충 가늠할 수 있다.
이 분식집 사장님은 창업과 식당 경제에 관심이 많으시다는 모를 수 없는 구성이다.
당진의 버스터미널 앞 미용실에서 발견한 동화책 남편이 머리 자르는 동안 미용실에서 읽어 내린 짧은 동화책. 등대지기 아빠를 둔 아이의 마음을 진솔하게 풀어쓴 이야기였다.
게다가 숱이 적어 항상 고민스러운 남편의 머리도 예쁘게 잘라주셨던 당진의 장인!
그동안 숱하게 지나쳐온 책들도 생각난다. 우연히 남편 배에 동승했을 때 노조에서 올려 보내 주었던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며 한강의 흰. 요가교실에서 만난 지역 시인들의 시집.
루이스 라무르는 세상에 가치 없는 책은 없다고 했다. 그의 책 소설가의 공부를 요즘 읽고 있는데 주제는 떠돌이 방랑의 생활 도중 우연히 손에 넣은 책을 얼마나 맛있게 읽는지 모른다. 이 책은 전체가 이런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새로움으로 만들어가는 독서 생활이 즐겁다.
우연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나 맛집 투어에서의 기쁨뿐만이 아니다.
책을 만나는 것.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