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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콩 Mar 31. 2021

[육아에세이]아기를 바르게 키우려면?

신발을 걸어두면 아기가 바르게 자란다고요?

 아기가 태어나고 6개월쯤 되었을까 언니가 아기신발 하나를 들고 왔다. 붉은색 한지로 만든 앙증맞은 꼬마 신은 대나무로 만든 장식 특위에 얹어져 있었다. 선반에 세울 수도 있고 벽에 걸 수도 있게 만들어진 장식이었다. 언니의 직장 상사인 부장님에게 받았다고 했다. 회사에서 얼마나 조카 사진을 보여주고 자랑했는지 부장님이 다른 직원의 아기 선물을 사다가 언니의 조카 선물까지 함께 챙겨 주신 것이다. 함께 일하는 직원의 아기도 아니고 조카의 선물을 챙겨주시다니 마음 씀씀이에 감사하기도 하고 언니의 열렬한 조카 사랑이 낯간지럽기도 했다. 언니의 부장님은 아기 신발을 벽에 걸어 놓으면 아기가 바르게 자란다는 이야기도 선물에 얹어서 보내셨다.

아기 신발 장식을 벽에 걸어 놓으면 아기가 바르게 자란다고요?


 그런 이야기는 금시초문이었다. 반신반의하면서도 일단 좋은 의미가 담긴 아기신 장식을 주방 벽에 걸었다. 어둡고 밋밋하던 주방의 벽이 환해졌다. 두어 달 정도의 전 일이다.

빨간색 꼬까신 장식은 우리 집 거실과 주방 어디에서든 보인다. 주방 식탁은 물론이거니와 거실에 앉아서도 보인다. 소담하게 걸려있는 아기신 장식을 볼 때마다 선물과 함께 왔던 선물의 의미가 떠오른다. 아기신발을 걸어 놓는다고 아이가 바르게 자라는 건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말인지 검색도 해보았지만 그에 대한 마땅한 정보를 찾을 수는 없었다. 다만 한지로 만든 아기신발을 대나무 채반에 올려서 파는 장식이 상당히 다양하게 팔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기신발이 눈에 걸릴 때마다 의문은 꼬리를 물었지만 마땅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아기를 바르게 키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돈을 벌기 위해 일 년의 대부분은 배를 타는 아빠와, 제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철부지 엄마 아래에서 우리 아기는 바르고 예쁘게 자랄 수 있을까. 슬그머니 걱정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저 꼬마 신이 우리 아기가 바르게 자랄 수 있는 부적이 되는 것일까.

아기 신발의 의미에 대한 의문은 엉뚱한 방향에서 풀렸다. 설을 맞이 해 언니와 함께 떡국을 끓이려던 참이었다.

"고기를 얼마나 때려 넣은 거야? "

"마늘을 좀 더 때려 넣어봐"

주방에서 부산하게 음식을 하던 차에 언니가 등을 철썩 때린다.

" 뭘 자꾸 때려서 넣는다는 거야? 애기 엄마가 말 좀 예쁘게 좀 해."

그러게 나는 자꾸 뭘 때려서 넣고 싶었던 것일까. 재료를 넉넉히? 팍팍? 넣자는 말을 나도 모르게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나중에 집에 와서 때려 넣는다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사람이 사물을) 일정한 장소에 마구 집어넣다는 뜻이 나온다. 일단 속어는 아니지만 점잖은 느낌의 말도 아니다.


이 뿐 아니라 평소에 나도 모르게 사용해 온 거친 말이 얼마나 많을까. 이제 옹알이를 시작한 우리 아기가 엄마의 점잖지 못한 말을 들으며 자랄 것이라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말하는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힘들 것이다. 조금씩 고쳐나가야 한다.

 아이 앞에서는 냉수도 함부로 마시면 안 된다는 옛말이 있다. 이제 팔 개월이 갓 지난 아기는 요즘 부쩍 엄마가 하는 모든 행동에 관심을 가진다. 아이의 온 세상에는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전부이다. 아이를 바르게 키우고 싶다면 아이를 키우는 어른들이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문득 벽에 걸린 꼬마 신이 보인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벽에 걸어 놓은 꼬마 신은 부모가 얼마나 바르게 살고 있는지 물어보는 표지판이다.

 인생을 바르다 그르다 하는 잣대는 말과 행동 하나로 규정지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 아이에게 부끄러운 삶을 살아서는 안된다고 오늘도 식탁 위에 앙증맞은 꼬마신은 이야기한다. 아기신을 집에 걸어 놓으면 아이가 바르게 큰다는 말은 아마도 부모에게 매일 매일 스스로를 돌아보라는 메시지는 아닐까.

 지금은 내 옆에서 새근새근 잘도 자는 우리 아기가 부디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기를 바라본다. 멋진 선물을 주신  부장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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