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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콩 May 28. 2021

[육아 에세이]바닥청소

똥 밟은 날


 며칠 전 집으로 손님이 오기로 해 부지런히 집 청소를 한 일이 있었다. 곧 돌쟁이가 되는 갓난아이를 씻기고 먹이는 틈틈이 부지런히 집안을 쓸고 닦았다. 거실을 청소를 하다 보니 어느새 안방과 작은 방들까지도 쓸고 닦게 되었다. 내친김에 욕실도 정리하다 화장실 문 앞의 발매트 위에 아기 똥이 조금 묻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청소를  시작하기 전 대변을 본 아기 엉덩이를 씻겨주었던 것이 생각났다. 그때 떨어져 나온 똥 조각이 분명했다. 발매트를 세탁기에 넣고 다시 청소를 했다.      

 

 청소를 거의 끝내려는 참에 나서 아기가 두 번째 대변을 보았다.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다시 아기를 안아 들어 욕실로 향했다. 바쁘게 아기 엉덩이를 닦고 로션을 발라주려고 자리에 앉다가 문득 내 발바닥에 시선이 갔다. 그런데 발바닥 아래에 엄지손톱만 한 아기 똥이 묻어있는 것이 아닌가! 아기 옷도 입히다 말고 급하게 욕실로 가서 발을 씻었다.      

 

 하필이면 청소를 너무 열심히 했다. 심지어 아기 이불에도 들어갔다 나왔다. 평소에는 청소도 대충 하면서 오늘따라 열심히 청소한 것이 퍽 허탈해졌다. 언제 똥을 밟았는지도 그 발바닥을 하고 어디서 어디까지 다녔는지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결국 온 집안에 다시 걸레질을 하고 소란을 피웠다. 영문을 모르는 아기는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우리집 똥쟁이 아들들ㅎㅎ

 

 매사에 덤벙대는 성격이라 어릴 때부터 어머니에게 잔소리를 얻어듣곤 한다. 하지만 독박 육아로 인해 체력과 시간이 항상 모자라는 요즘 사소한 한 번의 실수가 무척 아쉽다. 게다가 매사 아기를 청결한 환경에서 키워야 할 아기 엄마가 발바닥에 똥이나 묻히고 다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혼자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바닥으로 쿵하고 떨어지곤 한다. 가끔은 아기도 밉고, 가장 가까운 친구나 가족들이 미워질 때도 있다. 어제는 멀리 있는 남편에게 잔뜩 화를 내기도 했다. 문득 내 발바닥 아래에 똥이나 달고 다니면서 잘난 척을 하거나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 발바닥 아래는 언제나 깨끗하다고 믿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조금만 고개를 내려 아래를 들여다보면 똥까지는 아니어도 항상 깨끗하지만은 않은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생각해보니 내 몸에는 발바닥 말고도 여러 바닥이 있다. 손바닥, 낯바닥, 그리고 마음의 바닥까지. 바닥을 들여다보는 것은 가끔은 부끄럽기도 하고, 번거롭기도 하다. 그러나 모든 일은 항상 내가 딛고 있는 이 바닥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 부디 마음 깊은 곳의 바닥까지도 자주 들여다보고 씻어주어야 할 일이다.     




저희 집 호식탐탐 고양이들도 보고 가셔요!
똥은 내가 밟았는데 왜 당신 표정이 구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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