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밟고 선 나무는
흙이 너무 우스운 것이다.
자신이 흙에 뿌리 내린 것도 모른 채
흙을 비웃은 것이다.
나무를 세운 흙은
나무가 너무 대견한 것이다.
자신이 나무를 세운 것도 모른 채
나무를 사랑하는 것이다.
나무는 어느 날 깨달을 것이다.
흙 밖으로, 뿌리를 내딛었을 때 깨달을 것이다.
나무는 곧바로 넘어질 것이다.
땅에 꼬꾸라질 것이다.
꼬꾸라진 나무는 흙이 될 것이다.
흙이 되어 어린 나무를 품을 것이다.
어린 나무가 내리는 뿌리의 고통으로
몸서리칠 것이다.
그때면 흙은 흙을 이해할 것이다.
어린 나무는 흙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흙은 어린 나무를 이해할 것이다.
어린 나무는 뿌리를 더욱, 깊숙이 내리다가
커다란 나무가 되고
흙 위로 철퍼덕, 쓰러질 것이다.
흙은 나무를 품을 것이다.
모든 것이 흙이 되고
흙이 모든 것이 되면
그제야 알 것이다.
흙을 알 것이다.
<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