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범
탄핵 피의자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 단상
삼성동 민가 검은 철문을 나서는 박 전 대통령의 머리는 예상대로 올림머리로 장식하고
아주 잠깐 화장한 낯을 태극기 보수집단에 슬쩍 뿌리고서 대기한 검은 차량에 탑승해
쏜살같이 골목을 벗어나자마자 테헤란로를 거침없이 질주하여 서울지검에 도착했다.
화강석 몇 계단을 올라 오직 민간인 그만을 위해 미리 준비한 포토존에서 잠깐 몇 마디
8초가량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고
웅성거리더니 청사 안으로 스스로 사라졌다.ᅠᅠᅠᅠ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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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사 나들이를 가듯 그는 새벽부터 일어나 세수하고 한참이나
한 번에 수십만 원, 한 달 출장비 포함 수천만 원 하는 수고를
당당하게 여왕처럼 했나 보다.
그는 삼성동 주택이 청와대를 옮겨 놓은 듯 잘린 말과 손짓
몇 마디의 웅성거림으로 빳빳한 위세와 권위로 아랫것들을 주물럭거리며
절제된 종의 일사불란한 행동거지에 다소나마 위안받으며
그렇게 이 첫새벽을 소진하고서야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르는 듯 새 단장을 받고서야 거침없이
그리도 우아하게 백화점 쇼핑 나들이 가듯
이 빠진 세월을 까맣게 잊고 조악하게 얼굴을 디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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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의 죽은 자에 대한 양심은 무엇인가.
지도자의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가.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 부질없이 사 년을 보냈던들
그의 안중에는 미안함이나 슬픔이나 아픔에 대한
인간으로서 최소한 지녀야 하는 삶에 대한 예의는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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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철저하게 짓밟은 악마의 세월
악의 꽃을 보노라니
저 바닷속 참살당한 어린 숨꽃들
봄인데 봄을 잊고 시퍼렇게 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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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3.21.
조성범ᅠᅠᅠ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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