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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야 할 슬픔

조성범

by 조성범

살아야 할 슬픔

슬퍼할 수 있으니 살아있는 것입니까?
눈물이 아직 남아있어 숨을 쉬는지
하늘하늘 높디높게
눈망울을 글썽이는 가을,
콧마루에 올라탄 바람 방울방울
시큰거립니다.
먼바다를 건너 강과 내, 뫼에 오시느라,
벅찹니다.
홀로 핀 존재는 이미 함께입니다.
솔바람 솔잎을 떨구며
산을 불러 골짜기에 산소의 보따리 펼쳐요.
우듬지는 외롭게 땅을 올리고
낮게 꽃대궁 뿌립니다.
산 가지 흔들리며 솔바람 씻겨
도회로 컴컴한 밤중을 닦아
강산을 부어요.
바람에 닳은 골짜기에 천둥을 끌어안은
눈물이 흐르는 까닭은 무엇인지요

2014.8.15.
조성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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