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무봉 옛글

꽃향기 풀어 누굴 홀리나

조성범

by 조성범

하늘을 여물려 한여름 부둥켜안고 가을로 뛰어들었소

땅의 단내를 다 뱉어내려 논바닥을 둘러엎고 천둥번개 낚었나

센바람 허공을 틀어쥐려 나무뿌리 후려쳐서 어디다가 둘소냐

강물 씻기려 산 그림자 달빛을 빌어 산마루 훑었는고

바람 캐려 골짜기, 수면 위를 그리도 낮게 헤맸는고

색에 취해 잠든 가을밤을 뛰쳐나와 꽃향기 풀어 누굴 홀리나

누렇게 피어오른 황금빛 알곡을 알알이 거두려 빈농의 허리를 꺾을쏘냐

날이 차고 달이 기울면 햇빛도 묽어지고 보름달도 제 살을 파내거늘


2013.9.7.

조성범


*가을은 농민의 자식에겐 애비의 굽은 등만큼 맘도 꺾기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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