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18
경비 출퇴근 하며 4호선 지하철을 13분 타고 2호선 환승하여 8분 동안의 지하철 시간은 나에게 금과옥조 같은 귀한 보배였다. 첨 시작은 조선 시는 책상머리에서 글자 놀이 하는 게 아니라 떠돌며 세상과 자연의 속내를 가감 없이 뱉는 것이라 봐서 지하철과 버스를 타며 짧은 시간에 읊조렸다. 글을 위한 짜 맞춤도 귀한 글이 나오겠지만 그때 그 자리에서 보이고 떠오르는 단상을 단지 그 시간의 물줄기에 붓고 싶었다. 처음에는 붐비는 지하철에서 글을 쓰는 게 만만치 않았다. 짧게 쓰다가 삼 개월이 지나고부터는 인파에 흔들리든 말든 고도로 집중하여 세상만사 표정들을 담을 수 있었다. 제주 얼벗은 음유시인이라 댓글을 달았지만 뭐 의역하면 떠돌이 글쟁이, 낭인 글 작가쯤 되니 괜찮다. 지금도 글을 쓰다가 환승하려 가면서도 미친 듯이 이 시간의 담대함을 즐긴다. 지금이 끝인 길처럼.
떠돌며 세상을 그대로 담으리오
산과 강 자연이 얼마나 위대한지
움직이는 사람이 얼마나 성스러운지
참살이 생로병사의 빛을 저으리라
2015.2.13.
조성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