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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새벽을 걸어

조성범

by 조성범


산책길


녹색물결이 그윽합니다.


새벽을 들어내는


연녹색 이파리의 흔들림은


상큼한 새벽 향과 어우러져


눈인사하기 바쁩니다.




깊은 가뭄에 물길이 멀어


마실 물을 길어 올리느라


땅 밑에서 아우성을 치는데도


첫새벽에 만나는 생명에게


반갑게 인사합니다.




대낮의 뜨거운 빛에 눌려버릴 텐데


한껏 고요한 아침을 즐겨요.


흔들흔들 거리는 잎새를 따라 걸으면




어느덧 냇가의 물소리가


하얀 거품으로


눈인사하기 바쁘지요.


탄천 물길을 다리 위에서


조근조근 바라보노라면


왜 그리 말을 시키는지


대답하느라 진땀을 흘리지요.


매번 저에게 하는 말이




물은 물이니 물처럼 자유롭게 살아라.




물에게 물어 물길을 따라 한강으로


곧장 달려가요.


왜 그리 빨리 달리는지


물살을 쫒아 가노라면


등줄기에 땀이 한줌이 되어 흘러요.




야호 이제 한강이다.


숯내 물은 빠르게 한강의 품에


물을 물이 되어


자신의 물을 더 큰 자유의 물결에 불사릅니다.




힘들게 달려와 좀 쉬고 싶을 듯도 한데


이내 자신을 낮추고 큰 물살에


아낌없이 자신을 던져버리는


물길의 여정은 한강에서 잠깐 수인사하고


, 장도에 올라요.




넓은 바다로 잘 가거라.






2012.06.26.화


조성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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