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침묵

사랑은 이어라 / 조성범

by 조성범

사랑한다는 것은 존재의 곳간을 덜어내는

무릎을 낮추는 마음이어라


사랑은 나를 통하되 이미

소아를 넘어선 영적 자유이어라


사랑은 검불에 불이 붙어 빠르게

스스로를 태우고 빛이 되는 것이어라


사랑이 생로병사의 어느 쯤에 와 있는지는

사랑이 다 타버리고

어둔 재가 허공과 하나 될 때이어라


사랑은 간절함으로 왔다

무심하게 떠나가는 것이어라


사랑이 흔들릴수록 나의 사랑의 불꽃은

깊은 옹달샘을 찾는 것이어라


사랑은 풀수록 마르지 않고

잠글수록 메말라 가는 것이어라


사랑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영혼의 저울이어라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양심의 곳간은

넉넉해지고 빚은 빛으로 태어나니라


사랑은 무게가 없지만 향기의 깊이는

우주만큼 넓고 광대하여라


사랑 없이 살 수 있는 생명은

삶 자체가 위선으로 얼룩진 거짓이어라


사랑이 한 뼘 두 뼘 자랄수록 영혼은

빛과 어둠 사이를 정직하게 비추느니라


사랑은 생명의 시작이고 끝이어라

영혼의 마중물을 마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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