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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석 Sep 01. 2016

빌리 브란트를 생각하며...

"Forum Willy Brandt Berlin"

[페북에 쓴 글...]

나는 전후 독일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과 사건을 들라고 하면, 당연히 빌리 브란트와 동방정책을 꼽는다.

70년대 빌리 브란트와 사민당은 정치외교적으로도 동서독 통일의 발판을 놓았지만, 산업계와 경제경영의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토대를 놓았다. 경제민주화와 경영민주화의 초석을 놓았기 때문이다.

사실상 노동시간을 줄이고, 노동자들의 경영참여를 법제화함으로써 "노동의 인간화"(Humanisierung der Arbeit)를 추구했다.  

나아가 조직의 피라미드형 계급구조를 수평구조로 전환하도록 만들었다. 지배와 통제의 억압적 질서를 역할과 책임의 자율적 질서로 바꾸었다는 말이다.

독일의 사민당 시절 어떻게 해서 그렇게 했는지 차차 설명할 예정이다.


여름휴가 중 베를린을 다녀왔다. 잠시 짬을 내어 빌리 브란트 재단이 있는 "Forum Willy Brandt Berlin"(Unter den Linden 62-68, 10117 Berlin)에 들렀다. 빌리 브란트가 추구했던 독일을 보고 싶어서였다. 그곳에서 두 권의 책을 샀다. 빌리 브란트 자서전과 그의 오랜 보좌관인 에곤 바(Egon Bahr)가 쓴 회고록이다. 



시간 나는 대로 두 권을 읽으려고 했으나, 읽는 속도가 느려서 나 자신이 답답해졌다. 느린 것도 문제지만 앞에서 읽은 게 뒷 장에 가면 기억나지 않는다(나도 어렸을 땐 총명하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이젠 완전히 맛이 간 것 같다. 엊그제는 아내에게 '선풍기'를 말하려고 했는데 도무지 선풍기가 생각나지 않고 오히려 냉장고, 세탁기만 생각나는 것이었다. 세상에, 그 답답함을 젊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한국말도 그 지경이니 독일어는 말하면 뭐하겠는가? 언어라는 게 자꾸 써야 하는데, 점점 반 병신이 되어 가는구나.


답답해서 혹시 번역한 책이 있나 봤더니, 다행스럽게 에곤 바의 회고록은 번역이 돼 있었다. 주문했더니 오늘 도착했다. 브란트의 자서전도 누가 좀 번역해 주면 좋겠다. 나치에 저항했던 브란트가 어떤 독일을 염원했는지 알려면 브란트의 자서전을 읽어야 한다. 번역본 나올 때까지 천천히라도 읽어봐야겠다. 브란트의 정치철학을 이해해야 독일 사민당(SPD)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어떻게 해서 오늘날과 같은 독일의 모습으로 변해왔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진. 독일이 저지른 악행을 한 몸에 안고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인 추모비 앞에서 용서를 구하는 브란트... 냉전시대에 그의 동방정책은 20년 후 동서독 통일의 주춧돌이 되었다.
"가난이 있는 곳에는 평화가 지속될 수 없다." 브란트의 이 말은 진리다. 가난한 곳에는 반드시 갈등과 전쟁이 발생한다. 중동과 아프리카를 보라.
50년대 후반, 베를린 시장 선거에서도 빌리 브란트를 선택한 것이 옳다고 본 모양이다.
"평화가 모든 것은 아니지만, 평화 없이는 아무것도 존재할 수 없다." 브란트의 이 말은 진리다. 전쟁이 있는 곳에는 아무 것도 존재할 수 없다. 평화만이 우리를 존재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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