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동석 Mar 25. 2016

어쭙잖게 승리하려고 했기 때문에 망하는 것이다

민주주의 사상에 보다 더 심취할 필요가 있다

아래는 2016-03-21 페북에 썼던 글이다. 페친 Ignatius Hong님이 질문해 주어서 그에 대한 답변을 댓을 단 것인데, 공유와 기록을 위해 이곳에 옮겨 놓았다.


(페북에 쓴 글) 

어쭙잖게 승리하려고 했기 때문에 망하는 것이다


변화와 혁신은 이념과 사상의 폭발에서 나온다. 변화와 혁신은 다른 것을 누르고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진영은 민주적 이념과 민주주의 사상에 보다 더 심취할 필요가 있다.    

    

Ignatius Hong: 최 박사님, 죄송하지만 유신 시대에 민주주의 사상에 심취할 여지가 얼마나 있었습니까?     


(페북 댓글로 남긴 답변) 

죄송하긴요... 질문은 좋은 것이죠. 우리는 엄밀히 말하면 민주주의에 대해 제대로 학습한 적이 없습니다. 선거를 하면 민주주의 사회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을 뿐이지요. 그래서 직접선거에 목을 맸던 것이죠.(1987년) 그 후에 뭐 이렇다 할 변화가 없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어요. 역사적으로 우리는 우리 스스로 민주주의를 위해 지배자의 목을 치는 혁명(revolution)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지엽적인 저항이 있었지만 대부분 도루 아미타불이 되었지요. 개혁(reformation)도 우리의 자각된 힘에 의해 스스로 이루어진 적이 없습니다. 거의 다 외세에 눌려 개혁을 했을 뿐이지요. 슬픈 일이지만 그것이 역사적 현실입니다. 우리 한반도에만 그런 것은 아니고, 중국과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이 동아시아의 비극이라고 할 수 있죠. 연구해볼 만한 이슈인데, 제가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경영학 입장에서 이에 대해 책을 쓰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반드시 선거를 통해서만 실현되는 것은 아닙니다. 선거는 여러 수단 중의 하나일 뿐이지요.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 사상이 우리 몸과 마음에 충만하도록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민주주의가 실현됩니다. 많은 시민들이 민주주의 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고 경험도 한 적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명박 박근혜를 찍지요. 학교에서는 거의 붕어빵 교육, 회사에서는 명령 통제, 가정에서는 가부장적 권위주의... 어디서 민주주의를 맛보겠어요. 정치도 폭압적인 명령체제로 움직이고 있고...     


그래서 민주주의에 대해 배운 사람들이 끊임없이 반민주적인 행태에 대해 저항하고 분노해야 합니다. 올바른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일에 힘을 내야 합니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이라도 이곳에 쓰고 있는 겁니다. 나는 정치학자들, 철학자들, 사회과학자들과 같은 이들이 지금보다 더욱 우리 정치현실에 비판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신문 칼럼이나 몇 줄 쓰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논조가 너무 점잖아요. 날카롭고 매서워서 겁을 먹을 정도로 까야 되는데, 두루뭉수리로 쓰고 있으니 제대로 전달이 안 되고 있죠. 배운 사람들이 배운 이유가 이럴 때 써먹으려고 배운 것 아닌가요? 이토록 정치가 개판이 되고 있음에도 왜 가만히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변화와 혁신이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저의 생각은 민주주의 혁명이 일어나기에는 아직 충분히 끓고 있지 않거나 아직은 변곡점에 이르지 못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일부 답답한 분들이 어떻게 승리해보려고 김종인 같은 사람을 끌어들인 모양인데, 크게 잘못한 것입니다. 김종인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가 뭔지 전혀 모르는 사람입니다. 민주주의 사회는 기본적으로 명령통제시스템이 아니라, 각자의 재능을 맘껏 발현할 수 있는 자유로운 대화, 토론, 합의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사회를 말합니다. 그래서 조직장의 리더십이란 반드시 그런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하는 책임을 맡은 것이며 이것이 민주적인 조직운영의 본질입니다. 이렇게 하려고 했던 사람이 문재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어지러워지니까 힘들어서 물러선 것이죠. 힘들 때는 조금 물러서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김종인처럼 조직에 질서를 잡는다고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은 더욱 잘못되어가는 것입니다. 매우 위험한 일이지요. 김종인은 질서를 잡는 것이 리더십이라고 착각하고 심지어 언론들도 그렇게 쓰는 것을 보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자들도 또한 제대로 배우질 못한 경우가 많지요.     


민주주의는 그렇게 하루아침에 달성되는 것이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박근혜를 어떻게 해서라도 물리치면 될 것이라는 생각, 김종인이 하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 이런 생각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잘못된 일을 잘못된 것으로 이겨보려는 것이니까요. 어차피 둘 다 똑같은 사람들이거든요... 아이고, 쓰다 보니 길어졌네요.... 담벼락에다 쓸 걸 그랬나?.. 외출했다 방금 들어와서 옷도 벗지 않은 채 썼습니다. 오타들도 많을 텐데... 잘 해석해 주시길... 편안한 밤 보내세요....^ㄴ^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왜 김종인을 비판하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