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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석 May 03. 2016

독일 인더스트리 4.0이 인사조직에 끼치는 영향

독일 인더스트리 4.0이 인사조직에 끼치는 영향

                              

이 글은 지난 2016년 4월 12일 (사)ICT융합네트워크 월례세미나에서 발표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독일 인더스트리 4.0이 인사조직에 끼치는 영향』(가제)이라는 제목의 작은 책자를 만들어서 독일 사회의 생산성과 창의성은 어디서 오는지 공유하려고 합니다. 



1. 들어가면서 보편적 질문에서 출발해야     


21세기 들어서면서부터 산업에는 혁명적인 물결이 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새로운 현상을 제4차 산업혁명 또는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이라고 부른다. 독일 산업계에서 제조공장이 스마트하게 혁신되고 있는 현상을 인더스트리 4.0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생산방식의 혁명적 변화(인더스트리 4.0)에 의해 일상생활 전반에 미치는 커다란 영향을 일컫는 용어다. 제4차 산업혁명은 단순한 제조공장의 변화를 넘어 ICT융합에 따른 유통 및 교통, 일자리와 노동조합, 건강 및 의료, 인터넷과 에너지, 육아 및 교육, 토목 및 건축 등 산업계와 일상생활 전반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게 할 것이다. 이러한 모든 변화는 독일 산업계가 추진하고 있는 제조공장의 스마트화(소위 스마트 팩토리, smart factory)와 미국의 신생 IT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주로 인공지능에 초점을 맞추어 선정적인 보도를 하는 경향이 있으나, 제4차 산업혁명은 제조공장의 생산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이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생산방식의 혁신적인 변화는 사이버물리시스템(Cyber-Physical System, 이하 CPS로 표기)이 주도하고 있다. CPS은 현실의 물리시스템을 사이버시스템으로 전환시켜서 모의실험을 통해 최적 상태를 추출하여, 사이버시스템의 디지털기술을 현실의 물리시스템에 적용하는 기술이다. 다시 말하면 디지털기술을 활용하여 사이버시스템과 물리시스템을 결합시키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물리시스템이 사이버시스템처럼 움직이도록 하기 때문에 인간의 의도적 명령이나 명시적 개입 없이도 부품들과 기계·설비들이 스스로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품뿐만이 아니라 공장의 기계설비 자체가 하나의 CPS로서 기능하게 된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공장과 지역사회가 커다란 CPS들의 집합체처럼 변모할 것으로 예견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제조공장의 생산성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일상생활에서 생산성과 만족도를 크게 높이게 될 것이다. 이렇게 CPS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가 될수록 그에 비례하여 노동자의 일자리는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기저에 깔린 사상 또는 기본 가정을 이해하지 않으면, 우리는 인더스트리 4.0에 의한 제4차 산업혁명의 파고에 올라탈 수 없다. 제3차 산업혁명까지 이루어진 기계화·컴퓨터화·자동화의 과정은 그 기술 습득은 비교적 쉬운 편이었다. 완성제품이 가시적인 것이어서 원천기술에 기초한 조립공정을 활용하여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었다. 하지만, CPS에 의한 제조공정과 그 서비스화는 모방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제조공정과 그 디자인이 눈에 보이지 않으며 서비스가 스마트화 될 경우 서비스 자체도 체험적일 뿐 비가시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여기서 서비스 측면에서만 본다면, 모든 주체들이 수평적인 네트워크에서의 상호작용을 요구하기 때문에 계급적 상하관계에 익숙한 우리의 습속에는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    

  

나아가 스마트 서비스를 받게 되면, 그런 소프트웨어는 (SAP의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모방하기 어렵듯이) 기술적 모방이 쉽지 않으므로 그것을 그대로 수입해서 쓸 수밖에 없으며, 이는 우리 산업계가 모든 스마트 제품과 스마트 서비스에서 종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생떽쥐베리의 말대로 보편적인 사상과 철학은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무시하게 되고, 겉에 보이는 수단이나 도구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우리 산업의 장래를 위해 위험한 징조다.      


인더스트리 4.0으로 발전해 온 독일의 기저에는 어떤 사상과 철학이 있는지, 다시 말하면 변화를 추동하는 보편적 원리들이 무엇인지 알아야 우리 사회도 이런 변화를 추구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런 기저의 근본적인 변화를 거의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왜, 즉 무엇을 위해 이런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고 개발해야 하는가? 우리는 왜 지금까지 이런 기술과 아이디어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었는가? 이런 근본적인 질문은 중요하다. 그저 모방하는 것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우리 산업계와 정부는, 이런 근본적인 질문에 이르지 못한 채, 제4차 산업혁명 또는 인더스트리 4.0과 관련된 전시회를 따라다니면서 표피적인 기술 베끼기에 관심을 쏟고 있다. 심지어 정부의 보도자료를 훑어보면, 몇 년 안에 몇 조원을 투입하여 스마트 팩토리를 몇 개 만들어내겠다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런 발상은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해악을 끼친다.      


독일에서 추진하는 인더스트리 4.0의 출발점이자 일차적인 목표는 스마트 팩토리로 전환하는 데 있다. 이는 거액의 자금을 투입하거나 기술 모방을 통해 성취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스마트 팩토리와 같은 혁명적인 아이디어는 그런 아이디어를 산출해낼 수 있는 사상과 철학, 교육제도와 문화적 배경, 사회구조와 운영시스템 등이 서로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런 사회적 시스템이 협력하면서 스마트 팩토리와 같은 아이디어를 실현해 낼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제반 조건이 서로 조화롭게 잘 맞물려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은 혁신적인 과학기술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게 되었다.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림 1> 현실인식과 변화를 위한 기본모형


<그림 1>은 현실을 인식하고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질문의 우선순위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여기서 보듯이 매크로 레벨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새로운 혁명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 즉 일반 시민과 나아가 인류의 보편적 요구가 무엇인지 가장 먼저 명확히 해야 한다. 무엇을 위해 창조와 혁신을 해야 하는지 그 사상과 철학을 정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기초가 튼튼히 정립되어야 그 사상과 철학을 실현할 수 있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궁극의 목적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방법론을 선택하거나 만들어내야 한다. 이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보편성을 성취하기 위해 특정한 방법론을 구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보편성에 기초하여 우리에게 부합하는 특수성을 확보해야 한다. 특수성은 항상 보편성 위에서 추구해야 한다.      


어떻게 하기로 방법론이 결정되었다면, 그 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방법론을 실행할 수 있는 여러 수단 또는 도구를 찾아 정비해서 잘 활용해야 한다. 특정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방법론에 부합하도록 수단과 도구들이 개별화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어떤 문제에 부딪히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조사해서 그것을 베끼는 데 익숙하다. 그러니까 단순히 수단과 도구를 가져오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방법론을 익히는 수준에 관심을 기울인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가장 기초가 되는 보편적 질문임에도 그렇다. 방법론과 툴박스(toolbox)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 그것을 가능케 하는 그 기저의 사상이나 시민의 보편적 요구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 그러니 각종 기술전시회에 가서 보고 배운다고 해봐야 거의 다 메조 레벨과 마이크로 레벨뿐이다.   

  

여기에서는 인더스트리 4.0의 메조 또는 마이크로 레벨이 아니라 가급적 매크로 레벨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인사조직 측면에서 검토해보려고 한다.     


<그림 1>의 맨 오른쪽에 있는 기본 가정, 가치관, 인공물의 세 가지 개념은 MIT의 조직심리학자인 에드가 샤인(Edgar Henry Schein, 1928~)이 구분한 것으로 조직구성원들의 심리 층위를 연구하기 위해 구별한 것이다. 나는 이것을 조직심리학에서만 쓰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대하여 보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범용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 매크로, 메조, 마이크로 레벨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2. 인더스트리 4.0에 의한 제4차 산업혁명     


2.1. 산업혁명은 엄청난 생산성 향상을 가져왔다     


앞에서 언급한 인더스트리 4.0에 의한 제4차 산업혁명의 출발점과 일차적 목표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기 전에 산업혁명 자체에 대해 알아보자.      


<그림 2>가 산업혁명을 간략히 보여준다. 우선 제1차 산업혁명은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증기기관이 발명되어 방직 방적기계들을 만들어 거대한 공장을 지었다. 그때까지 인류는 수천 년 동안 인간의 근육을 이용해서 생산해왔고, 기껏해야 동물의 근육을 활용하는 정도였다. 거대한 공장에서 찍어내는 면직물들은 인간은 근육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생산성을 가져왔다. 이것을 제1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른다. 영국은 이 높은 생산성의 힘으로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다. 당연히 19세기는 영국의 세기였다.      


<그림 2> 제4차 산업혁명(인더스트리 4.0)의 개요


20세기 초반에는 전기의 힘으로 공장에는 컨베이어 벨트가 설치되었다. 이것은 미국에서 자동차 생산을 위해 발명된 획기적인 장치였다. 이에 따라 공장은 어셈블리 라인으로 채워졌고, 노동의 분업화가 가속화되었다. 노동생산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랐다. 이것을 제2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른다. 높은 생산성을 구현했던 미국이 20세기를 경제력으로 장악하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1970년대 초반부터 컴퓨터가 발명되었고 공장 노동을 자동화하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이 분업으로 작업하던 어셈블리 라인에는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여 조립하게 되었다. 노동자들은 그 과정을 통제하는 수준의 노동으로까지 자동화가 이루어졌다. 사전에 계획된 대로 컴퓨터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중앙통제시스템으로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저 위대한 컴퓨터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것을 제3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른다. 패전한 일본과 독일은 다시 제3차 산업혁명에 동참했다. 컴퓨터에 의한 자동화 시대에 명함을 내밀었다는 말이다. 컴퓨터와 자동화에 의한 노동생산성 증가는 미국, 일본, 독일이 20세기 후반을 좌우하게 이르렀다.     


이때까지의 산업혁명을 통해 인류는 어마어마한 생산성 향상을 경험했다. 그러나 그에 따른 부작용도 있었는데, 생산성 향상에 따른 부의 증가가 매우 불평등하게 분배되었다는 점이다. 극심한 양극화 현상 때문에 인류의 건전한 발전이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 1971~)와 같은 서구 지성인들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 점에서 제4차 산업혁명의 생산성 향상으로부터 얻어지는 부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재분배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으로 직업과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이제 인더스트리 4.0에 의한 제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 이것은 지금까지의 산업혁명과 아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인사조직 측면에서 보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특징으로 설명할 수 있다.      


분권화

자율성

수평구조

일자리 축소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역시 분권화(decentralization)다. 이것은 중앙통제시스템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는 의미다. 명령과 통제, 지시와 복종이 먹히던 수직적 계급구조로는 생산성 향상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중앙 집권형의 계획과 실행으로 이어지는 타율성과 획일성이 특징이었으나, 새로운 혁명에서는 자율성과 다양성을 요구한다. 각 부품들이 독자적인 기능과 목적을 가지고 다른 부품이나 기계·설비들과 상호작용하듯이, 조직구성원들도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주체로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역할 수행은 타율적인 명령과 통제에 의한 피라미드형 수직구조에서는 불가능하다. 네트워크형 수평구조 속에서 자신의 재능을 맘껏 발현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어야 한다. 끝으로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축소될 것이다. 직업이 없는 사람들은 더욱 많아질 것이므로 이를 위해 사회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도래할 때, 옛 것은 지나갔으나 아직 새로운 가치관과 조직운영 패러다임이 도래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무질서가 발생하며 급속히 생산성이 떨어지게 된다. 이럴 때 우리에게 인간과 조직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필요하다. 그 성찰에 기초하여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2.2. 4차 산업혁명(인더스트리 4.0)의 본질     


제4차 산업혁명은 독일에서 추진되고 있는 제조공장의 혁명적 변화에서부터 시작된다. 그것은 100년 전 만들었던 포드 시대의 컨베이어 벨트와 같은 어셈블리 라인으로 채워진 공장이 해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품, 반제품, 기계·설비들이 스스로 상호작용하면서 완성품을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새롭게 창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 3> 전통적인 제조공정의 어셈블리 라인(출처: 김은 박사)

    

<그림 3>에서 보듯이 공장의 핵심장치는 어셈블리 라인이다. 이 라인에 원재료와 각종 부품을 받아들여 조립하여 완성품으로 내보낸다. 제조공장의 이런 어셈블리 라인은 지난 100년 동안 한 번도 흐트러진 적이 없다. 다만 노동의 분업화에서 자동화의 진전 정도에 따라 노동력 투입이 축소되었을 뿐이다. 어셈블리 라인에 배치된 기계·설비들이 공장의 주체가 되고, 부품과 자재들은 객체가 되어 주체에 의해 소비되는 객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이 패러다임은 이제 곧 사라져야 한다.     


<그림 4>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개요(출처: 김은 박사)


<그림 4>에서 보듯이 공장의 어셈블리 라인은 사라졌다. 부품들이 모두 개별화되어 하나의 CPS로서 공장 내에 있는 모든 부품이나 기계·설비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받으면서 공장을 순회한다. 부품들을 담아 운반하는 바구니(독일어로 Schale 또는 Verwaltungsschale라고 부름)도 하나의 CPS로서 주변의 다른 부품이나 기계·설비들과 상호작용한다. 이제는 부품이 주체가 되고, 기계·설비들이 부품을 지원하고 돕는 객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런 방식의 공장을 상상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개별적인 취향이나 다양한 필요를 맞추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대량 생산했던 방식으로는 이런 소비자 개인의 독특한 소비행태에 부응할 수 없었다. CPS기술의 진전으로 대량생산과 같은 수준의 비용으로 개별 맞춤형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개별 맞춤형 생산(personalized production)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의 개별적 특성에 부합하도록 부품들이 주체가 되어 객체인 기계·설비들의 지원을 받으면서 제조공정을 지나다녀야 한다. 그러니 스마트 팩토리는 <그림 4>와 같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제4차 산업혁명을, 제조공정의 자동화 수준을 고도화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독일에서 추진하고 있는 인더스트리 4.0을 오해한 것이다. 인더스트리 4.0의 기본 아이디어와 철학은 기존의 중앙 집중화된 제조과정을 <그림 4>와 같이 분권화(decentralization)시키는 것이다. 개별 부품을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CPS 화하여 부품과 부품, 부품과 기계·설비들이 상호작용함으로써 스스로 완성품이 되도록 한다. 일차적인 목표는 스마트 팩토리를 실현하는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공장과 공장, 공장과 물류, 물류와 소비자 간의 연결망도 CPS 화함으로써 CPS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기술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시일 내에 실현될 수도 있다.    

  

2.3. 독일 제조업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20세기 후반 독일 중소기업들을 강소기업으로 소개하면서 소위 '히든 챔피언'에 대한 조명이 있었다. 그들의 소규모 고품질의 제품들이 세계시장에서 챔피언의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들 제조업의 생산성과 창의성은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공통된 특성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그림 5>에서 보듯이 인더스트리 4.0을 선도하는 제조업 중에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Siemens(1847년 창업), Bosch(1886년 창업), Daimler(1883년 창업), BMW(1916년 창업), VW(1937년 창업) 등과 같은 기업들은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높은 생산성과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는 이유는 다음의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플랫폼

모듈

네트워크

에코시스템     


이 네 가지 특징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 독일 기업들은 우선 장기적으로 활용 가능한 좋은 플랫폼을 설계했다. 이 플랫폼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모듈들을 만들었다. 이 모듈들은 자연스럽게 수평적 네크워킹을 통해 상호작용한다. 사내외의 다양한 모듈들 간의 네트워크를 통한 생태계를 형성한다. <그림 4>에서 보듯이, 공장의 플랫폼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런 플랫폼에서 다양한 부품들과 기계·설비들이 모듈(CPS)로서 네트워크를 통해 상호작용을 일으키고 이들이 대내외적으로 생태계를 형성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생산성과 창의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림 5> 독일 제조기업의 특징


<그림 5> 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플랫폼이다. 제조공장의 경우, 플랫폼이란 각 모듈이 설계된 특성이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물리적 토대를 말한다. 조직운영의 경우, 플랫폼이란 구성원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정신적, 물질적, 물리적 토대를 의미한다. 모든 구성원들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면서 상호 신뢰할 수 있을 정도로 조직운영 플랫폼이 굳건하게 만들어졌을 때 직무물입과 조직 헌신을 기대할 수 있다. 생산성과 창의성은 바로 이런 환경에서 생긴다.     


2.4. 독일 제조업의 공통점이 생겨나게 된 역사적 배경     


독일은 어떻게 해서 조직운영의 굳건한 플랫폼을 만들게 되었는지 그 역사적 맥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이미 잘 아는 것처럼, 독일인들은 제2차 세계대전의 폐허 위에서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민주주의적인 정부를 운영해왔다. 서독은 승전국의 군사정부로부터 정부를 이양받았다. 그때가 1949년이었다. 독일연방공화국(서독)을 설립한 중도우파의 기민당(CDU) 정부(1949~1969)는 20년 간 현대적 국가로서의 정체성과 국가운영의 민주적 원칙들을 정비했다. 경제적으로는 사회적 시장경제의 원리를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오늘날과 같은 복지국가의 기틀을 이 시기에 마련했다. 그러나 이 기간에는 동서냉전의 가속화되던 시기였다. 미군이 주둔해 있는 상황에서 서독 정부는 친서방 정책을 기본 노선으로 외교정책을 폈고, 반공주의 이데올로기로 소련과 동구권을 적국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60년대 후반이 되자 유럽 사회는 점차 민주화의 열망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1968년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소위 68 혁명이 일어났다. 이는 냉전시대의 억압적 권위주의에 저항하는 운동이었고 반전운동과 결합하여 미국에서는 히피 운동으로 퍼져나갔다. 이것은 유럽 대륙뿐만 아니라 미주대륙에까지 큰 영향을 끼쳤다는 의미다. 이렇게 변화를 추구하는 시대정신이 독일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이런 분위기는 1969년 중도좌파의 사민당(SPD) 정부가 출범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민당은 1969년부터 1982년까지 약 13년간 서독 정부를 운영했다. 사민당 정부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서 ‘보다 더 많은 민주주의(mehr Demokratie)’를 실현할 수 있도록 했다. 빌리 브란트 총리와 사민당 정부는 대내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민주화를 강력히 추진했고, 대외적으로 동방정책을 통해 냉전을 완화하는 정책을 펼쳤다. 그의 외교정책은 심화되고 있던 동서냉전의 갈등 분위기를 사죄와 속죄, 용서와 화해, 교류와 협력의 분위기로 전환시켰다. 특히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하여 <그림 6>에서 보는 것처럼 유대인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은 한 장의 사진은 세계인들의 마음을 울렸다.      


당시 수행원들과 기자들은 브란트 총리가 현기증을 일으키는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무릎을 꿇었고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헌화와 사죄의 묵념이 끝난 후, 기자들이 왜 무릎을 꿇었느냐고 물었다. 그는 인간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때 할 수 있는 행동을 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세계 언론은 무릎을 꿇은 것은 한 사람이었지만, 일어선 것은 독일 전체였다고 평가했다.     


브란트는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젊은 시절에는 나치 정부에 대한 저항운동에 앞장섰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포기한 채 노르웨이와 스웨덴으로 망명생활을 하면서 나치에 대항하여 투쟁했다. 패전 후 베를린에 정착하여 사민당에 가입하고 정치활동을 계속했다. 1961년 베를린에 동서를 가르는 장벽이 세워지던 시기에는 서베를린의 시장이었다. 1963년 미국 케네디 대통령을 베를린에 초대하여 '나도 베를린 시민'이라는 유명한 연설을 하도록 이끌었다.     


<그림 6>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인 추모비 앞에서 무릎 꿇은 빌리 브란트 총리


브란트는 1969년 서독 총리에 취임한 후 정부의 공식입장을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우리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감행할 것입니다. 우리는 더 많은 자유를 제공하고 더 많은 공동 책임을 요구하는 사회를 원합니다.”     


사민당이 정부를 운영할 때 브란트는 어떤 사상과 철학을 가지고 있었는지 잘 알 수 있는 문장이 있다. 그는 이렇게 썼다.     


“나는 가능한 한 합의를 통한 업무 스타일을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이미 사전에 결정된 내 의견을 확인하기 위해서 단지 동의를 구하는 식의 토론을 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사민당 지도부 회의에서 하나의 합의를 만들어 가는 것이 더 생산적이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문제에 대해 서로 의견이 다를 때도 인간적 결속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었다.”

(브란트 총리의 일생에 대해 개관하려면 네이버캐스트에 기고한 역사저술가인 김정미 선생의 「빌리 브란트」와 강릉원주대의 이동기 교수의 「빌리 브란트」를 참조할 것. 브란트의 대담과 연설 등도 이곳에서 인용한 것이며 아울러 그레고어 쇨겐, 김현성 옮김, 『빌리 브란트』, 빗살무니, 2003 참조하면 빌리 브란트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임)     


<그림 7> 공동결정법의 기본정신


그와 사민당은 이렇게 합의의 원칙(Kollegialprinzip)을 존중하는 사람들이었다. 이 전통은 <그림 7>에서처럼 1976년 공동결정법(Mitbestimmungsgesetz)이라는 법률로 규정되어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 이렇게 사민당 정부는 민주화의 초석인 합의의 정신을 실천하도록 제도적 장치들을 만들었다. 이렇게 하게 된 동기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이런 합의의 정신이 곧 민주주의의 초석이 될 뿐만 아니라 국가 장래를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가능케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공동결정법의 정신을 이해하지 못하면 독일 사회를 이해할 수 없다.   

   

오늘날 문명화된 국가에서는 대개 독일처럼 정부, 연구소, 기업, 대학 등이 협력하여 20~30년의 장기적인 기획 하에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2~3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단기적인 시각에서 업무를 처리하곤 한다. 인더스트리 4.0과 관련하여 독일에서 발간되는 문헌들을 보면 매우 부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여기서는 산업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5. 독일의 공동결정과 합의의 정신이 낳은 굳건한 플랫폼     


인간은 누구나 건강하고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극심한 부의 불평등 때문에 건강하고 풍요로운 사회를 만드는데 실패했다. 부의 불평등 구조가 심화된 것은 해방 후 지금까지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을 무비판적으로 추구해왔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IMF가 주문하는 대로 미국식 신자유주의 경제모델에 따라 국가운영모델을 설계했기 때문에 더욱 양극화가 심해지고 서로가 서로를 경쟁상대로 여기게 되었다. 이 시기에 오히려 국가운영모델을 유럽의 게르만 모형이나 스칸디나비아 모형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이 기회를 상실하는 바람에 양극화가 심화되고 경쟁이 심화되어 '헬조선'이라는 용어까지 나오게 되었다. 게르만 모형과 스칸디나비아 모형을 참조하면, 산업이나 기업 조직의 경쟁력은 경쟁을 통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상호 협력을 통해 나오는 것이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경쟁 패러다임>에서 <협력 패러다임>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한국의 기업과 사회는 21세기에 접어들면서부터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위한 인간중심적인 조직운영 플랫폼(platform)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를 맞았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조직운영 플랫폼이란 조직구성원들이 가진 재능을 맘껏 발현할 수 있는 정신적, 물리적, 경제적 토대를 말한다. 그런 플랫폼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요소가 과학기술이다. 특히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로봇, CPS 등의 기술은 급격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기술에 의존하여 시작된 제4차 산업혁명은 우리 사회로 하여금 조직운영의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경제주체들의 개별적인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세계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어 이해관계자들과 사업파트너들이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적절히 설계하는 것은 더욱 중요해졌다.      


이런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과 사회의 발전방향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철학적 사유와 진지한 토론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한다. 몇 사람의 전문가들이 책상에 앉아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산업계, 시민사회단체, 노동계, 연구기관 등 모든 이해관계집단들이 의제를 정하고 토론하고 토론된 내용을 정리하고 합의하여야 한다. 그 내용을 정부 또는 대의기관을 구성하여 합의된 내용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이에 따라 이해관계자들이 앞으로 우리 기업과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 추진해 왔던 산업기술발전과정에 따라 기업과 사회의 인사조직 및 교육훈련 프로그램이 어떻게 변천해 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인간의 삶을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중앙 집권화된 제조공장 시스템을 완전히 분권화시킬 것이고, 부품과 기계장치들이 자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함으로써 인간의 명시적인 개입이나 명령 없이도 스스로 인간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시대가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다.      


자동차 제조과정을 상상해보자. 컨베이어 벨트로 구성된 어셈블리 라인에서 부품들이 조립되고 완성품으로 거듭나 공장을 떠난다. 완성차 창고에 보관된 후, 고객을 위해 출고된다. 이미 100년 전부터 거의 모든 공장은 이런 어셈블리 라인을 거쳐 제품을 만들었다. 제3차 산업혁명이 1970년대부터 본격화되어 컴퓨터가 만들어지고 자동화가 진전되었지만, 어셈블리 라인에 따라 제조공정이 이루어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제4차 산업혁명에서는 CPS기술에 의해 부품과 기계장치들이 스스로 의사소통하여 인간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다면 부품과 기계장치들 마치 생명이 있는 것과 같은 자율성을 부여받는 셈이 된다. 부품 자체가 하나의 CPS가 되며 기계 설비들도 하나의 CPS가 된다. 말하자면 공장 전체가 CPS로 뒤덮이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모든 중앙통제시스템은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아니 중앙통제가 아예 불가능해진다. 부품들과 공장 설비들이 스스로 상호작용하면서 완제품으로 변화해간다.     


이러한 공장의 변화는 조직운영의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조직운영에 있어서도 명령과 통제의 피라미드형 수직구조가 더 이상 작동할 수 없다. 조직구성원 개개인이 스스로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완수할 수 있도록 거의 완벽한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이런 정도의 기술발전을 목표로 하는 제4차 산업혁명은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 1945~)의 표현대로 노동의 종말을 맞게 되지는 않겠지만 노동의 상당 부분은 사라질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모든 기술은 인간에 부합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인간이 기술의 지배를 받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경우라도 인간이 기술을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인공지능의 기술발전 속도로 보아 아마도 앞으로 10년 내에 상당 부분 기존의 자동화 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적인 변곡점을 넘어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에릭 브린욜프슨, 앤드루 맥아피, 『제2의 기계시대』 참조)      


인간은 더 나은 기술을 필요로 하고 지금까지 개발된 기술들 대부분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왔다. 앞으로는 모든 기술이 인간에게 더 나은 기술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개발된 기술로 인해 어떤 형태로든지 인간이 불안과 공포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인류는 이미 그 불안과 공포를 경험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핵발전소의 폭발 사태를 통해 기술이 인간의 삶을, 그것도 대규모로 송두리째 앗아갈 수 있음을 확인했고 일단 사고가 발생하고 나면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기술은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통제 하에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독일은 기술에 관한 인문학적 사유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태를 통해 확인했다.      


선진국들은 제3차 산업혁명까지, 그러니까 20세기에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기술개발에 집중해왔다.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와 같은 엔지니어링 이슈에 중점을 두고 기술개발에 매진했다. 제4차 산업혁명에서는, 그러니까 21세기에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도 중시해야 하지만 "무엇을 생산할 것인가"의 철학적 사유에도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생산할 수 있지만, 생산해야 할 것과 생산해서는 안 되는 것을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핵발전소를 이용한 에너지 생산이다. 독일은 핵발전소를 2022년까지 완전히 폐쇄하기로 국민적 합의를 보았다.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다. 필요한 에너지의 20퍼센트 이상을 다른 곳에서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독일이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 데에는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비롯한 사물인터넷, 에너지 인터넷, 서비스 인터넷과 같은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기술은 반드시 인간의 삶의 풍요로움을 지향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핵발전소를 완전히 폐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런 결정에는 반드시 인간과 세계에 관한 인문학적, 철학적 논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바로 이 점이다.     


기술이 인간의 삶에 복무하도록 하려면, 우리 사회는 기술의 적절한 활용을 위한 사회적 합의와 함께 인간에게 교육의 개념과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되어야 한다. 매크로 레벨에서의 확고한 기초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가 앞으로 추진해야 하는 모든 방법론과 수단·도구들은 그런 철학적 굳건함에 뿌리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제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제3차 산업혁명까지의 변화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변화, 즉 우리가 지금까지 적용했던 정신적인 모형(mental model)과 사회 시스템 모형(social system model)의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1945년 패전 후 독일인들, 더 정확히는 서독인들은 제3차 산업혁명까지 사회, 경제, 기술 측면에서 비교적 착실하게 실행해왔다. 21세기 들어서면서부터 인더스트리 4.0을 준비해 가고 있는 모든 과정을 살펴보면, 마치 교과서처럼 추진해가고 있다. 현대적 의미에서 독일 정신(german mentality)이란 ‘먼저 심사숙고하여 결정한 다음, 과감히 실행에 옮긴다’(Erst wägen, dann wagen)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선 이러한 독일의 경험을 역사적 맥락과 함께 인사조직 측면에서의 변화과정을 간단히 살펴보자. 이어서 이것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정리해보자.         

      


3. 인더스트리 4.0을 위한 직무설계 기존의 진실과 새로운 도전            

             

이 장은 다음의 문헌을 참고한 것임

Arbeitsgestaltung für Industrie 4.0: Alte Wahrheiten, neue Herausforderungen
- Ernst Hartman, Institut für Innovation und Technik, Berlin, 2015 
in: Zukunft der Arbeit in Industrie 4.0, Springer Vieweg, S. 9~20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제3차 산업혁명기까지, 그러니까 20세기 후반까지 독일 산업계에서 추진해왔던 인사조직에 관한 기본 아이디어는 학습을 장려하는 직무설계(lernförderliche Arbeitsgestaltung)였다. 이 기본 아이디어들이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크게 변화하고 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영향력 때문이다.     


첫째, 노령화에 따른 인구학적 변화가 급격히 일어났다는 점이다. 둘째,  복잡한 정보를 파악하고 선별하여 시각화할 수 있는 인공지능, CPS, 사물인터넷 등의 ICT발달에 따른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이다.     


이러한 영향력 때문에 독일 기업의 직무설계 또는 업무수행 조직은 다음과 같은 세 단계로 발전해 왔다.      


① 노동생활의 인간화 추진

② 디지털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형태의 직무설계

③ 제4차 산업혁명(인더스트리 4.0)을 위한 교육훈련     


이러한 인사조직의 발전과정을 단계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3.1. 노동의 인간화(Humanisierung der Arbeit)     


3.1.1. 노동의 인간화를 추진하게 된 배경     


1950~60년대의 기술개발과 자동화가 경영합리화와 경제성 측면에서 볼 때, 기대했던 것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반성이 일었다.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인간, 조직, 기술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추출했다. 기술발전에 따른 인간과 조직의 문제를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연구들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프랑스에서 68 혁명이 일어나 기존의 사회질서에 대한 대대적인 저항정신이 유럽 사회에 촉발되었다. 1969년 서독에서는 빌리 브란트의 사민당 정부가 들어섰다. 사회민주주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것이다. “더 많은 민주주의를 실행하자!”(Mehr Demokratie Wagen!)는 시대정신에 따라 “노동생활의 인간화(Humanisierung des Arbeitslebens)”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1960년에 후반에는 주당 노동시간을 50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였다. 아울러 대기업 소속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들까지도 노동시간의 규제를 받도록 했다. 상점을 폐점하는 시간을 규제하는 법을 만들어 오후 6시 또는 오후 6시 30분에는 시내의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아야 했다. 자영업을 하는 상인들도 “노동의 인간화”라는 가치에 부합하는 생활을 하도록 유도했다. 기술개발과 관련해서도 기술을 위한 기술보다는 인간중심적인 기술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즉 인간에 봉사하도록 하는 기술을 중시하게 되었다.     


이렇게 더 많은 민주주의와 시민참여 운동은 정치, 사회, 문화뿐만 아니라 경제계와 노동계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인사조직 측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사건은 1976년에 발효된 공동결정법(Mitbestimmungsgesetz)이었다. 조직운영을 합리화하기 위해 특정 직무담당자에게 모든 권한과 권력을 몰아주는 형태가 아니라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대화와 토론을 거쳐 합의에 의해 결정하도록 법률로 규정했다. 이것이 인사조직과 관련하여 결정적인 변화의 계기가 되었다. 이 법률은 노동자와 이해관계자들에게 업무처리의 합리성뿐만 아니라 업무처리에 있어서 완벽함을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고, 동시에 조직구조 설계를 수평적으로 바꾸도록 유도하는 것이기도 하다.     


3.1.2. 업무처리의 합리성과 완벽함에 대한 요구     


노동의 인간화는 업무처리의 합리성과 완벽함을 중시한다. 여기에는 두 종류가 있다. 첫째, 노동과정에서의 합리성과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인데, 이는 직무수행계획, 실행, 통제 등의 수평적 노동과정에서 착오가 없도록 해야 함을 의미한다. 둘째, 문제 해결을 위한 고도의 창의적인 정신노동을 요구하는 과제이든 단순 반복적인 육체노동을 요구하는 과제이든 상관없이 업무수행과정에서 담당자가 적당한 수준의 정신적 충실감을 느껴야 한다. 이러한 노동생활의 인간화가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업무처리의 완벽함을 요구한다는 말은 단기적인 상황적합적인 업무처리가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과 통합적인 관점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도록 업무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서 매우 중요한 독일 정신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게슈탈트(Gestalt)라는 말이다. 이 용어는 서양 언어권뿐만 아니라 동양 언어권에서도 쉽게 번역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한 마디로 통합된 전체, 흠이 없는 전부를 뜻하는 용어다.     

 

예를 들어 보자. 설거지라는 일련의 행동을 상상할 수 있다. 식사 후, 사용한 그릇들을 싱크대로 옮긴다. 그 그릇을 물에 적신다. 세제를 풀어 닦는다. 맑은 물에 헹군다. 물기를 닦는다. 그릇을 제자리에 넣는다. 이런 일련의 행동을 종합하면 설거지가 된다. 생각해보면, 이런 부분적인 행동들이 모인다고 해서 온전한 설거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부분적인 행동의 연결고리들이 모여야 하지만, 그 행동에는 행위자의 심성이 포함될 수 있다. 저녁 식사를 마련해 준 아내에게 고마워서 속으로 콧노래를 부르면서 하는 일련의 행동과 하기 싫지만 마지못해 억지로 하는 일련의 행동은 같은 설거지라도 그 의미가 다르다. 그러므로 겉으로 드러나는 일련의 행동만으로는 설거지라는 전체를 설명할 수 없다. 사실 인간의 행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데 있다. 이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즉 매크로 레벨에서 어떤 것이 작동하는지를 포괄하여 파악할 수 있을 때 바로 온전한 설거지의 게슈탈트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이 게슈탈트를 파악하고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일인들이 조직운영의 플랫폼을 설계할 때 또는 업무계획을 수립할 때 게슈탈트를 파악하고 이해하기 전까지는 끊임없는 대화와 토론이 이어진다. 게슈탈트를 파악하는 것이 업무수행의 기초이며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업무수행 중에 또는 대화와 토론 중에 게슈탈트를 파악해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정신 속에 게슈탈트를 파악하지 않으면 업무를 진전시키지 않는 속성이 있다.     


아울러, 이렇게 합리적이고 완벽한 업무처리의 구조화를 위해 "학습을 장려하는 직무설계(lernförderliche Arbeitsgestaltung)" 방법을 개발했다. 노동자들이 까다로운 과제를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직무수행에 부합하는 능력을 개발해야 하며 기업은 이러한 능력개발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도록 했다.     


3.1.3. 인간에 부합하는 역동적인 직무설계     


단기적인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숙련된 노동자들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숙련된 노동자들로만 작업팀을 구성하면, 미숙련된 작업자의 경우에는 능력 향상의 기회에 제약을 받게 되므로 역동적인 직무설계가 필요하다. 역동적인 직무설계란 다양한 능력을 갖춘 담당자들 중에서, 특히 연령과 숙련도에 적합하도록 작업팀을 구성한다는 의미다. 높은 숙련도의 노동자가 덜 숙련된 노동자에게 기술이 전수될 수 있어야 지속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인간에 부합하는 직무설계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직무 순환(Aufgabenwechsel), 직무 충실화(Aufgabenbereicherung) 등과 같은 직무설계 방법을 통해 능력이 구성원에게 골고루 향상되도록 배려한다.      


20세기 후반 독일에서 벌어진 이러한 노동생활의 인간화 노력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대원칙이 바로 인간에 부합하고 학습을 장려하는 노동 설계(menschengerechte und lernförderliche Gestaltung der Arbeit)였다고 말할 수 있다.          


3.2. 노동과정에서의 학습(Lernen im Prozess der Arbeit, LiPA)     


3.2.1. 역량개발을 위한 학습문화(Lernkultur Kompetenzentwicklung)     


2000년대 들어서면서 독일 연방 교육과학부에서 "역량개발을 위한 학습문화(Lernkultur Kompetenzentwicklung)"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노동생활의 인간화는 사회정책적 차원에서 실시되었으나, 역량개발을 위한 학습문화는 교육정책적 차원에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교육정책적 차원의 접근은, 대학, 전문대학, 직업학교와 같은 고전적인 형태의 공식적인 교육기관에서 실시되는 직업훈련을 넘어서는 평생학습(lebenslanges Lernen)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에 따라 비공식적 학습형태가 주목을 받았고, 직업교육기관에서의 학습을 보충하는 것으로서 새로운 잠재력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잠재력이란 다음과 같다.      


① 역량과 같은 특정한 능력을, 특히 자기조직화 능력 같은 것은 비공식적 학습 상황에서 더 잘 학습할 수 있다는 점

② 비공식적 학습이 지식 전수의 문제를 상당 수준 줄여준다는 점

③ 비공식적 학습을 통해 얻는 능력도 공식적으로 측정하고 인정해준다는 점

④ 비공식적인 학습시간이 노동시간에 포함되지 않지만, 오히려 학습을 장려하는 업무활동에서는 노동시간이 곧 학습시간 된다는 점    

 

3.2.2 노동과정에서의 학습(LiPA)의 단점과 공헌     


노동과정에서의 다양한 학습기회의 제공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였지만, 예상보다 많은 노력과 비용을 수반하는 것이었다. 학습을 위한 직무설계에는 매우 치밀하게 할 수 있지만, 실제상황에서 그대로 활용하려면 전문가나 엔지니어가 항상 참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공헌은, 어떠한 노동상황에서도 학습을 장려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3.3. 혁신적인 일자리 노동과 혁신능력(Innovative Arbeitsplätze - Arbeit und Innovationsfähigkeit)     


2010년대부터 학습을 장려하는 직무설계에 새로운 관점이 개발되었다. 이런 관점은 사회정책적 또는 교육정책적 차원이 아니라 혁신정책적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다.     


여러 연구문헌에서 기업의 혁신능력을 분석하기 위해 연구개발비용, 고급인력의 비율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본질적인 혁신능력을 위해 임직원 전체의 능력뿐만 아니라 기업의 각 기능부서에서 개발된 역량을 더더욱 요구하게 되었다.     


생산과 연구개발부서 사이의 상호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지속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해당부서의 과정혁신 능력도 중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역량은 공식적인 교육을 통해서 얻어지기도 하지만, 작업현장에서의 학습을 장려하는 업무활동과 관행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     


학습을 장려하는 직무설계와 혁신 결과 사이에는 의미 있는 관계가 있다는 사실에 놀랄 일은 아니다. 이 관계는 임직원들 중 고급인력의 비율이 높을수록 혁신 결과를 더 잘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보여주었다.    

 

3.4. 시사점     


학습을 장려하는 직무 설계가 노동의 인간화에 기여해왔지만, 기술 발달에 따른 자동화로 인한 노동의 인간화는 딜레마에 빠졌다. 과거에 각광을 받았던 "학습을 장려하는 직무설계"는 장애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소위 "자동화의 딜레마 또는 역설"이라고도 하는 이런 현상은, 공장이 자동화되더라도 인간은 여전히 자동으로 움직이는 생산과정을 감시하는 단조로운 일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말한다.     


인간은 자동화 시대에도 때로는 그 자동시스템에 개입해야 할 때가 발생한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점 때문에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① 자동장치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까다로운 상황이 발생한다.

② 인간이 스스로 유발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그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재빨리 분석하여 해결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어렵다.

③ 자동화된 장치들과 그 주변기기들 전체를 이해하는 인간 능력은 점차 줄어든다. 인간은 점점 더 시스템 조정에 수동적으로 대응한다. 여기서 자동화의 딜레마가 다시 발생한다. 자동화가 진전될수록 자동시스템을 뒤따라가는 감시자로서의 감시활동이 점차 줄어들 수는 있다.     


CPS,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은 모든 프로세스 정보를 파악하고, 선별하고, 시각화함으로써, 즉 사용자에게 이 모든 과정을 목전에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4. 디지털화된 산업시대의 노동과 직무설계            

             

이 장은 다음의 문헌을 참고한 것임

Umsetzungsempfehlungen für das Zukunftsprojekt Industrie 4.0(April 2013)의 “Arbeitsorganisation und Arbeitsgestaltung im digitalen Industriezeitalter”


"인더스트리 4.0은 중소기업에 적합하도록 기술적이면서 동시에 조직설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와 기업현장에서 그 전문역량을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 친화적인 조직설계와 직무 관련 자격제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 게오르그 쉬테(Dr. Georg Schütte, 독일 연방 교육과학부 차관)


인더스트리 4.0 또는 제4차 산업혁명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우선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  

   

① 인더스트리 4.0 또는 제4차 산업혁명은 노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② 사이버물리시스템(cyber-physische Systeme, CPS),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하이테크 경제에서 분권화된 기업과 사회는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③ 노동 세계는 어떻게 발전해 갈 것인가?

④ 직원들을 위한 자동화와 실시간 조종 시스템이라는 환경 하에서 직무가 어떻게 안전하고 공정하게 설계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은, 축적된 혁신능력과 생산능력을 활용하는 것과 함께, 자율조정적이고 지식에 기반하고 있는 센서에 의해 작동되는 생산시스템을 광범위하게 도입함으로써 과연 혁신적 도약을 이룩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혁신 행위는 기술적 도전을 극복하는 데에만 집중할 수 없으며, 필연적으로 노동을 스마트하게 조직해야 하고, 노동자들의 노력을 확장하는데 초점을 둘 수밖에 없다. 스마트하게 업무활동을 조직하고 능력을 개발하는 것은 기술혁신을 자극하고 실행하고 활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가상으로 설계된 오픈 플랫폼과 포괄적인 인간-기계 그리고 인간-시스템의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볼 때 노동자의 역할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유연성 확대, 노동시간의 축소,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 인구구조의 변화 등과 같은 생활세계의 거대한 변화를 감안할 때, 노동생활에서 겪는 직무내용, 직무수행과정, 작업환경 등은 현저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이런 변화에 직면하여 우리는 조직생활에 스마트하게 스며들어 가는 미래의 혁신적인 기술들을 성공적으로 통합할 필요가 있다.     


4.1. 우리 앞에 놓인 도전은 무엇인가?     


인더스트리 4.0 또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노동은 모든 노동자에게 높은 복잡성을 다루는 능력, 추상화 능력, 문제해결력 등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노동자들은 자기주도적 능력, 의사소통 능력, 자기조직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더욱이 주체적 능력과 잠재력이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이것은 질적 풍요로움, 흥미로운 노동환경, 점증하는 자기책임과 자기실현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가상의 세계가 노동자들에게 요구하는 사항들은 노동능력을 유지·보전하는 데 있어 여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기술적인 통합 수준이 올라갈수록 가상세계와 고유한 경험세계 사이에 발생하는 유연성, 강도, 긴장이 더욱 증대된다.      


노동자는 기술발전에 따라 업무처리능력이 오히려 줄어들 것이고,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사물의 비물질화 또는 가상화에 따른 소외감이 커질 것이며, 비즈니스와 노동과정의 시각화로 인한 노동의 역동성이 감소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오래된 위험에 더하여 새로운 위해(危害)가 겹쳐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창의성과 생산성의 손실을 가져오거나 자기착취 상태를 장려하는 셈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제조공정에 들이닥치는 정보기술의 영향이 어느 정도의 일자리 감축효과를 가져오는지 질문해야 한다. 예상컨대, 단순한 육체노동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노동자들 중에, 특히 단기 계약직은 해고될 위험이 아주 높아질 것이다. 이것은 노동자들을 위해서도, 사회통합을 위한 사회적 요구의 관점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다. 이것은 인더스트리 4.0 또는 제4차 산업혁명의 성공적인 실현을 위해서는 매우 역기능적인 현상이다.     


4.2. 기술과 직무설계는 통일된 일관성으로 추진해야     


소위 '스마트 팩토리'는 직원들의 흥미에 기초한 노동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여러 기회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잠재력은 저절로 실현되지 않는다. 따라서 노동의 조직설계모형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이 조직설계모형은 높은 수준의 자기책임을 수반한 자율성이 분권화된 리더십과 결합되어야 하며, 노동자들에게는 의사결정과 참여의 범위가 확장되며 업무부담도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여기서 기술은 두 가지 방향에서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 시스템을 제한적이고 통제적인 미세조정으로 배열할 수도 있고, 담당자가 결정할 수 있는 열린 정보 기반으로 만들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작업의 질적 수준이 기술이나 기술적 강제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과학자나 경영자가 어떤 형태의 스마트 팩토리를 모형화할 것인가와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를 주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직무를 설계하는 데 있어 사회적-기술적 관점이 중요해진다. 노동활동의 조직화, 직업교육, 기술 및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등이 통일된 일관성에 따라 긴밀하게 상호작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각 개념과 요소들이 상호 통합적으로 톱니바퀴처럼 일치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것은 전체 가치창조 사슬을 따라 노동자와 기술운영시스템 사이에 지능적이고 협동적이며 자기조직화된 상호작용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4.3. "더 싸게 대신 더 좋게(Besser statt Billiger)"     


독일에서 변화 추진의 모토를 "더 싸게 대신 더 좋게"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사회적-기술적 관점에서 테일러식 설계, 즉 짧은 생산주기, 높은 표준화, 단조로운 노동활동과 같은 급진적인 직무설계는 결코 바람직한 방식이 아니다.      


미래 프로젝트로서의 제4차 산업혁명은 직원들과 합의에 의해 실행되어야 하고, 그래야 새로운 효율성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 높은 복잡성, 변화 가능성, 유연한 시스템으로 스마트 팩토리가 설계되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스스로 결정자와 조종자로서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당연한 것이지만, 노동자들이 산업혁명의 주체가 되도록 하려면 폭넓은 교육훈련과 고객지향으로 과제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훈련, 학습을 장려하는 업무수행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조직설계, 다양한 업무영역을 다루는 산업교육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러한 교육훈련에는 노동을 장려하고, 체계적인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촉진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인더스트리 4.0 또는 제4차 산업혁명에서 사회경제적 환경조건에 따른 노동과정을 제대로 조직하려면 새로운 조직설계모형과 함께 기술적인 개발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하나는 생산과정의 유연화가 확대될 수 있어야 하며, 다른 하나는 부서 간 또는 작업팀 간, 나아가 노동과 생활 간의 경계가 사라진 환경에서도 신뢰할만한 정신적 경계를 만들어내고 노동자들에게는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을 실질적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열려 있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노동조합의 혁신전략 "더 싸게 대신 더 좋게(Besser statt Billiger)"은 실효성 있는 기준과 올바르고 공정한 노동을 위한 행동 가이드와 일자리의 확고한 미래를 보여줄 수 있다. 이런 전략은, 한편으로는 노동자들의 참여 가능성, 공동결정 가능성, 자격 취득 가능성 등을 포괄하고 확대하는 노동 지향적인 조직이 되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글로벌 경쟁상황에 대처함과 동시에 조직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하는 필요성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더 싸게 대신 더 좋게"은 독일 산업의 미래를 위한 선택으로서 기술 선도를 목표로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인더스트리 4.0 또는 제4차 산업혁명은 좋은 노동, 기술적인 혁신, 공동 의사결정은 결코 모순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기술적으로도 효율적이고 사회적으로도 균형 잡힌 해법을 찾을 때 이 전략은 미래를 보여주는 나침판과 같은 것이 된다.     


인더스트리 4.0을 실현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작업그룹을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으로 명명하고 모든 구성원들이 행동해야 할 지침을 <참고 1>처럼 마련했다.                    


<참고 1> 플랫폼 인더스트리 4.0 행동지침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은 모든 분과학을 아우르는 전문가들의 모임인 작업그룹의 틀 내에서 인더스트리 4.0에서의 "인간과 노동"으로 발전했다. 이 작업그룹은 근본적으로 세 가지 목표를 추구한다.

① 노동자 지향적인 노동정책과 자격 부여 정책의 관점에서 노동과 일자리(기회와 위험)의 시사점, 그리고 노동수요에 대해 조사하고 문서화한다.

② 직업교육훈련을 위한 안내와 지원, 그리고 사회-기술적인 설계 관점과 이에 상응하는 참조 프로젝트 또는 시험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③ 노동자의 참여적 직무설계와 생애주기형 자격부여 정책과 같은 혁신적인 접근방법을 장려한다. 이런 접근방법은 나이, 성별, 자격 수준을 넘어 모든 노동자들을 고려해야 한다.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은 이해관계자 또는 파트너들과 정기적으로 대화해야 한다. 이런 대화를 통해 인더스트리 4.0의 실행에 있어 중요 진척상황, 문제 영역, 해결 가능성 등을 투명하게 하고 자문을 받아야 한다.

플랫폼은 비즈니스 대내외 참여자들과 국내외의 이해관계자들에게 현재 활용되고 있는 지식을 전수할 수 있도록 활용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혁신적인 지식경영 외에도 폭넓은 사회네트워크가 포함되어야 한다.



5. 인더스트리 4.0을 위한 교육훈련                         


이 장은 다음의 문헌을 참조한 것임

Umsetzungsempfehlungen für das Zukunftsprojekt Industrie 4.0(April 2013)의 “Aus- und Weiterbildung für Industrie 4.0”


제4차 산업혁명의 실행은 노동 지향적인, 사회-기술적인 공장 시스템과 작업(노동)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는 직업적 학문적 교육훈련 방식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생산기술요소의 효율적인 개발뿐만 아니라 그 기계와 제품의 사용자들이 광범위하게 요구하는 필요도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이러한 기술변화와 사회적 압력으로 인해 직무와 역량 프로필에서 노동자들이 가상의, 그리고 실제의 기계장치를 조정하면서 생산관리시스템과 협력하면서 기계장치와 시스템을 상호 조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ICT, 생산기술과 자동화 기술, 소프트웨어가 동반 성장 발전함으로써 노동자들의 행동 영역이 기술적으로, 조직적으로, 사회적으로 매우 넓게 확장되었으며 이는 노동자들이 더 복잡한 많은 과제들을 극복해야 하는 짐을 짊어지게 되었다는 뜻이다.     


IT 전문인력의 자격부여 제도에서도 인더스트리 4.0 때문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다. 여러 분야의 응용 수요를 인식하는 능력, 글로벌한 맥락에서 개발 파트너를 확보하는 능력이 순수한 기술적 스페셜리스트의 특성보다 더 중요해졌다.      


업무의 복잡성이 표준화된 교육훈련의 내용과 한계를 설정할 것이며 디지털 경제의 요구를 교육훈련에서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조업과의 대화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미래에는 대학이 오늘날보다 더 강력한 교육훈련 파트너가 될 것이다. 이공계 교육에서 압축적으로 가르치는 기초과정뿐만 아니라 심화과정에서도 경영실무를 가르쳐야 할 것이다. 이공계의 경계를 허물고, 경영기법과 프로젝트 관리 같은 포괄적인 과목들이 지금보다 더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역시 기업과 고객이 대학과 같은 IT 전문인력의 교육훈련기관에 대한 변화를 위한 자극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IT와 제조기술의 밀접한 동반성장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따라서 인더스트리 4.0을 위한 중요한 학습내용은 소프트웨어 기술뿐만 아니라 제조기술도 철저하게 확인되어야 하고 적절히 상호작용하여야 하며 방법론적으로 상호 세련되어야 한다.      


특히 기업의 창조적인 분야, 예를 들어 학제적인 제품 개발이나 프로세스 개발 등과 같은 분야는 완전히 새로운 자격을 요구할 수 있다. 이것은 기업들에게 줄어들고 있는 노동시장과 시장의 높은 변동성(리스크)에 반응하는 이중의 전략을 가능하게 한다.     


아울러 직업적인 성인교육개발(교수법, 직업교육내용 등)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특히 직업적인 교육훈련과 정규 교육기관의 교육훈련 간의 호환가능성도 살펴봐야 한다. 말하자면, 교육훈련과정에서 제안하는 시스템과 전문분야 이외의 역량이 있을 수 있다. 일자리에 중요하고 꼭 필요한 역량을 어떻게 확인하고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이슈는 역량평가(Kompetenzbewertungen)를 기초로 개선되어야 한다.      


생산과정 전체를 조망하는 지식과 모든 관계자들이 협업을 하는 지식에 대한 요구가 증가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메타인지 능력(초인지 능력)이 더욱 필요해질 것이며, 나아가 사회적 역량도 높은 가치를 얻을 것이다.    

  

그래서 예전에 서로 나누어져 있던 부서와 분과학들이 강하게 맞물림으로써 상호작용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전문적 시각에서 보더라도 요즘 논문에서 수없이 나타나는 학제적 역량이 강력하게 요구되고 있다. 노동자들이 직업과 관련한 자격을 얻을 가능성을 스스로 인식하고, 이를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비공식적인 교육훈련을 인정하기 위한 표준을 개발해야 한다. 이와 관련된 교육목표는, 새롭고 온전한 조직 관련 지식을 전수하고 운영시스템의 투명성을 통해 확실하게 행동하도록 촉진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에게 자격 부여를 위하여 교육훈련내용과 한계를 확장하고자 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특히 일자리를 위한 교육훈련에는 장기간의 노동생활을 감당할 수 있는 전제로서 건강, 운동, 개인생활 등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 등도 감안해야 한다.    

  

학습을 장려하는 직무설계와 적절한 자격 부여 전략을 통해 인간 중심적인 생산조직의 설계를 가능케 해야 한다. 여기에다 이질적인 교육훈련, 여러 경험과 다양한 역량을 갖춘 직원들로 구성함으로써 인간과 기업의 혁신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므로 생활 속에서 얻는 학습내용과 사이버물리시스템(CPS)에 기초한 시스템의 신속한 기술변화를 수용해야 하므로 "학습을 장려하는 직무설계"(lernförderliche Arbeitsgestaltung)는 스마트 팩토리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일자리와 삶에서 얻는 외부적인 학습효과성과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직업적 학습효과성에 대해 지속적인 비교 연구가 되어야 한다.     


인더스트리 4.0의 일자리는 무엇보다도 사이버물리시스템(CPS)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직원들 간의 의사소통이 장려되고, 일하는 평일에도 노동활동을 지원하고 학습과제를 익히고 육체적으로도 훈련하는 등 노동과 생활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항상 노동자들의 육체적 정신적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야 한다. 작업팀을 구성할 때, 노동자들의 서로 다른 역할과 다양한 출신 배경을 고려해야 한다.     


<참고 2>는 독일뿐만 아니라 관심 있는 나라와 기업체, 연구기관, 대학 등이 연합하여 인더스트리 4.0과 관련된 기술과 지식을 인터넷을 통해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우수한 인재들을 필요로 하는 기관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포털을 개설했다.               

           

<참고 2> 아카데미 큐브(Der Academy Cube)

아카데미 큐브는 독일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산업체와 공적기관들의 이니셔티브다. 이것은 인더스트리 4.0에 의해 생기는 인력수요에 수합하는 새로운 자격 부여 형태와 내용을 목표로 한다. 특히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는 남유럽 여러 국가에서 온 전문 인력들에게 학습과 취업의 기회를 제안하는 것이다. 관심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모국에서 어떤 역량과 지식을 습득했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아카데미 큐브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아카데미 큐브는 ICT 분야와 공학 분야에서 구직하고자 하는 학자나 전문가들은 목표로 하는 자격을 얻을 수 있으며 기업체와 구체적인 접촉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클라우드 기반의 플랫폼을 통해 이루어진다. 여기에는 기업과 교육연구기관들이 이러닝 코스를 제공하고 구체적인 직무기술서도 함께 공개되어 있다. 구직자들은 특정한 직무기술서에서 요구하는 부족한 자격을 이 플랫폼의 도움으로 적절한 자격증을 얻을 수 있다. 표준화된 커리큘럼에 기반하고 있는 잠재적인 구인기업체에는 교육훈련의 질적 수준과 교육내용의 투명성에 관하여 확신을 갖게 될 것이다. 우수한 후보자는 참가기업의 일자리에 자동적으로 매치될 것이다. 

아카데미 큐브는 교육과학부(BMBF)와 SAP가 이끄는 AG 6 CeBIT 2013의 "Bildung und Forschung für die Digitale Gesellschaft"에서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 2013년 3월부터 인더스트리 4.0 주변 환경으로부터 도출된 6개의 완벽한 커리큘럼과 12개의 구체적인 코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우선적으로 자동화, 빅데이터 분석, 생산 및 로지스틱스 과정, 안전 및 데이터 보호 등이 학습내용에 포함되어 있다.



6. 나가면서 인사조직 측면에서의 시사점      


6.1. 인간에 부합하면서도 학습을 장려하는 직무설계     


독일의 기업, 대학, 연방정부, 연구기관에서 인간, 조직, 기술에 대한 관점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대강 이해할 수 있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제2차 세계대전 후에 경제재건을 위한 기계화와 자동화에 집중하면서 기술을 중시하는 시대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인간에 부합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노동의 인간화가 중요하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에 따라 주당 노동시간을 축소하고 상점을 열고 닫는 시간을 규정하는 등 노동과정을 계획화할 수 있도록 했고 단순화했다.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자체의 투명성과 합리성 그리고 인간화의 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여왔다.      


조직운영 플랫폼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1976년 <공동결정법>을 발효한 것이다. 이 법은 중요한 의사결정은 반드시 이해당사자들의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정한 직무담당자가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지배하고 통제하는 관행, 명령과 복종의 수직적 계층구조를 불식시켰다. 어느 정도 분권화된 수평구조로 기업 조직을 운영해왔다. 이런 방식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단점은 오히려 업무수행의 완벽함을 요구하게 되고 노동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계기를 만들어 줌으로써 훨씬 더 큰 장점을 갖게 되었다. 업무과정 전체를 게슈탈트적으로 이해하여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특히 노동자들이 노동과정에서 지속적인 학습이 일어나도록 대화와 토론을 장려하는 조직문화가 정착되었다. 나아가 학습을 장려하는 문화는 토론과 합의라는 수평적인 조직운영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21세기 들어서면서부터 이런 조직운영 플랫폼은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제조공정의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이를 인더스트리 4.0으로 명명하여 선도하고 있고, 보다 더 많은 혁신적인 일자리 창출 정책을 펼치고 있다.      


6.2.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에서 무엇을 생산할 것인가     


오늘날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로봇, 사이버물리시스템 등의 발달은 인간의 상상력을 넘어서는 변곡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이성적 합리적 판단뿐만 아니라 점차 감정적 영역까지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은 이미 인간의 고도한 지적 분석능력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일보(2016.02.28)는 뉴욕타임스를 인용하여 "50명 직원이 만든 금융분석 로봇, 월가를 위협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골드만삭스의 직원들은 금융분석 프로그램 켄쇼(Kensho)를 사용한 후 놀라움 감추지 못했다. 그들이 일주일 동안 매달리거나 사람을 고용해 처리하던 일을 켄쇼는 순식간에 해냈기 때문이다...... 켄쇼는 기업의 실적과 주요 경제수치, 주가의 움직임 등 방대한 양의 금융데이터를 분석해 투자자들의 질문에 답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시리아 내전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켄쇼의 검색 엔진에 ‘시리아 내전 격화(Escalations in The Syrian war)’를 입력하면 켄쇼는 불과 몇 분 안에 미국과 아시아의 주가 변동, 천연가스와 유가의 움직임, 심지어 캐나다 달러의 환율 변화 등 다양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여준다..... 켄쇼와 같은 인공지능 로봇의 등장은 금융계의 대량실업도 예고한다. 2013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일자리의 약 47%가 로봇으로 대체될 수 있다. 금융계는 54%로 평균보다 다소 높은 편이다. 정보 수집 및 분석과 관련된 일은 로봇이 보다 정교하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의 분권화된 스마트 팩토리, 유통업의 드론 및 자율 자동차, 금융업의 경제분석 로봇, 교육계의 자기주도적 맞춤형 학습을 장려하는 지능형 프로그램, 의료계의 영상의학 및 수술로봇장비 등은 지금까지 인간의 고유한 업무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세계를 기계가 대체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루 맥아피는 이런 상황을 『제2의 기계시대』라고 불렀다.      


제2의 기계시대는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지금까지 우리가 상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의 염려는 기술발전으로 인한 기계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독일의 경우, 핵발전소를 2022년까지 전면 폐기하기로 연방의회에서 2011년에 결정했다. 이런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대화하고 토론하는 기간이 25년이나 걸렸다. 합의제 민주주의가 느린 의사결정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있지만, 대화와 토론을 통한 합의야말로 가장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합의는 변증법적 사고의 최종단계에 이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합의한다는 것은 테제(These)에 안티테제(Antithese)를 제안하고 이 테제와 안티테제를 놓고 끊임없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테제와 안티테제를 포괄하는 완전히 새로운 합의안, 즉 신테제(Synthese)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신테제는 매우 창조적인 해결책이 될 수밖에 없다.           


독일 핵발전소 예를 들어보자. 25년간 테제와 안티테제를 가지고 갑론을박을 해왔다(참고로 독일 녹색당의 핵발전소 전면 폐기 주장과 달리, 보수당인 기민당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물리학 박사 출신으로서 핵발전소를 계속 가동하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오랜 기간 대화와 토론을 해왔지만 합의안(Synthese)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터지고 말았다.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된 일본에서조차 핵발전소를 제어하지 못하고 재앙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험한 것이다. 그러자 독일 정치인들은 완전히 새로운 합의안을 창조적으로 만들어냈다. 바로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발전시켜서 핵발전소를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완전히 새로운 창조적인 대안을 신테제로 만들어낸 것이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핵발전소를 포기한 대가로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을 확보했다. 이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도 거의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헤겔이 말한 변증법적 역사발전의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사례를 통해 과학기술이 인간의 이성과 감성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변곡점의 시대에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와 같은 엔지니어링의 문제보다는 '무엇을 생산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요구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사유는 아마도 오랫동안 기계로 대체되지 않을 것이다.     


6.3. ‘중앙집권화에서 분권화     


지난 20세기까지의 기술은 조직운영의 권한을 피라미드의 정점으로 집중화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대부분의 공장은, 기계화와 자동화 기술에 의한 중앙통제시스템이 작동하도록 설계되었다. 이에 따른 생산과정도, 그 운영방식도 피라미드형 계층구조로 이루어졌다.      


인더스트리 4.0 시대에는 분권화의 개념이 적합하게 되었다. 생산과 유통과정에 필요한 기계장치, 설비, 부품 등 모든 설비에 고유한 역할과 책임이 내재됨으로써 중앙통제시스템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독일 지멘스의 암베르크 공장에서는 1년에 1,000여 개의 제품을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약 6만여 고객들에게 납품하고 있다. 이때 생산을 위해 필요한 부품의 수는 대략 30억 개 정도가 된다. 무한대에 가까운 부품과 부품 간의 상호작용, 부품과 기계설비 간 상호작용을 중앙통제시스템을 통해 획일적으로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부품과 기계·설비들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인간의 명시적인 명령이나 개입이 없이도 스스로 과제와 임무를 수행해가도록 분권화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인더스트리 4.0 또는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고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공장의 운영조직뿐만 아니라 기업 조직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중앙집중식의 피라미드형 수직적 계급구조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네트워크형 수평적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전후 지금까지 환경변화에 따라 능동적으로 인간 중심의 수평적인 조직설계와 운영방식의 변화를 모색해왔던 독일 기업들에 비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분권화의 개념을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조직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는 일인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신의 고유한 역할과 책임이 부여되도록 조직설계를 해야 한다. 이러한 역할과 책임을 성과책임(accountability, Verantwortung)이라고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성과책임을 완수하는 과정에서 관련된 조직구성원들뿐만 아니라 대외적인 이해관계자들도 대화와 토론을 통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변증법적 대화와 토론의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우리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이 이런 수준으로 변화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영미식 기업 의사결정 모델은 소위 최고경영자(CEO)가 결정하여 아래 계층의 임직원들에게 하달하는 방식을 취하지만, 유럽 대륙, 특히 게르만형 기업 의사결정 모델은 중요 사안을 이사회 의장 일인이 독자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사회(Vorstand)의 이사들에 의한 집단 합의제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며, 이런 이사회의 결정도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감독이사회(Aufsichtsrat)의 합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이사회의 결정 중에서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은 직원협의회(Betriebsrat)의 합의를 거쳐야 한다. 이렇게 모든 결정이 수평적인 대화와 토론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독일 산업계의 노사평화는 물론이고 합리적이고도 창의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이런 합의정신에 의한 기업경영은 회사의 비전, 목적, 방향 등에 관한 게슈탈트를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것이 근로시간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데도 불구하고 생산성이 높은 이유이다.     


아울러, 분권화와 관련하여 반드시 언급해야 할 것이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 중에서도 디지털화폐를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의 발전은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비트코인(Bitcoin), 이더리움(Etherium), 라이트코인(Litecoin), 리플(Ripple), 등 다양한 디지털화 폐가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을 이용하여 자유롭게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과 관련해서는 불법적인 자금세탁 수단으로 악용되는 등의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고, 이더리움과 같은 대안 화폐가 새로이 나타나는 등 아직은 도입단계다. 이 새로운 화폐들이 어떤 방식으로 금융권에 태풍을 몰고 올 것인지에 대해 초미의 관심을 끈다. 특히 JP모건이나 UBS 같은 세계적인 거대은행들도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화폐를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렇게 모든 거래가 분권화될 수 있는 것은,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의 특징 때문이다. 일단 거래가 일어나면 그 기록이 블록에 담기고, 다음 거래에서는 새로운 블록이 생성되고 이 새로운 블록은 이전 블록을 포함하고 있다. 이 거래내역은 해당 네트워크에 참여한 모든 사용자에게 P2P 방식으로 공유되고 저장된다.      


이러한 블록체인 기술은, 기존처럼 금융거래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과 같은 중개기관을 통할 필요가 없게 된다. 금융 서비스 업계에는 아직 이에 대한 우려와 혼란이 남아있지만, 오픈소스 방식으로 개발된 알고리즘이 향후 대부분의 금융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소프트웨어 기술이 새로운 경제체제를 지탱하는 근본이 될 것이며, 이를 프로그램 경제(programmable economy)라 부르기도 한다.     


여기서 인사조직 측면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모든 거래가 중앙집중식으로 통제된 방식에서 거래 참여자들 각각으로 분산 처리된다는 점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제조공정의 분권화는 생산되어야 할 제품에다 제조공정에 관한 모든 정보를 담아 기계설비와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생산설비 자체를 중앙에서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을 말한다. 일종의 생산과정의 민주화라고 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금융거래의 분권화와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사회가 분권화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6.4. 리더십이란 합의를 이끌어내는 행위다     


조직운영의 분권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 현대사는 한 곳으로 집중화되는 권한을 분권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우리나라는 이와는 반대로 경제개발 시대의 리더십은 일반적으로 ‘나를 따르라’는 명령과 통제의 리더십이었다. 조직운영 방식과 관련해서 이순신 같은 지도자가 나타나서 우리 사회를 구원해 줄 것을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정부조직이든, 기업 조직이든, 심지어 가정과 같은 소규모 조직에서도 가부장적 권위주의에 의해 운영된다. 피라미드 정점에 있는 일인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어 있는 것을 바람직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오늘날 리더십은 항상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출발한다. 독일인들은 타자에 대한 관점은 어릴 때부터 자신과 동일한 성정을 가진 사람으로 간주하여 서로 협력하도록 가르친다. 서로 경쟁하도록 서열화하거나 계급화하거나 차별화하지 않는다. 나와 다른 견해를 가졌다면 대화와 토론으로 합의를 이끌어 가는 대화법(dialectic)을 배운다. 지배와 통제의 계급화된 사회를 거부하도록 가르친다.     


리더십에 관한 현대적 의미는 모든 구성원들의 집단지성을 발현할 수 있도록 대화와 토론을 통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행위를 말한다. 나아가 이런 합의정신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조건과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조직운영의 분권화를 추구하고 있는 인더스트리 4.0 또는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리더십의 개념은 완전히 바뀌었다.      


끝으로, <참고 3>을 덧붙였다.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의 학술 자문위원회에서 제기하고 있는 17개의 논제들을 찬찬히 읽어볼 필요가 있다. 독일인들이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피할 수 없는 물결에 대한 현실인식과 변화를 추진할 때 매크로 레벨과 메조 레벨에서 어떻게 사유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참고 3>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의 학술 자문위원회의 17개 논제

제4차 산업혁명의 관점에서 무엇이 다가오고,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

인간

1. 노동조직의 인간 중심적 설계를 위한 다양한 가능성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자기조직화와 자율성의 의미에서도 그렇다. 특히 노인에게 적합하고 각종 연령에 부합하는 직무설계를 위한 기회가 열렸다.

2. 인더스트리 4.0은 사회-기술 시스템으로 이해해야 하며, 이는 직원들의 업무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자격 부여와 행동의 자율성을 신장하며, 지식 접근성을 확실하게 향상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3. 학습을 장려하는 지원 도구(학습도구 등)와 소통이 자유로운 직무 형태(학습동아리 등)는 교수학습의 생산성을 높이고, IT 스킬이 포함된 새로운 교육훈련내용이 생겨난다.

4. 쓸모 있으면서도 학습을 장려하는 인공품인 학습도구는 사용자에게 그 기능을 자동적으로 알려준다.

기술

5. 인더스트리 4.0 시스템은 사용자가 간단하게 이해하고, 직관적으로 서비스받으며, 학습을 장려하고 믿음직스럽게 반응해야 한다.

6. 일반적으로 접근이 쉬운 솔루션 패턴은 많은 행위주체들에게 인더스트리 4.0 시스템을 설계하고, 실행하고, 운영할 수 있게 해준다. (Industrie 4.0 by Design)

7. 제품과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네트워킹과 개별화는 모든 것을 복잡하게 만든다. 이러한 복잡성은 예를 들어, 모델화, 모의실험, 자기조직화를 통해 관리된다. 더 큰 해결 영역을 더 빠르게 분석하고 해결책을 더 빠르게 찾아낸다.

8. 자원의 효과성과 효율성은 연속적으로 계획되고, 실행되고, 감시되고, 자율적으로 최적화될 수 있다.

9. 지능적인 제품들은 능동적인 정보전달자이며 제품의 모든 생애주기 단계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기록하고 이를 구별해낼 수 있다. 

10. 시스템 구성요소는 제조장비 내에도 필요한 정보를 기록하고 이를 구별해낼 수 있으며, 이것은 제조 시스템과 제조 프로세스의 가상 계획(virtual plan)을 지원해준다. 

11. 새로운 시스템 구성요소는 교체되더라도 새로운 기능이 호환되도록 할 수 있다.

12. 시스템 구성요소는 그들의 기능을 다른 것들도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13. 새로운 보안문화는 신뢰할 수 있고 빠르게 회복 가능하며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인더스트리 4.0 시스템을 가능하게 한다.

조직

14. 기존의 것이라도 새롭고 부가가치를 가지고 있는 가치 창출 네트워크는 제품, 생산, 서비스를 통합하고 분업의 역동적인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15. 협업과 경쟁(협력적 경쟁, coopetition)은 경영학적으로 그리고 법적으로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낸다.

16. 시스템 구조와 비즈니스 프로세스는 그때마다 유효한 법률 프레임에 따라 만들어지며 새로운 법률적 해법은 새로운 계약 모델을 가능하게 한다.

17. 지역의 가치 창출을 전달할 기회가 생겨날 것이며 개발도상에 있는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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