볶음밥 위에 닭가슴살
오늘의 메뉴
닭가슴살 볶음밥
메추리조림
낙지젓
닭가슴살은 늘 그렇듯, 성실한 음식이다.
뻔하디 뻔하고, 퍽퍽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보답해줄 것 같은 맛이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이 있듯, 지금의 퍽퍽함은 나중의 나의 몸에 한줌 단백질원이 되지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요즘 내 하루는 조금 메말라 있다.
반복되는 보고서와 회의. 기운이 빠진다기보다 맛이 사라진 기분이다.
그럴 때 나는 불을 켜고 프라이팬을 달군다.
닭가슴살을 한입 크기로 썰어 밥 위에 올리고, 버터 한 조각과 간장을 살짝 둘러 볶는다. 지글지글 그 소리를 들으면 마음의 기름도 조금 도는 것 같다.
닭가슴살 볶음밥은 맛보다는 ‘과정’의 음식이다.
닭가슴살과 함께 볶는 과정이 아닌 닭가슴살만 빠로 삶고 구워낸다음 따로 한켠에 둔다. 그러고는 한쪽에는 야채와 밥을 열심히 볶는다.
한참을 볶아도 색은 변하지 않고 냄새도 조용하다.
하지만 참을성 있게 볶다 보면
어느 순간 노릇한 갈색이 팬에 스며들며 ‘이제 됐다’ 싶은 순간이 온다.
그때 비로소 ‘苦’의 과정이 끝나고 ‘甘’의 냄새가 퍼진다.
양심의 가책이 있어 계란 대신 조금 짠 메추리조림을 옆에 두고, 매콤한 낙지젓을 한 숟가락 올린다.
다이어트 식의 닭가슴살은 단조로운 하루에
짠맛과 달짝지근한 맛이 들어오며 세상이 다시 입안에 돌아온다.
살짝 허무했던 마음도 이렇게 간을 맞추듯 정리된다.
오늘의 도시락을 덮으며 생각한다.
고진감래란 결국,
닭가슴살 볶음밥이 메추리조림과 낙지젓을 만날 때 완성되는 맛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