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햄릿은 우유부단한가? 햄릿이 돈키호테 같은 성격이었다면 덴마크 왕조의 역사는 바뀌었을까? 문과적 질문에 정답은 없다. 누구라도 나름의 지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며 토론할 수 있다.
코페르니쿠스 혁명(1543년) 이후, 과학사의 주목할 혁명은 1859년 다윈의 <종의 기원> 발간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미국 대학 졸업자의 절반이 진화론을 믿지 않는다고 하고,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이 열 명 중에 한 명 꼴이다(미국 뉴햄프셔 대학의 2021년 조사는 이를 잘 보여준다). 과학을 믿지 않는 것인지 진화론을 믿지 않는 것인지 이런 사태에 대해 영국의 과학자이자 소설가인 찰스 퍼시 스노는 이미 1959년 <두 문화(The Two Cultures)>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우리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려면 과학자들이 셰익스피어에 대한 알고 있는 만큼 비과학자도 열역학 제2법칙에 대해 알아야 한다." – 찰스 퍼시 스노, <두 문화> 중
아이가 대학에 합격했을 때, 아빠 추천 도서 17권을 일단 추린 적이 있었다. 이공계 공부를 선택했기에 주로 인문도서(역사, 철학, 심리, 인문사회, 자기개발 + 소설) 위주로 선정했었다. 언젠가 과학고 1학년 부모라면서, 수학·과학책도 추천해 달라고 내 블로그에 비밀 댓글을 남겨놓으신 분이 있었다. 블로그는 백업용으로 글만 올려두는 것이라 댓글은 거의 방치한다. 내 아이가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 목록을 정리해 둔 것이 있음이 기억나 조금 업데이하여 답댓글을 남겨드렸다.
이 글의 원문(지금 첨삭하고 있는)과 책 목록은 그 때 이과 고등학생용으로 추천한 것이다. 교양 과학도서라고 하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인내를 요구하기도 한다. 내가 읽어본 책으로만 구성된 목록이라 당연히 지엽적일 수밖에 없기도 하다.
<고등학생용 수학·과학 추천 도서>
-수학 일반: 틀리지 않는법(조던 엘렌버그),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사이먼 싱), 아름다움은 왜 진리인가(이언 스튜어트), 수학은 과학의 시다(세드리크 빌라니)
-물리학 일반: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이강영), 시간의 역사(스티븐 호킹), 거의 모든 것의 역사(빌 브라이슨), 대칭과 아름다운 우주(리언 레더먼)
-천체물리학·입자물리학: 엘리건트 유니버스(브라이언 그린), 맥스 테크마크의 유니버스(테크마크)
-상대성이론: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오정근), 빛보다 느린 세상(최강신)
-양자역학: 우연에 가려진 세상(최강신), 다세계(숀 캐럴), 부분과 전체(하이젠베르크)
-열역학: 볼츠만의 원자(데이비드 린들리), 열역학(스티븐 베리)
-생물학 일반: 생명이란 무엇인가(슈뢰딩거), 생물과 무생물 사이(후쿠오카 신이치), 우연과 필연(자크 모노)
-진화 생물학: 이기적 유전자 or 확장된 표현형 or 눈먼 시계공 or 지상 최대의 쇼(리처드 도킨스)
-진화 심리학: 오래된 연장통(진중환)
-뇌과학(뇌공학): 두뇌 실험실(라마찬드란)
-과학 철학: 과학혁명의 구조(토머스 쿤)
-과학자: 랩걸(호프 자런),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파인만),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룰루 밀러)
그 동안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지금 다시 보니 목록을 업데이트 하고 싶어졌다. 그러다가 생각이 삐져나왔다. 브런치도 시작한 기념으로 사용법도 익힐 겸 시험 삼아 그동안 수학·과학책 독후감 적었던 것을 하나로 묶어보자. 제목은 <무늬만 이과 남자의 과학책 읽기> 정도로 해서 ‘브런치 북’을 만들어보자고. 그런데 일단 글을 게시(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북을 만들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브런치 북 기준이 되는 10~30장을 채울 수 있는 독후감은 이미 있다. 목록을 잡아 보았다. 몇 년이 지난 독후감도 많아서 다시 쓰는 수준으로 수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여튼 이렇게 시작해 보자고 마음은 먹었다.(오늘 아침에 물리학 파트의 첫 책으로 <나의 시간은 너의 시간과 같지 않다>는 브런치에 공개해 두었다.)
0. 프롤로그
<물리학>
1 나의 시간은 너의 시간과 같지 않다
2 다세계
3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4 세상 물정의 물리학
5 우연에 가려진 세상
6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
<생물학>
7 노화의 종말 Vs. 우리는 왜 죽는가
8 랩걸
9 생물과 무생물 사이
10 이기적 유전자
11 매혹하는 식물의 뇌
12 모든 생명은 서로 돕는다
<수학>
13 역사를 품은 수학, 수학을 품은 역사
14 에미 뇌터 그녀의 좌표
15 수학의 감각
16 틀리지 않는 법
17 평균의 종말
<과학기술 일반>
18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
19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20 내가 된다는 것
21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22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AI 지식
23 과학이 사랑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모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