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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somLEE 티솜리 Nov 28. 2024

나의 시간은 너의 시간과 같지 않다

무늬만 이과 남자의 과학책 읽기(물리학 01)

세상은 우리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自然). 스스로 그러한 것. 자연의 일부인 인간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은 내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살아가지 않는다.


"어둠이 흩어지면 빛이 될까?" SNS 친구분의 시 같은 문장을 보고 생각했다. '흩어지려면 어둠은 일단 입자(particle) 이어야겠지? 파동(wave)도 흩어진다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나? ...' 


물리학자에 비하면 나 또한 '물알못'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교양과학도서는 꾸준히 읽는 편이다. 스티븐 호킹이 <시간의 역사>에서 했던 말은 여전히 지금의 내게도 물리학으로서가 아니라 인간 이해의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양자역학의 파동-입자 이중성으로 인해서 빛은 파동이면서 동시에 입자로 간주될 수 있다. 파동과 입자는 인간이 만든 개념이다. 자연이 반드시 그 개념들에 맞게 분류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물리학자들의 생각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화여대의 최강신 교수는 상대성이론을 설명하는 책 제목으로 <빛 보다 느린 세상>을 선택했다. 얼마전에 새 책을 출간한 김찬주 교수는(우연히 이 분도 이화여대에 계신다) <나의 시간은 너의 시간과 같지 않다>를 책 제목으로 내세우셨다(아마 편집자의 최종 선택이었겠지만 그런 것까지 따지지는 말자). 


대학생 아들과 지하철을 타고 가다 물어보았다. 너는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고 있니? 녀석이 좀 고민한다. 이해하고 있다고 그러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아빠가 말할 것 같다고. 다시 한번 물어보았다. 그래도 고등학교 때 시험도 봤는데 양자역학은 그렇다 쳐도 상대성이론은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그런다.


서른 즈음의 나에게 큰 영향을 준 책이 호킹의 <시간의 역사>다. 시간과 공간은 분리된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시공간(spacetime)으로 하나의 개념이라는 것, 사건의 동시성이라는 것은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등을 처음으로 제대로 배웠(읽었)다. 나도 과학고 출신인데 우리 때는 양자역학도 상대성이론도 배우지 않았다. 온통 뉴턴 역학이었다. 과연 나는 진짜로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고 있는지 내 자신에게 궁금증이 생겼다. 이럴 즈음 때마침 김찬주 교수가 책을 내셨다.


상대성 이론을 수학적으로는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개념적으로라도 이해할 때 <빛 보다 느린 세상>과 <나의 시간은 너의 시간과 같지 않다>가 시적 과학으로 읽힐 수 있다. 세상의 모든 '물알못'에게 이 책 권한다. 김찬주 교수의 의도처럼 과학·수학 전혀 모르는 사람도 이 책으로 아인슈타인이 열어놓은 그 엄청난 충격적인 세계를, 우주를 경험할 수 있을런지도.


덧말1. <시간의 역사>는 사실 좀 많이 어려울 수 있다. 지금은 변종으로 나온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 를 먼저 읽어도 좋겠다.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도 출간되어 있다


덧말2. 역시 자연은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세상 사람은 더더욱 그러하다.

(김찬주, 세로북스,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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