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계(숀 캐럴)

무늬만 이과 남자의 과학책 읽기(물리학_02)

by TsomLEE 티솜리

별안간 천둥 번개가 치다가 잦아들었다.


정답이 '플라즈마' 였음을 입학한 이후에 알게 되었다. 나는 과학 단답형 문제에 답하지 못했다. 나름 자신 있었던 학률 문제에 실수를 범했음은 시험 문제 복기 중에 깨달았고, 더더욱 강점이 있었던 국어과목에서도 단답형 문제 '구개음화'도 틀렸다.


30년도 훨씬 지난 일이지만 과학고 입시에 나왔던 저 세 개의 문제는 지금도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그런데 사실 나는 지금도 플라즈마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기체도 아니고 액체도 아니고 고체도 아닌, 제 4의 상태, 번개는 일종의 플라즈마 현상이라고 한다지만...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태양도 플라즈마 상태라고 하는데...)


나와 30년의 간격을 가진 아들이 몇 년 전 과학고에서 과학실험대회에 참가한 주제는 양자점(Quantum Dot) 이었다. 대학 입시 물리 구술 시험 때 입사관은 아들에게 '양자점의 정의가 무엇인지' 물었다고 했다. 요즘에는 <양자물리학>이란 제목의 범죄 액션 영화도 나왔으니 양자역학이 대중에게 낯선 단어는 아니다. 8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내가 다녔던 과학고등학교에서도 양자역학을 가르치지 않았다. 부끄럽게도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한참 동안 ‘슈뢰딩거의 고양이’(양자 중첩 상태)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지금도 여전히 양자역학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양자역학에 관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미궁으로 더 깊게 빠져드는 느낌이다.


현대 물리학은 양자역학으로 시작했다. 숀 캐럴은 양자역학의 해석 중 하나인 다세계(Many Worlds) 이론을 설명하는 이 책의 프롤로그를 아래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론물리학 박사쯤 되면 양자역학을 겁낼 수 있다. 그러나 일반인이라면 겁낼 필요가 없다.”


사실 거짓말이다. 이 책 나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시공간이 근본적인 물리량이라는 생각은 아주 틀린 생각이다. 시공간은 단지 기하학적 형태를 가진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는 문장에는 수식 하나 없다. 철학적 사고가 아니라 물리학 이론에 기초한 문장임에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 책 너무 흥미진진하다. 수식들, 물리학 전문 용어도 자주 등장하지만 그냥 무시해 버리면 된다. 나는 일반인이니까. 겁낼 필요 없이.


일부의 물리학자들에게 휴 에버렛은 뉴턴, 아인슈타인의 계보를 잇는 천재 물리학자로 거론되기도 한다. 에버렛이 양자역학의 다세계 해석을 박사학위 논문으로 발표한 것이 1957년이었는데, 그는 학계에서 철저히 외면당했다. 그리고 학계를 떠났다. 그런 에버렛을 칼텍 연구교수였던 이 책의 저자 숀 캐럴은 물리학자로서 이론에 근거하여 지지한다.


에버렛 지지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아래와 같다고 이 책에 소개되어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엘리자베스 앤스콤이 스승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과 우연히 마주쳤다. “사람들은 어째서,” 비트겐슈타인은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말문을 열었다. “지구가 자전을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말하지?” 앤스콤은 뻔한 대답을 했다.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글쎄,” 비트겐슈타인이 대꾸했다. “그럼 지구가 자전한다면 어떻게 보일까?”>


양자역학의 다세계 이론은, 측정이 일어날 때마다 자신이 여러 사람으로 갈라지고, 갈라진 자신은 다른 쪽의 존재는 절대로 알지 못한 채 세계가 분기되어 다세계가 만들어진다는 이론이다. 다세계 이론이 참이라면, 그것은 어떻게 느껴지고 어떻게 보일까? 이러한 다세계 분기에 대해 물리학자 레프 바이드만은 ‘자기위치 설정 볼확정성(self-location uncertainty)’이라고 부른다. “나는 우주에 대해서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내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만 빼고.”


<다세계:양자역학은 왜 평행우주에 수많은 내가 존재한다고 말할까(원제: Something Deeply Hidden)> 를 두 번 연속으로 읽었다. 책에 거론된 맥스 테그마크(MIT 물리학과 교수)의 책 <맥스 테크마크의 유니버스: 우주의 궁극적 실체를 찾아가는 수학적 여정(원제: Our Mathematical Universe: My Quest for the Ultimate Nature of Reality)도 이어서 읽었다…미칠 것 같다…로저 펜로즈의 <실체에 이르는 길(The Road to Reality)>도 읽어야 하는데...양자역학을 연구하는 물리학자들이 미치지 않는 것이 신비롭다. 아! 미친 물리학자들은 다른 세계에 존재하고 있는 걸까?


비가 오다 그쳤다. 이쪽 세상 나의 휴식시간은 끝. 일해야겠다.


(숀 캐럴, 프시케의숲, 2021년)(출처: 우리집 책장)


(맥스 테그마크, 동아시아, 2017년)(출처: 우리집 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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