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탄핵 표결일 1차) 여의도 지하철역에 내렸다. 엄청난 인파를 느끼며 국회 앞으로 걸어갔다(휩쓸리며 뚫고 갔다). 2016년 겨울의 광화문과는 분명 뭔가 달랐다. 20~30대 젊은 여성들, 그들이 손에 들고 있는 촛불 아닌 뭔가 반짝이는 물건.
하루가 지나지 않아 그 느낌이 해석되는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반짝이는 물건은 아이돌 콘서트 응원봉이라고 했다. 응원봉을 손에 들고 나온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이었다. 폭력적일 수 있는 시위 현장을 젊은 여성들이 평화 축제의 장으로 바꾸어 놓았다. 외국 기자가 한국인 시위문화에 대해서 이런 표현을 했다고 한다.(원출처는 확인 못했다)
“나라가 어두우면 집에서 가장 밝은 것을 들고 나오는 대한민국 국민”
IMF 시대에는 외환위기를 극복하고자 반짝이는 금을 가져 나왔다. 한 세대가 지난 지금은 반짝이는 응원봉이다. 응원봉의 주된 주체가 젊은 여성이다. 이미 100만 뷰를 넘긴 “대통령이 고3보다 삼권분립을 모르면 어떡합니까?”라고 외친 유튜브 영상의 연설자도 부산 어느 고등학교의 여자 학생이었다.
K-딸, 부산의 딸 '기성세대를 반성하게 만든 감동 연설'
뉴스타파의 분석에 의하면, 12.7 여의도 탄핵집회 참석자는 최소 27만 명이고 20대 여성이 가장 많았음을 보여준다. 10~20년 내에 한국은 여성이 주도하는 나라로 변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는 의심할 수 없는 통계값이다.
고 리영희 선생의 말씀을 우리는 기억한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정치적 좌우만을 얘기함은 아니다. 인간 세상도 남과여, 여와남이 함께 있어야 생존 가능한데 유사 이래 지금껏 불평등하고 부당한 남성 우위의 세상이었다.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에서 여성의 권리(남성과의 평등)를 주장한 것이 거의 100년 전 1929년이지만 여전히 불평등하다.(조금씩 나아지기는 하지만).
알려진 위대한 여성이 남성에 비해 빈약한 것은 남성이 여성보다 원초적으로 우수해서가 아니다. 여성은 머리가 나빠서 수학·과학을 못하는 것이 아니고, 여성은 체력이 나빠서 군인이 될 자격이 없는 것이 아니다. 여성 억압에 의해 만들어진 남성 중심 사고의 신화는 점진적으로 깨지고 있다. 과학도 국방도 여성에게 개방되었다. 대한민국의 과학고등학교는 1988년부터 여학생의 입학이 경기과학고부터 허용되었고(전국의 다른 과학고는 그다음 해부터), 사관학교 중에서는 공군이 1997년부터 여생도를 받아들였다(육사와 해사는 그다음 해부터).
육군사관학교의 수석 졸업생에 대한 통계는 남성 우위 신화에 시사점이 크다. 2012년에는 여성으로서는 첫 육사 수석 졸업생이 나왔고, 이듬해 수석 졸업생도 여성이었다. 남성 우위의 군대 조직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육사 졸업생은 졸업 등수에 따라 ~001, ~002 순으로 군번을 받게 되는데 1번 군번을 여성에게 주고 싶지 않았다(는 의심은 당연하다). 육사는 2014년부터 성적산출 방식을 바꾼다. 지적능력(일반학) 비중은 기존 73%에서 42%로 낮아졌고, 군사학·군사능력은 12%→25%, 체육은 3%→17%, 훈육은 10%→17%로 각각 성적 반영 비중이 높아졌다. 그 후 몇 년 간은 수석 졸업이 남생도에게 돌아갔지만,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연속으로 수석 졸업생은 다시 여성이 차지하였다.
과학, 국방에서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여성과 남성은 평등해야 한다. 여전히 2024년의 대한민국 사회는 많은 분야에서 불평등하다. 그러나 아마도 곧 이어질 세대에는 여성 우위의 사회가 만들어질 것 같다. 그 후 조금의 세대가 더 지나면서 양성(혹은 다성) 평등의 세계가 구현될 것을 평화와 정의를 사랑하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기대한다. 불평등은 나쁘다. 우리 시대 모든 젊은 여성과 남성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