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사태를 겪으며
2012년 대선이 끝났을 때, 이 또한 우리 국민의 선택이니 세상과의 단절보다는 잠시동안의 셀프 힐링 시간을 가졌다. 아내랑 초4 꼬맹이랑 책 한 권씩 챙겨서 집 앞 카페에 갔다. 아내는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2권>을, 나는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고 있었다. 꼬맹이 녀석이 살짝 졸렸었나 보다. 쿠션을 포근하게 살짝 안고는, 내 다리를 베개 삼아 이렇게 한동안 평온한 낮잠에 빠져들었다. 이 순간을, 평온한 일상을 아내가 폰카로 담았다.
그리고 12년이 지났다. 12.3 내란 사태 발생. 일주일째 대한민국 국민의 일상은 파괴되고 있다.
한강은 며칠 전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에서 80년 광주, <소년이 온다>를 들려주었다.
<(1980년) 군인들이 되돌아오기로 예고된 새벽까지 도청 옆 YWCA에 남아 있다 살해되었던, 수줍은 성격의 조용한 사람이었다는 박용준은 마지막 밤에 이렇게 썼다. “하느님, 왜 저에게는 양심이 있어 이렇게 저를 찌르고 아프게 하는 것입니까? 저는 살고 싶습니다.”>
나는 80년대 피로 점철되었던 투쟁의 결실만을 취할 수 있었던 90년에 대학생이 되었다. 내가 80년대 학번이었다면 내 양심은 나에게 어떻게 아우성쳤을까?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은 본인의 죄를 뒤집어쓴 사람을 변호하기 위해 법정으로 찾아간다. 이 한 번의 양심으로 안정적인 시장의 지위가 박탈당할 것을 안다. 그럼에도 법정으로 찾아간다. 가지 않아도 될 이유가 연이어 발생하는 여정에서 이만하면 충분히 노력한 것 아닌가 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어 한다. 가고 싶지 않다는, 내부 갈등을 숱하게 겪어내면서 끝끝내 법정에 도착한다. 나에게 불리할지라도 나의 죄를 남에게 뒤집어 씌우지는 말자고. 장발장은 양심을 따른다.
한강은 모순적인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 한강
2024년 12월의 대한민국 정치는 너무나 폭력적이고 고통스럽다. 동시에 다시 광장에 나선 우리 선량한 국민들의 모습은 또한 너무나 아름답다. 일상이 일상이 되도록 지켜내어야 할 시기다.
“정의는 그 안에 분노를 지닌다. 정의에서 나오는 분노는 진보의 한 요소가 된다." - 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 중에서
@ 일주일째 책을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 브런치 글은 개점휴업 상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