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쓰아더(엄마가 쓰고 아빠가 더하다) 1 – 좌충우돌 수학분투기
중1 여름방학 한 달 동안 아이(앨빈)는 처음으로 영재고 대비반 학원수학을 경험했다. 아이가 더 다니고 싶어 하지 않았고, 아내(풍뎅이)는 아이의 뜻을 존중해서 그만두었다. 학원은 그만두었지만, 집수학은 여전히 투닥거리면서도 꾸준히 별 탈 없이 진행되었다. 아니, 내가 보기에 그랬다는 것이지 아내의 속마음은 심란했을 것이다. 중2가 시작된 3월의 어느 날 아내는 블로그에 이런 글을 남긴다.
수학의 정석 기본 확률과 통계 1장 경우의 수. 연습문제를 풀어놨길래 채점했더니 ㅠㅠ 맞은 게 별로 없다. 이럴 땐 독학에 대한 회의가 든다. 시간만 잡아먹고 있는 건지. 나두 남들처럼 학원 보내고 신경 덜 쓰고 싶다. 본인 공부니 본인이 다시 풀겠지만 이럴 땐 맥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다.(2016.03.18) (출처: 아내의 블로그)
좌충우돌 수학분투기 에피소드는 중학교 1학년까지의 이야기였다. 중학교 2학년이 되었고, 첫 중간고사 수학에서 85.5점을 받았다. 아이가 다녔던 중학교는 수학시험이 매우 어려운 학교였다(학교별 수학문제 수준 편차가 매우 크다는 사실을 내가 직접 확인한 적이 있다. 내 아이에게는 그렇게 해준 적이 없었음에도, 동네 지인의 중3 아이 수학을 도와줄 때 학교별 기출 수학문제집을 여러 개 구해서 직접 풀어본 적이 있는데 학교별 수준차이가 엄청 컸다). 아내는 그래도 그렇지 기말고사 수행까지 합쳐서 A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오랫동안 집에서만 해서 그런가 싶어서 자책하면서 위기라고 생각했었나 보다. 그때 나는 이 상황을 겪으면서 아래 글을 블로그에 썼었다.
제목: 어른의 욕심, 아이의 미래
늘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아들에게 조언을 해준다.
"네가 그닥 노력하지 않았는데 좋은 성적을 받아오는 경우와, 열정적으로 노력했지만 성적이 좋지 않은 경우, 아빠는 어느 쪽을 더 선호할 것 같니?"
중2. 아이의 중간고사가 오늘 시작되었고, 조금 전 오후에 아내에게서 카톡이 왔다. 수학 85.5, 국어 100... 국어(정확히는 문장력)는 좀 떨어지는 것 같고, 수학(정확히는 수리력)은 고교 수학도 곧잘 풀어내는 실력으로 파악하고 있었는데, 중간 결과가 아이러니하다. 그런데,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사실은, 수학 85.5라는 숫자를 보는 순간 나.의.감.정.이 잠깐이나마 흠칫 했다는 것이다. 반성, 반성, 또 반성.
욕심이 생기는 거다. 아이가 공부의 즐거움을 배우고, 평생 배움의 자세를 갖게 된다면 그것으로 나의 역할은 됐다는 나름 교육 철학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이랑 한 번씩 정석을 풀어보다 보면 저 시절의 나보다 낫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욕심이 생겼던 거다. 조금만 족.치.면. 우리 지역 과학고 정도는 충분히 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나도 어느새 물들어 있었고, 그렇기에 수학을 즐겁게 즐기는 이 녀석의 85.5라는 숫자가 못 미덥고 안타깝고 화도 나고 뭐 그랬던 거다.
어른의 욕심이 아이의 미래를 망친다. 나의 아이는 지금 공부의 즐거움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잊지 말자. 지금 이 녀석이 학교 시험에서 획득한 점수가 아니라 공부의 방법, 태도, 그리고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중요한 거다.(2016.04.28)
아내는 그 해 6월 아래와 같은 글을 블로그에 올린다.
2016.6.9 목욜
내신대비 수학학원을 다닌 지 한 달이 되었다. 중간고사시험 수학점수가 좀 충격적인 점수여서 결정한 학원행. 선행은 올스탑 되고(결국 상반기는 선행이 거의 없었음), 수행평가와 기말고사대비로 수학은 진행 중이다.
시험이 끝나고 다시 아이에게 풀려 봤더니 객관식 한 문제는 못 풀었고 나머지는 품. 원인은 꼼꼼하게 쓰지 못한 서술형. 풀이과정을 건너뛰고 쓴 서술형들이 감점되었다ㅠㅠ. 넘 억울하지만 이게 중학수학의 현실인 걸 어쩌겠는가? 초등시절에도 대분수로 써야 하는데 가분수로 썼다고 틀렸던 적이 있는데 학교수학에서는 철저히 배운 대로 풀어써야 한다는 것을!!!
학교중학수학은 머리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자판기에 동전을 넣으면 음료가 바로 나오듯이 문제를 보고 생각을 할 것이 아니라 손으로 바로 풀어야 함을. 다행히도 선행을 나가지 않고 중2내신만 할 수 있는 반이 있어서 일주일에 세 번 내신공부. 사실 공부라기보다는 풀이과정 깨끗이 쓰기 연습을 하고 있다.
W학원 경시반 한 달 다니는 거 외에 처음 다녀보는 수학학원 담당선생님이 앨빈의 풀이 과정을 보니 1/3 이상이 독특하다는 것이다. 누구에게 배우지 않고 스스로 문제 푼 아이라 그런 것 같다며. 수학으로는 머리가 트인 것 같다는(??) 말씀을??!!!
엄마로서 수학 때문에 급좌절 급다운이었다. 학원을 좀 보낼 걸 넘 자만했나? 라는 ㅠㅠ
본인이 중간고사를 통해 느낀 바가 있는 것 같으니 전화위복, 새옹지마가 될 거라고 믿는다. 넘어야 할 현실이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왜 나에게만 이라는 괴로운 마음에서 시련은 또 다른 성장이 될 수 있음을!! 아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배우는 계기가 될 수 있기에. 부족한 점이 있다는 걸 알면 노력하면 되지.
괜찮다, 괜찮아...^^
아이가 중2 여름을 지나면서 스스로 영재고 대비반 학원에 가고 싶다고 하여 본격적인 학원 공부를 1년쯤 했었던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블로그에 이런 일화를 남겼다. 글의 제목은 “우리 모두의 아이의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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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1월은 방학이다. 아니다, 방학(放學)은 학문을 놓는다는 뜻이니 지금 우리 시대의 학생들에게 방학은 오히려 학원 집중의 시간이다. 우리 집에는 천하무적 중2를 넘어 이제 곧 중3이 되는 학생이 있다. 30년 전, 나는 저 시기에 무엇을 했던가? 청문회도 아닌 자문임에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공부? 시골학교였지만 나도 공부는 곧잘 하는 학생이기는 했다. 그런데 학원은 없었다. 어쩌면 그 시절에도 서울의 내 또래들은 학원에 다녔을지도 모른다.
중1학년 여름, 아이의 엄마가 동네에 있는 과학영재고 준비반 학원에 아이를 보냈다. 한 달 만에 그만두었다. 아이가 학원이 싫다고 했다. 공부는 강요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영어 학원, 피아노 학원, 미술 학원 등은 ‘즐겁게’ 계속 다녔다. 힘든 것과 하기 싫은 것은 다르다. 힘들어도 즐거울 수 있다. 공부는 힘든 일이지만, 과정의 즐거움을 알면 힘듦에도 괴로워하지 않을 수 있다. 아이와 야구 캐치볼을 할 때면 아이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즐거워한다. 힘든 과정이 즐거움일 수도 있음을 아이에게 경험으로 자주 인지시켜 주는 편이다. 놀이와 공부가 다르지 않다.
작년 9월, 중2의 가을이 되었을 때 과학영재고 준비학원에 다시 등록하였다. 이번에는 아이가 스스로 다녀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입시에 합격하려면 아무리 늦어도 중1부터는 준비해야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연히 이미 한번 이상 입시 사이클을 경험한 기존 학원생에 비해서 성적이 처진다. 학원 강사와의 상담 시간에 강사가 말했다. 정말 괴로워하면서 학원 다니는 학생을 보면 정말 안쓰러운데 울 아들은 현재로서는 과학영재고 합격 수준은 아니지만 즐겁게 공부하는 것 같다고. 그 얘기가 가장 좋았다. 나는 늘 아들에게 말한다, 학원 싫으면 언제든지 그만두어도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공부는 괴로움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한 달 전쯤에는 학원 수학 기하 파트 시험에서 4점을 받아왔다(참고로, 학교에서의 수학 성적은 1학년, 2학년 총 4학기 모두 A이다). 아이가 의기소침해지고 자신감을 잃을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었다. 아이에게 물었다, 학원이 재미있느냐고? 재미있단다. 그러면 됐다. 성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니가 재미있다면 그걸로 됐다고. 그리고, 어제는 입시 실전 수학 모의고사에서 중간 정도의 등수를 받아왔다. 여전히 어렵기는 하지만 과학영재고에 도전해 볼 만한 수준의 점수였다. 합격이 목표가 아니다. 아이가 자존감을 잃지 않고 공부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 물론, 인간이 되는 것이 먼저이고, 그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후 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학원 수업이다(토, 일은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이다). 2017년 1월 10일 화요일 오전, 아이는 엄마와 함께 우리 집 식탁에서 즐겁게 공부를 하고 있다. 엄마의 시선에 잡힌 이 웃음이 좋다. 삶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2017.01.10)
정답은 없다. 아니 정답은 여러 개다. 인간의 삶에 하나의 길, 하나의 답만 있을 리가 없다. 본인의 환경에 맞는, 본인의 길을 찾아야 한다. 수학 공부도 집수학이 옳은 지 학원수학이 옳은 지 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아이 앨빈과 아내 풍뎅이의 좌충우돌 수학 분투기도 수많은 사람들 중의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중2) 2학기 여름이 지나고 9월에 빠른 선행만 하는 것보다는 경시공부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 파이널영재고반에 들어가서 1년을 보냈다. 아이 말에 의하면 그때 공부했던 게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영재고 합격을 염두에 두고 공부하지 않았기에 큰 부담 없이 공부했던 1년이 아이의 공부에 좋은 영향을 주었다.”(2019.06.09)(출처: 아내의 블로그)
제목 : 시험
오늘 학교에서 시험을 봤다. 1교시는 국어, 2교시는 사회, 3교시는 수학, 4교시는 과학을 보았다. 시험을 보면서 나는 기분이 좋았다. 왜냐하면 열심히 공부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2011년 4월 25일, 초등 3학년 때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