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서
혹자들은 여행의 의미를 여러 방면으로 두고 길을 나선다
나의 행복을 위해서, 나의 진정한 휴식을 위해서, 나의 미래를 위한 나 만의 가치투자 등등의 수많은 수식어를 여행이라는 이름 앞에 덛붙임을 한다. 그러나 그 수많은 수식어들이 필요가 있을까 싶다. 필자 또한 이유를 그럴싸하게 붙이고 여행을 떠나곤 하지만 그건 한낱 겉치레에 불과하지 않을까?
여행을 뜻하는 영어 Travel의 어원은 라틴어로 Travail "트라바일"이다. 트라바일은 말 그대로 고생을 뜻한다. 그냥 고생이 아니라. 신이 여자에게 내린 약속, 즉 고생하지 않고는 아기를 낳지 못하리라 라고. 할 때의 고생, 즉 산고의 고생을 말하는 것이다. 속된 말로 집 떠나면 개고생이다 하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듯 여행은 고생을 통해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재산을 얻는 것과 같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한 산악마을에서 머물 때의 일이다. 그 지역의 토속병이 아니어서 다행이었지만 한 동안 몸살로 고생을 한 적이 있었는데 각국에서 떠나온 여행자들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은 적이 있더랬다. 스웨덴에서 온 여행자에겐 따뜻한 커피를, 일본에서 온 여행자에겐 아스피린을 미국에서 건너온 여행자에겐 자신이 덮던 이불을.. 그렇게 공동체의 삶을 다시금 느끼게 된 경우도 있고, 섣부른 행동으로 큰 사고를 당할 뻔했던 적도 있었다.(관자놀이에 서늘한 그 무언가가 밀착되는 느낌) 그렇게 삶의 한 부분에서 차지하는 여행의 의미는 비단 자신만 느끼고 겪는 일이 아니라 그 누구도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독일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프리드리히 니체는 여행자를 5 단계로 나눴다.
1단계로 여행은 했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한 자로서 등급이 가장 낮고, 2단계로 세상에서 나가서도 자신만 들여다보는 자
3단계로 세상을 관찰해 무언가를 체험하는 자 솔직히 개인적으로 여기까지는 여행했다고 자처하기는 조금 부끄러운 수준이 아닐까 생각한다.
4단계는 체험한 것을 자기 속에 지니고 와서 지속적으로 자신의 생활 속에서 가지고 있는 자다. 즉 내면에서 깨달음이 일어나는 단계이다.
마지막 5단계는 관찰한 것을 체험하고 그것에 동화한 후에 집에 오자마자 행동이나, 작품에서 반드시 되살려야 하는 자다.
그렇듯, 여행은 자신이 떠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 여행의 결과가 결코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는 말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참 많은 여행 방법이 존재한다.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겠지만 크게는 요즘 TV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재조명을 받는 패키지여행이 있고,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그룹 여행 스타일도 있고, 무모하리 만큼 단독으로 떠나는 여행도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위에서 얘기한 여행의 의미를 적용시키기엔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한다. 재미와 많은 곳을 다니고 보기에는 한 없이 좋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깊이 있는 여행을 하기 위한 목적에는 부합하지 않는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패키지여행도 그룹 여행도 아닌 혼자 여행을 떠나는 필자가 생각하는 여행의 방법은 그리 복잡하지만도 어렵지만도 않다.
혼자 떠나라 그리고 그 발걸음을 최대한 늦출 것
많은 곳을 가본다고 절대 많은 것을 보는 건 아니다. 혹여 어떤 이들은 말이 안 된다 할는지 모르겠지만 깊이, 많은 것을 보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지역에 집중할 것을 권하고 싶다. 그 이유는 여행을 통해 진정한 사람 냄새를 맡고자 함이다. 행인으로서의 스쳐 지나는 시간이 아니라 여행자로서 그곳의 모든 것과 동화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더 깊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며 그렇게 한 발자국 더 들어가야 더 많은 것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더 다가가고, 더 친해져라
혼자의 여행이라 해서 철저히 혼자가 되어 다닌다면 여행을 떠나지 않음보다 못한 결과가 초래할 수 있으며 오히려 여행에 실망감을 가질 수 있다. 실생활에서도 외로운데 멀리 떠나서까지 외로울 필요 있을까? 물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필요는 있다. 그러기 위해 우린 떠나는 것이기에 더욱 그러하지만, 그렇다 해서 철저히 혼자가 되어서는 안 되며 그리 했을 땐 지칠 뿐이다. 현지인들과 그리고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과 친구 협정을 맺어라. 그들이 나를 필요로 할 수 있을 것이며, 내가 그들이 필요할 때가 분명 온다 그럴 때 주저하지 않는 손 내밈이 여행을 통한 나만의 세상을 확장시켜 주기에 그렇다.
지금 당장!! 무모함이 그 시작이다
주변에는 지금까지 혼자 떠나본 적이 없는 이들이 은근 많다
영어를 못 해서, 겁이 나서, 외로울까 봐 등등의 이유로 말이다 하나, 그 또한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틀이 아닐까? 내가 떠나지 않음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핑계 말이다. 물론 자신만이 알고 있는 어떤 큰 문제가 있을 수는 있다 지병이 있다던지 아니면 또 다른 문제가 있어 떠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떠날 수 없는 이유 말이다. 그런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이유는 구차한 변명일 뿐이지 않을까 한다. 막상 떠나보면 그곳의 사람들은 나라는 인간에게 관심조차 없다는 것을 그곳에 도착한 바로 그 순간에 알 수 있기에 벌컥 겁을 먹을 이유도 영어를 못 한다 해서 피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지금 당장! 마음이 동 했을 때가 바로 그때이며 그렇게 약간의 무모함과 여행의 쾌락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여행의 백미는, 내가 그들 아무도 모르며 그들 또한 나를 모르는 상황에 떨어져서 나만의 시간을 풍요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에 그 방점이 있다. 타인의 잣대에서 벗어나 나만의 잣대로 세상을 들여다 보기도 하며 그들의 삶 속에 풍덩 뛰어들어 한동안 허우적거리며 배우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터득할 수 있는 매력 또한 차고 넘치는 것이 여행의 백미일 것이다. 꼭 외국이 아니어도 좋으며 외국일 필요도 없다. 내가 살고 있으나 내가 가 보지 못한 곳을 세상에 너무도 많기에 주변을 둘러보면 지금껏 살아온 방식의 틀을 깨고 벗어날 곳은 얼마든지 있다.
한 번도 안 떠나본 자는 있어도 한 번만 떠나본 자는 없기에 지금에라도 나만의 여행의 길로 나서 보는 건 어떨까? 내 방에 전국지도 하나와 세계지도 하나쯤은 붙여놓아 보자. 여행이란 흥분감이 나도 모르게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테니까.
여행은, 거울 앞에 서 있는 선명한 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희뿌연 안갯속에 갇힌 내 자신을 구해내기 위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