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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은비 Mar 28. 2023

평안한 일상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방법

매일 퇴근 후의 일정이 있는 삶을 살아오고 있다. 어쩐지 퇴근 후에 그냥 집에 가면 아쉬워지곤 할 정도로 모든 날 퇴근 후 일정을 가지는 중이다. 아마 좋아하는 것들을 향한 마음들 때문이겠고, 그래서 더 많은 것들을 영위하기 위해 회사에서는 그저 업무만을 최선을 다해 해내려고 하는 중이다. 나만 그런 삶을 살고 있다고 하기엔, 아마 거의 모든 직장인 대부분이 최선을 다해 칼퇴를 준비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을 거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누구보다 열정 넘치는 삶을 살아낼 것이다.


생각보다 우리의 퇴근 이후엔 개인의 업무 역량 강화를 위한 시간으로 쓰인다. 때로는 영어공부를 하고, 때로는 관련 지식을 쌓기 위해 강의를 들으러 간다. 대학을 다닌다거나, 이루어내지 못한 공부들과 자격증들을 위해 시간을 할애한다. 우리 인생이 내 맘과도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을 안타깝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나에겐 직업이란 게, 직장일 뿐이었으니까. 돈을 적당히 주는 직장에 만족하며 그렇게 평안하게 살아왔다. 개인의 업무 역량 강화 같은 건 좀 안중에도 없었다. 굳이 그럴 필요 있나. 돈 잘 나오면 됐지 뭐. 하며 근 7년가량을 살아왔더랬다. 그러던 중, 회사를 옮기고 '내가 그러면 안 되었던 거구나'를 실감하게 되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요즘은 업무와 거리가 조금 가까운 것들을 해내려고 한다. 사이버로나마 학위를 따보겠다고 들어간 대학교에서, 의외로 일이 아닌 공부를 하고 있자니 굉장히 재밌고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수학일랑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 여겨왔는데,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또 막상 닥치고 하다 보니 생각보다 재미있다. 머리를 쓰고 계산하는 시간엔 꽤나 다른 생각들이 사라지는 느낌들이 무척이나 좋다. 업무와 가까워지는 중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단순한 물리가 아닌 대학물리학을 공부하고 있고, 그걸 위해 수학을 다시 공부하는 것이 조금 버겁긴 하지만, 나름 재미도 있다.


그전에는 나는 업무와 전혀 연관성 없는 지극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일들을 하러 가는 편이었다. 지금도 달라진 것이 거의 없을 정도이긴 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이 거리를 적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동호회라 좋고, 그러면서 또 서로 간의 유대감이나 친밀도는 높은 형태의 취미생활을 하고 있어서 만족도가 굉장하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추구하고, 또 고민하고 그 일들을 극복해 나가는 것 자체에 나는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었구나. 그렇다면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질을 가지고 있는 것이겠구나 하는 마음에 괜스레 이런 내가 좋아진다.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그런대로 꽤 괜찮은 하루들을 치열하게 보내고 있구나. 이렇게 삶에 여유를 두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였지만, 그 안에서 만난 인연들이 얼마나 좋고 즐거운 일이었는가를 생각하면 또 그것대로 좋고, 나 스스로의 회복을 위해 집중하는 시간도 온전히 갖고 있으니, 잘 살고 있구나 하게 된 날이었다. 평범한 일상이 이렇게나 귀하다.


임진아 작가님의 <2023 오늘을 채우는 일력>에서 매일 제시되는 단어로 글을 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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