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사람의 리더십
말 그대로, 굉장히 예민한 사람.
남들이 잘 못 듣는 소리를 듣고, 사소한 표정 변화를 먼저 눈치채고, 혼잣말처럼 던진 말에 홀로 오래 아파하는 사람.
하지만 문득, '보스'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에 마음이 걸렸다.
보스는 통제하는 사람이다.
예민보스는 자신이 민감하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에게 까탈스럽게 굴고, 모두가 자신의 기준에 맞춰주길 바라는 사람처럼 들린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나는 ‘예민리더’가 되고 싶다.
나의 예민함은 인간관계에서 오히려 오해를 낳았다.
눈치를 보느라 진심을 말하지 못하고, 방어적으로 행동하고, 사랑받고 싶어서 마음을 밀쳐냈다.
그래서인지 ‘예민해서 힘들겠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네가 예민해서 다행이야”라는 말은 단 한 번도 듣지 못했다.
그럼에도 예민함은 내게 특별한 감각을 줬다.
나는 사람들이 놓치는 사회의 작은 결핍들을 먼저 느꼈고, 그 결핍으로 인해 생겨나는 감정의 조각들을
내 언어, 내 손, 내 조형으로 하나씩 꿰맬 수 있었다.
작가로 활동하면서 나는 말보다 더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그때 사람들은 내게 처음으로 고백하듯 말했다.
“작품을 보며 울었어요.”
“이게 딱 제 이야기 같았어요.”
말로는 하지 못하던 공감이,
나의 예민함을 지나 글과 작업을 통해 전해졌던 순간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조용한 롤모델이 되고 싶다.
예민하다는 이유로 움츠러들지 않고, 초감각적인 감성과 감정의 깊이를 '사회적인 언어'로 풀어낼 수 있는 사람.
예민함은 때로는 스스로를 찌르는 칼이지만, 동시에 세상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힘이다.
더 많은 사람을 보듬고 연결할 수 있는 힘 말이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목표보다, 먼저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예민해서 괜찮다”고, “예민해서 가능하다”고 말해주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