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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티 구구 Feb 17. 2021

My birthday present


 시사 IN을 인스타그램에서 알게 되었다. 시사 IN에서 글을 기고하는 작가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의 짧은 언급 덕분이었다. 그런데, 들어가 보니,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두 명 더 있었다. 배순탁(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작가와 윤성근(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주인장이자 작가) 작가이다. 그러자 눈에 불이 번쩍. 한밤중에 기사를 찾아보니, 이번 700호에는 배순탁 작가님의 글만 있고, 다른 두 작가님의 글은 지난 호에서나 볼 수 있었다. 마음이 급해서 다음 주까지 기다릴 수는 없고, 699 호를 결제 후 구매했다. 김세윤 작가는 영화 페어웰을 윤성근 작가는 남미 문학 소설집을 구하는 어떤 중년의 이야기를 담은 글이었다. 두 분 모두 짧지만 글맛이 있는 글을 보여준다. 배순탁 작가님은 700호에서 영화 '소울'의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세 분 모두 자신의 글을 쓰는구나 싶게 읽기 좋고 재미있다.


 나도 그 세 분들 못지않게 글을 쓰고 싶다. 여기 브런치에서 시작해서 앞으로 기회가 더 더 더 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하지만 역시 마감 기한을 지키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처음에 1주일에 2번을 쓸 수 있다고 다짐했는데 퇴근하고 집에 가면 졸리고 피곤하고 무료하고 등등의 이유를 달아서 책을 손에서 놓았다. 나는 책리뷰를 꾸준히 쓰고 싶은데 책을 읽지 않고 책리뷰를 쓸 수는 없을 터. 그렇다고 다짜고짜 에세이를 쓰는 것도 내게는 의미가 없다. 나는 내게 토양이 되어줄 다른 여러 작가들의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마음을 열고 공부를 하면 그것이 내게 책리뷰로 결실을 맺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기에 앞으로 지속 가능한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다.



 하지만 글맛 살아나려면 글쓴이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가끔 헷갈린다. 나는 이성과 감성 둘 다 쫓아가고 싶은데 이성도 감성도 작동 안 하는 순간이 온다. 바로 피곤함과 무료함 때문이다. 그걸 다스리려면 신체리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섭생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혼자 방 안에 들어와서, 편안한 복장으로 입고, 작은 간이 책상에 앉는다. 그리고 2시간에서 3시간은 여유가 있는데, 그 시간 동안 51%는 딴청을 피우는 시간이다. 주섬주섬 뭐 먹을 것이 없나 살피고-저녁은 이미 먹었는데 ^^;;;- 조용하니 별로라며 뮤직 앱을 틀어놓고 간이 책상 자리가  춥다는 핑계로 이부자리 옆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그러니 책이 눈에 들어올까.


 물론 세 분의 작가님은 모두 커리어를 살려서 자신의 분야에 대해서 글을 적어 내려 간다. 그러니 항상 생활 하면서 글 소재를 찾으시겠지. 나는 일상과 평범함 속에서 나름 틈새를 만들어본다. 글을 읽는 틈새 하나, 글로 다시 글을 얘기하는 틈새 둘. 브런치의 대다수 작가들이 나와 크게 차이 나지 않을 것이다. 일상에서 길어 올리는 글맛이란, 밥맛처럼 평범하다. 글을 쓰겠다고 갑자기 여행을 훌쩍 떠나거나 직장에서 책을 쌓아놓고 읽을 수도 없는 법이니까. 주말! 아... 주말이 있지만 그 주말에는 평일에 못 누린 여가생활이 있다는 점. 친구 만나고, 책방에 가고... 에 또...


 전업 작가가 되면 이 모든 게 프로로서 해야 하니, 그것도 마냥 쉽고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일단 규칙적인 짜임새가 없어지니 매일 자신이 규칙을 세워서 하나씩 이루어내야 한다. 프로니까 마감 시간이 어김없이 다가오고, 그에 맞춰 글의 품격이 정해져야 한다. 오~ 품격. 정말인지 프로가 되면 자기 합리화도 조심할 일이 되고 말 것이다. 그리고 글샘이 막히지 않게 그야말로 이성과 감성의 연금술사가 되고 몸까지 챙기지 않으면 은둔자가 될 것 같다. 작가가 되는 길은 세상의 끝에 다다르는 것처럼 혼자서 해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독자로서 작가님들의 책을 읽고, 또 소식을 접하면 마음 수양을 한 것처럼 뿌듯해진다. 미술, 음악, 무용 등등이 주는 황홀감과는 뭔가 좀 다르다. 글을 짓는 작가는 화려하기보다는 정원사나 농부처럼 살아있는 것을 무럭무럭 자라게 하는 일에 더 가깝다. 무럭무럭 문장을 키워서 하얀 종이에 재배를 하면 책으로 출판이 되고, 지면에 실린다. 독자는 때가 되면 작가의 글을 맛본다. 그러면 독자는 글맛으로 이성과 감성을 충전해서 오늘과 내일을 위해 몸을 움직인다. 좋아하는 작가가 많다는 것은 자신의 토양에 키울 여러 품종을 모셔올 수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작가도 독자도 win-win 한다.



 브런치 작가 여러분도 작가로 독자들에게 글맛이 있는 여러 채소와 식물과 꽃을 재배하시길. 저도 키티 구구 텃밭에 책리뷰를 심어놓겠습니다. 오늘은 키티 구구가 시사IN 700호에 올라탄 날입니다. 글은 역시 글로 풀을 때 가장 즐겁습니다. 글이 다시 글이 되고, 전자의 독자가 후자의 독자들과 공감을 할 수 있기 때문이겠죠.


오늘 여러분은 어떤 작가님의 글을 읽고 뿌듯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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