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나팔’로 데뷔
[포스트21=편집부]
2021년 개인전 앞두고 작품 구상 매진
“이 석채화법을 많은 사람들이 모르잖아요.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석채화 예술은 보존을 좀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그림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김경미 석채화 작가의 설명이다. 그녀는 석채화 거장 김기철 화백의 제자로서 그림을 통한 자신의 새로운 삶의 축복을 찾은 끝에 환희와 감동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석채화는 약 400여 년 전 인도에서 시작해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전래된 화법이다. 요즘도 하는지 모르겠지만 30여 년 전 기자가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이런 비슷한 그림을 그렸던 기억이 난다.
스케치북에 풀을 바르고 그 위에 색 모래로 그림을 그렸던 적이 있다. 모래에 인위적으로 색을 입힌 것이기에 엄연히 석채화라기 보다는 사실 모자이크에 가까웠지만 석채화의 기법도 이런 것이라는 것을 대충은 짐작케 했다.
‘보석화’, ‘만년화’로 불리는 석채화의 예술적 가치
석채화는 자연에서 돌을 채취해 갈아 그 돌가루로 채색하는 그림이다. 때문에 자연의 색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이것은 똑 같은 그림이라도 똑 같은 색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의 색은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자연에 태어난 본래의 성질을 그대로 간직한 것이기 때문에 화폭에 담기는 그림도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붉은 색도 그 명암과 깊이가 다르고 푸른색도 밝기가 다 다르다. 이것이 석채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그 빛이 바래지 않기에 석채화는 다른 말로 ‘보석화’, ‘만년화’로 불리기도 한다. 세계적인 석채화의 거장 김기철 화백의 제자 김경미 석채화가는 이러한 예술세계의 매력에 빠져 이 길을 걷게 되었다고 회고했다. 변하지 않는 자연의 색감, ‘돌가루가 어떻게 저런 색을 띠지?’ ‘어디서 저런 색감이 나오지?’ 그녀는 지금도 이것이 가장 신기하다고 했다.
다시 찾은 웃음과 건강... 석채화의 인연으로 새로운 삶 만나다
석채화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6년 전이다. 김기철 화백의 작업실에서 체험교실에 참가 했다가 수업과정이 재미있어서 연간 수강을 받게 됐는데 몸이 아파 열심히 하지 못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1년 정도 다니긴 했는데 몸이 아파서 결석을 많이 했어요. 몸이 좀 괜찮으면 나오고 너무 아프면 못나오고 그랬죠. 그러다 보니 사실 삶의 의지도 약했고... 그 때, 선생님이 이런 저를 보시고 전문적으로 배워보지 않겠느냐고 권해주셨어요. 그래서 이 길에 들어서게 됐는데 지금은 잡념도 사라지고 오히려 좋은 생각이 더 많이 떠오르며 그래서 건강도 더 좋아진 것 같고.. 많이 회복됐거든요. 이렇게 어느 순간 다시 찾아온 웃음과 건강으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웃음)”
김기철 화백은 그녀의 재능을 알아봤던 것이다. 손재주는 있으나 삶의 의욕이 없고 힘들어하는 수강생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늘 많은 사람들에게 세상이 얼마나 밝고 아름다운지를 보여주고 싶다던 김기철 화백이었다.
김경미 석채화 작가의 예술적 초심과 열정은 봄에는 아지랑이 피듯이, 여름에는 맑은 아침에 지저귀는 새들처럼, 가을에는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처럼, 겨울에는 따듯한 온기로 세인들의 가슴에 감동을 주고 있다.
스스로 사색할 수 있는 비구상 작품 세계 추구
“선생님의 세심한 지도하에 석채화를 배우고 익히는 과정의 시간이 참 행복했습니다. 특히나 제가 특별한 관심을 가졌던 분야였으니까요. 석채화 예술인으로 첫 입문하면서 가슴 설레이는 마음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초심의 열정으로 작품을 구상하고 완성해 나가는 데 3~4개월이 소요 됐다고 한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작품을 보고 있으면 그 안에 얼마나 많은 게 담겨 있는지를 스스로 배우고 터득할 수 있었다는 김경미 석채화가.
“‘천사의 나팔’이라는 내 생애 첫 작품을 완성하고 무척 감격스러웠습니다.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고 예술적 탐구의 가치로 평가해 주시더라구요. ‘천사’라는 평화의 상징과 ‘나팔’을 통해 작가가 의도하는 메시지를 공감하신 것 같아요. 저의 첫 작품인 만큼 판매하기보다는 오랫동안 소장하고 싶습니다”
김경미 석채화 작가는 덧칠하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한번 그렸던 작품에 여러 번 다시 돌가루로 칠하는 것인데 그렇게 하면 입체감이 살아나 좋다고 한다. 때문에 작품을 빠르게 완성하기보다 오래 걸려도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 내고 싶다고 자신의 작품관을 설명했다.
또 지금까지는 정물화를 그렸지만 앞으로는 다소 형이상학적인 비구상의 그림을 그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림을 보면서 이게 뭐지? 할 정도로 추상적인 그림은 아니구요. 작품을 보며 자연스럽게 감상할 수는 있지만 스스로 좀 더 생각하게 하는 시간. 그런 화폭을 담아내고 싶습니다”
첫 개인전은 기부전시로 개최할 것
작더라도 지금 나누는 것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죠
김경미 작가는 올 한해 몇 작품을 더 완성한 후 내년 봄 즈음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첫 전시인 만큼 의미 있게 ‘기부전시’로 진행하고 싶다고 훈훈한 마음을 내비쳤다.
“과거 아프고 힘들었던 시간에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았어요. 그리고 예전에는 ‘나중에 잘 되서’, ‘많이 벌면’, ‘은혜를 갚아야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몸이 아프니까 그것도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도울 수 있을 때, 작아도, 지금 나누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된 거죠.” 김경미 작가에게는 자신을 응원하는 딸이 있다고 했다.
“엄마의 새로운 모습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건강도 회복됐고 그래서 그런지 딸이 늘 ‘엄마 아프지 마’, 그리고 ‘엄마가 그림 계속 그렸으면 좋겠어’라고 말을 해요. 이런 엄마를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아 저도 힘이 나고 고마워요. 딸에게 사랑한다고 전합니다” 올 여름에는 석채화에 있어서 가장 근본이 되는 돌 채집도 직접 나서볼 계획이다.
“그동안 제가 몸이 안 좋아서 선생님이 재료를 다 해주셨어요. 원래는 제자들이 다 하잖아요. 이제는 건강도 많이 좋아져서 돌 채집부터 분쇄까지. 힘든 작업들도 배워보려고 합니다. ‘저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라고 말씀 드렸더니. 그러면 올 여름부터 한번 해보라고 허락해 주셔서... 기대가 좀 됩니다.(웃음) 선생님께 이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말씀 전해드립니다.”
사람들이 아직 석채화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많이 아쉽다는 그녀는 많은 이들이 이 그림의 가치를 알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바로 옆에 갤러리를 오픈한 것도 이러한 그녀의 소망이 있어서다.
“무주 지역주민들이 저의 갤러리를 찾아 주고 계셔서 기쁩니다. 더 많은 분들이 오셔서 잠시나마 마음의 휴식과 안식을 얻고 가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더불어 국가에서도 이 작품의 가치를 알고 보존해 주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며 그날까지 열심히 석채화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