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유래없던 전염병의 습격
[포스트21=유우주 기자] 2020년 1월 31일 한국에서 첫 코로나 환자가 발병한 이래, 세상에 유래 없던 전염병에 맞서서 민·관이 협력하여 고군분투 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을 관통했던, 신종플루나 메르스와 같은 호흡기 질병보다 한층 더 빠른 전염력을 보이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이 질병은 특정지역에서만 창궐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를 집어삼킨 질병이 됐다는 점에서 위에 언급한 두 질병들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진다.
우리나라도 한 때, 하루 확진자 수가 1,000여 명이 넘었을 정도로 큰 위기에 빠졌으나, 해외에서 K-방역이라고 불릴 정도로 칭송받는 방역 시스템과 국민들의 뛰어난 시민의식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
확진자 수 세계 2위였던 시기를 넘어, 지금은 확진자 수가 한자릿 수에 이를 정도로 안정기에 들어섰다. 세계가 칭송하는 한국의 의학과 방역시스템은 짧은 시간에 눈부신 발전을 이룬 것이다.
그렇다면, 조선시대에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 우리의 선조들은 어떻게 이겨냈을까? 선조들의 전염병을 해결하는 지혜를 알아보자.
두려움은 주술적 행태를 낳는다
조선시대에는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한 개념이 특별하게 나누어져 있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 전염을 시키는 모든 전염병을 역병(疫病)이라 부르며 두려워했다.
다만, 이 역병이 오늘날처럼 세균과 바이러스 같은 생물들로 인해 걸리는 것이 아니고, 역병 귀신인 역귀(疫鬼)에 의해 걸린다고 믿었다.
우리의 전통 중 하나인 동지(冬至)에 팥죽을 먹는 행위는 역귀(疫鬼)를 쫓기 위한 행위로서, 팥을 싫어하는 역귀가 몸에 달라붙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역병(疫病) 또한 걸리지 않는다고 믿은 것이다.
의학에 대한 지식이 높지 않은 시대였기 때문에, 걸리면 치사율이 높은 질병인데다가 전염력이 어마어마하니 사람들에겐 두려움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본인들의 힘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것들을 경외시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인간의 특성이다.
선조들의 전염병에 대처하는 자세,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아
조선시대에 성행했던 대표적인 역병은 온역(티푸스의 일종), 홍역, 두창(천연두) 이였다. 천연두를 종식시키는 데 일조했던 제너의 종두법(우두법)이 지석영에 의해 조선에 도입되는 것은 거의 100년 가까이 지난 후였다.
하지만 뒤쳐진 의학기술과는 달리, 우리의 선조들의 전염병을 대하는 방법은 현 시대의 대처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광해군 시대에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이 쓴 ‘신찬벽온방’(新撰辟瘟方)은 역병에 관한 것들을 집필한 의서이다.
역병 예방법, 역병 발생 후 대처법 등이 적혀 있는데 그 처방법이란 다음과 같다. 먼저 역병이 돌면, 그 고을을 봉쇄시킨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전염병의 근원지를 봉쇄시키는 것은 가장 최선의 방책이다. 하지만, 현 시대에서의 봉쇄는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자율에 맡기는 성향이 강하다.
게다가 발전된 교통시설로 인한 기동력 증가와 더불어 사람들이 돌아다닐 수 있는 시설들이 늘어난 점은 전염병의 전파가 빠르게 이뤄지는 큰 요소이다. 하지만, 조선시대에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교통시설이 열악했기 때문에 봉쇄는 가장 확실한 대처법이었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환자들이 입은 옷은 불태우거나 세탁하고, 심할 경우에는 시신과 가옥까지 불태운다. 생활 물품과 공간을 불태운다는 것은 열에 약한 세균과 바이러스를 불로 태워서 ‘방역’을 하는 것이다. 방법만 다를 뿐 오염물로부터의 격리는 지금과 다르지 않다.
마지막으로, 역병에 걸려 사망한 자들의 가족에게는 모든 세금을 면제해주고 쌀, 미역과 같은 생필품을 지원해주는 것이다. 가족을 잃은 자들에게 이중고가 되지 않게 세금을 면제해주고, 영양분 섭취로 면역력을 높여 생존력을 증대시키는 대처방안이다.
고난이 닥친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원해줘서 생활에 도움이 되게 하는 현 시대의 대처방식과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의학기술과 의학지식의 차이는 분명 존재하지만, 우리의 선조들은 전염병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고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전염병 대처 방식의 정수를 보여줬다.
의학기술과 인프라는 충분히 갖춰진 지금, 선조들의 역병에 대한 철저한 대처방식을 본받은 시민의식으로, 완벽하게 코로나19를 이겨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