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길 29일 차: 피터의 생일

어느새 도착

by 탱탱볼에세이

내일이면 마지막 대도시 루고에 간다. 오늘은 오카다보에 도착했다. 피터가 오늘 71번째 생일이라 더욱 특별한 날이었다. 나도 북쪽길 걸을 때 생일이었는데 뭔가 생일에 순례길 걷는 게 평범하면서도 특별하달까.


중간에 오르막길이 끝없이 있어서 힘들었다. 근데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하던가. 그 오르막길을 지나자 바가 나왔다. 커피 한 잔을 하고 에너지를 충전해서 나머지 길을 걸었다.


로자와 처음으로 대화의 물꼬를 텄다. 서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다 보니 아주 천천히 쉬운 영어로 소통했다. 신기하게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숙소에 도착하자 로자가 오늘 기분이 별로였는데 나를 만나고 기뻐졌다고 했다. 영광이었다. 나조차도 어쩌면 마지막 6km가 매우 지루한 길인데 대화하느라 쉽게 걸었다. 역시 함께 하면 어려운 길도 쉬워진다.


로자는 순례길에 호스텔을 운영하는 게 꿈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탈리아 길에 봉사자로 6월에 일주일간 일할 거란다. 로자의 꿈에 내가 다 설레서 응원한다고 했다. 멋진 꿈을 공유받을 때 즐거운 것을 깨달은 순간이다. 그리고 꿈을 가진 자도 누군가에게 공유할 때 그 꿈에 좀 더 가까워진다고 믿는다. 그만큼 말의 힘은 강력하다.


숙소에 도착해서 우린 메뉴델디아를 즐겼다. 매일 먹는 메뉴델디아가 하나의 루틴이 됐다. 하지만 매번 즐거운 이유는 하루종일 열심히 걸었고 하루의 목표를 무사히 끝냈기 때문이니라. 피터가 생일이라고 비싼 와인을 계산했다. 너무 맛있는 와인이었다.


호스텔 와이파이가 연결이 안 돼서 바에 또 갔다. 피터를 또 만났다. 많은 생일축하 메시지를 받아서 답장하려고 온 것이었다. 생일이라고 커피를 또 사주었다. 피터의 기쁜 날에 너무 많이 혜택을 받았다.


숙소에 돌아와 체크인을 마치고, 레니를 불렀다. 슈퍼마켓에 케이크를 사러 갔다. 다행히 초도 있었다. 어머나. 피터가 슈퍼마켓에 온 것이 아닌가. 서프라이즈는 실패했지만 초콜릿케이크를 좋아한다는 취향을 알았다. 그래서 더 취향저격 케이크를 같이 즐길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와 촛불을 켤 준비를 마쳤다. 피터가 오는 타이밍에 맞춰 초를 켰다. 피터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깜짝 놀라주었다. 피터는 슈퍼마켓에서 와인 두 병과 치즈, 과자를 사 왔더라. 이미 배불렀지만 행복감에 와인이 다 비워질 때까지 또 다른 저녁을 즐겼다. 순례길 케이크를 샀는데 기대보다 매우 맛있더라. 기념품으로 사가도 매우 좋을 정도다. 순례길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것들이라 더욱 행복했다.


같은 시기에 같은 순례길을 선택했기에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인연이다. 이 시간에 다시 한번 감사한다. 나의 생일도 같이 걷는 친구의 생일도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 일인가. 앞으로 5월 10일을 잊지 못할 것이다.


스페인인 주안은 또 다른 북쪽길 순례자 친구인데 크록스를 신고 처벅처벅 걷는 나를 보고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항상 웃고 있는 내가 보기 좋아 보였다고 한다. 주변 친구들에게 그런 존재여서 기쁘다. 로자는 나보고 항상 밝아서 태양이란다.


이제 산티아고까지 5일 남았다. 너무 짧은 시간이지만 그렇기에 더욱더 즐겨보려 한다. 지금이 아니면 이 멤버 그대로 못 만나니 말이다. 오늘부로 앞으로 모든 숙소를 예매해서 이제 숙소 걱정은 없다. 다들 같은 일정이라 모두 함께 산티아고를 같이 갈 수 있다. 남은 촛불을 챙겨두었다. 나머지 촛불은 산티아고에서 축하해야지. 벌써 그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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