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순례길 1일 차: 인간화살표

티셔츠 잘 샀다.

by 탱탱볼에세이

노란 화살표 티셔츠를 입고 포르투갈길을 떠났다. 산티아고에서 포르투를 간다. 보통 순례자들은 앞서가는 순례자를 따라간다. 내가 반대편에서 오니 당황한다.


그래서 당황스럽지 않도록 모든 순례자를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먼저 건넸다. 그리고 왼쪽길로 걸으며 오른쪽으로 슬쩍 돌아 산티아고 가는 길을 안내했다. 어떤 이는 활짝 웃어주었으며 어떤 이는 파티마로 가냐고 물었으며 어떤 이는 돌아가는 길이냐고 물었으며 어떤 이는 너 잘못 가고 있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으며 어떤 이는 나의 길을 응원해 주었다. 내 티셔츠에 대한 칭찬도 듬뿍 받았다. 티셔츠 판매하는 기념품샵에서 내게 후원을 해줘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이미 나는 산티아고에 다녀왔기 때문에, 포르투에서 다시 산티아고로 가고 싶지 않았다. 또한 이번 순례길의 교훈은 진짜 화살표는 내 속에 있으니 내 화살표를 따라가야 함을 배웠다. 그래서 나의 또 다른 산티아고인 포르투로 발걸음을 옮긴다.


무사히 반대방향인 화살표에도 길을 잃지 않고 첫 숙소에 도착했다. 다들 화살표 반대방향인데 어떡하냐고 걱정했다. 하지만 반대편에서 인간화살표인 순례자들이 왔기 때문에 내 길이 맞는구나 확신할 수 있었다. 나를 빼고 반대방향으로 가는 순례자를 못 봤지만 그래도 난 내 길을 가보련다.


계속 새로운 순례자들을 마주칠 예정이다. 그들에게 걸어 다니는 산티아고방향 인간화살표가 되어주어야지. 먼저 인사하고 그들의 길을 부엔까미노하고 응원해 줘야지. 미리 산티아고 다녀온 순례자의 기운을 힘껏 불어넣어 줘야지. 노란 화살표 티셔츠를 한 장만 산 게 아쉽다. 거꾸로 걷기에 할 수 있는 경험이라 새롭다. 내일 얼른 또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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