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광고에서 친구를 만날 확률

반갑다, 친구야.

by 탱탱볼에세이

며칠 전, 페이스북 광고에서 동기를 발견했다. 그는 태권도 동아리를 같이 했던 친구였다. 학교 다닐 때랑 얼굴이 똑같아서 단번에 알아봤다. 유명한 연예인을 길에서 실제로 본 것처럼 반가울 게 뭐람.


사실 나는 여러 동아리를 동시에 하고 있어서 열성적인 동아리회원이 아니었고, 3학년 땐 1년간 그 친구는 승선 실습을 하고 나는 교환학생으로 독일에 가 있어서 두터운 사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힘들 때 함께 해낸 경험은 잊혀지지 않는 법. 1학년 여름방학 때 합숙 훈련을 하면서, 밤늦게 태종대 한 바퀴를 달렸던 것은 아직도 기억난다. 요즘 세상엔 직접 연락하지 않고도 페이스북 광고를 통해 친구의 근황을 알 수 있구나. 새로웠다.


우리 학교는 대형 상선의 해운 인력을 육성하는 곳이고, 그 친구는 해운 관련학과였다. 그의 형도 같은 과였기 때문에, 두 형제 모두 당연히 어디선가 배를 타거나 배를 탄 경력으로 관련 업계에 종사하고 있을 줄 알았다.


헌데 친구가 직업을 바꾼 것이다. 그 점이 나를 놀라게 했다. 광고는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 홍보 영상이었고, 친구는 그 회사 개발자로 그 프로그램을 왜 선택했는지에 대한 인터뷰였다. 그가 배를 타는 대신 개발자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20대에 했던 첫 결정에서 크게 항로를 바꾼 선택임은 확실했다.


페이스북 광고에서 우연히 만난 동기 덕분에 지금의 나의 결정에도 힘을 얻었다. 무엇이든 지금의 일을 하면 된다는 것. 어제의 결정과 다르더라도 말이다.

대학교를 선택할 때 처음부터 너무 전문적인 전공을 선택하면, 선택을 무르는 게 어려워질까 봐 나는 유럽학과를 선택했다. 녹지조경학과나 말특수동물학과보다는 유연한 전공이지 않나.


그저 독일에서 공부해보고 싶었다. 유럽학과에서 쉽게 교환학생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국립대라 학비가 저렴했다.


막상 원하던 대로 독일에서 공부해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독일어도 독일이란 나라도 나랑 맞지 않았다. 독일에서의 1년보다 여름방학 때 잠깐 걸었던 순례길 1달이 나한테는 더 인상적인 경험이었을 정도였으니까.


덕분에 편입까지 생각하고 간 독일행인데, 깔끔하게 마음을 접을 수 있었다. 나한테 맞지 않는 것은 누구보다 빠르게 인정하고 다른 길을 가는 사람이니까.

어렸을 때부터 남들이 다 가는 길이면, 나는 가고 싶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남보다 내가 잘해야 인정받는 경쟁해야하는 환경이 싫었다. 7살 때부터 전 과목학원에 다녔지만, 중학교 때부터 어중간한 성적이 나오는 것을 보고 나랑은 입시 공부가 맞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대신 환경단체의 청소년 기자가 되어 환경 기사를 써보거나, 청소년수련관의 운영위원이 되어 시설 모니터링을 해보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그저 해보고 싶은 활동을 주도적으로 해보면서 나에게 맞는 환경을 찾아갔다.


남들이 잘 안 하는 일을 먼저 하는 것은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그래서 대학도 입학사정관제로 진학할 수 있었다.


대학에 와서도 나의 청개구리 본능이 다시 발동했다. 다들 전국에서 와서 각기 다른 전공으로 뭉칠 일이 없는데, 페이스북 대나무숲 페이지에 한데 모아보자. 그렇게 전체 학우를 모으고, 학교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학교 공식페이지보다 사람이 더 많이 모일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사람을 잘 모으고, 사람이 모이는 공간을 운영해본 경험은 회사를 지원할 때도 발휘되었다. 덕분에 취업을 위한 토익 공부나 스펙 쌓기는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나만의 경험이 무기가 되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일단 시도해보면 된다. 되면 하는 거고, 아니면 하고 싶은 다른 일을 또 찾으면 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20대에 다양한 회사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블로그 글로 앱 설치율을 높이고, 온라인에서 신제품을 필요하는 고객을 찾아서 판매하고, 앱 서비스를 운영하며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점을 찾아 개선하면서 재밌게 일했다.


이제는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은 글을 쓰고 있다. 이번에는 어떤 밑그림을 또 그려볼까. 처음부터 큰 그림을 그리고 시작하지 않아도 괜찮다. 밑그림이라도 그리다 보면 완성하고 싶은 욕심이 생길 테니까.


회사를 그만두고 직업을 바꾸는 큰 결정이 아니어도 괜찮다. 그저 가고 싶었지만 가보지 않았던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을 마시거나 사고 싶었지만 사지 않았던 물건 하나를 구매해봐도 충분하다. 누구라도 하고 싶은 일을 작게라도 시작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인스타그램을 새로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