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앗간의 기쁨과 슬픔

추억은 영원할 거야

by 탱탱볼에세이

"내일 아침 8시엔 무조건 반 베이커리에 갈 거예요."


반 베이커리는 나의 빵앗간(빵+방앗간)이다. 새가 방앗간을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것처럼 빵을 좋아하는 내게 맛있다는 빵집은 챙겨서 가보는 편이다. 대학교 2학년 때는 전국 빵지순례(빵+성지순례)를 해보겠다고 혼자 내일로 여행을 다녀왔을 정도로 빵을 좋아한다.


그런 의미에서 치앙마이에 올 때마다 꼭 들렸던 곳이 바로 반 베이커리였다. 헌데, 2월 말이면 나의 빵앗간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들렸다. 언제나 인기 좋아 사람들로 북적이던 곳이고, 그간 코로나도 잘 이겨냈는데 왜 닫으실까 너무 아쉬웠다. 소문의 진위를 직접 확인하고자, 당장 가보기로 결심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고 그랬던가. 반 베이커리의 빵을 위해서는 특히 그러하다. 다양하고 인기 좋은 빵을 먹으려면 부지런함이 꼭 필요하다. 조금만 늦으면 유명한 빵은 이미 다 팔리고 없기 때문이다. 아침 8시에 열리는 빵집인데, 10시면 빵이 거의 동이 난다. 그 사실이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고, 택시 타는 걸 즐겨하지 않는데도 택시를 타게 했다.


8시 10분에 도착했는데, 벌써 빵 한판이 거의 동난 상태였다. 사람들은 북적거렸고 빵이 텅텅 비어있는 것을 보니 예전보다 더해진 인기를 체감했다. 그래서 남은 빵이라도 내 취향과 상관없이 종류별로 하나씩 담았다. 이번이 아니면 또 언제 이 빵을 맛볼 수 있을까라는 아쉬움도 가득 담겼다.


계산하고 돌아서니, 빵이 다시 리필되었다. 눈 깜짝할 새에 빈자리가 빵으로 가득 찼다. 저 많은 빵을 다 미리 만들어놓으셨다고? 아침 8시에 오픈하시려면 대체 몇 시부터 준비하신 걸까. 일요일, 월요일 일주일에 이틀을 제외하고 저렇게 몇 년간 꾸준히 빵을 구우셨겠지. 리필된 빵을 더 담아야만 하는 이유가 충분했다.


후회 없는 빵 쇼핑을 마치고, 바로 숙소에 빠르게 돌아왔다. 숙소 사장님 폼에게도 이 행복을 나눠야지. 순식간에 많은 빵이 우리 입 속으로 없어졌다. 폼은 좋은 버터를 쓰는 것 같다며, 뒤늦게 알게 된 맛있는 빵집이 문을 닫아 참 아쉬워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주변 사람에게 널리 알릴 때의 행복감이란. 계획대로 모든 일들이 착착 진행되어서 평소보다 유난히 맛있게 느껴졌다. 그 빵집 맛을 함께 기억할 친구가 한 명 더 늘어서 얼마나 뿌듯한지.


아침에 조금 부지런하게 움직였을 뿐인데, 마치 엄청난 일을 해낸 것처럼 대단한 성취감을 느끼게 했다. 미라클 모닝 하는 사람의 심정이 조금이나마 이해될 정도다. 이 정도 효과면 1년 중에 며칠 정도는 부지런해 봐도 될 일이다.


인터넷에서 갑작스러운 폐업 결정의 이유를 열심히 찾던 중 실마리가 되는 댓글을 발견했다. 옛날에는 사장님과 손님이 오순도순 담소 나누면서 느긋하게 빵 먹고 커피 한잔하며 여유를 즐길 수 있어 서로 행복했는데, 지금은 너무 북적이고 조금만 늦으면 빵이 없어서 빈손으로 돌아가는 손님들을 보며 이건 아니다 싶어 폐업을 결정하셨다는 내용이었다. 그래. 나도 퇴사하고 해외여행 왔는데, 반 베이커리 사장님에게도 당분간 쉼이 필요하리라.


폼에게도 빵집 폐업 안내문을 보여줬다. 태국어, 영어, 일본어 3가지 버전으로 쓰여있었는데, 태국사람인 폼 덕분에 새로 알게 된 놀라운 사실! 태국어로는 그저 리뉴얼 공사를 한다고 적혀있다는 것이다. 왜 영어와 일본어로만 2월 말까지만 운영하고, 태국어로는 리뉴얼이라고 안내했을 지 미궁에 빠졌다.


추가로, 빵집이 태국인-일본인 부부가 운영하는 곳임을 알게 되었다. 일단 태국어가 서툴러서 부족하게 안내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태국어 안내문만 굳이 다른 단어로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더욱 의문스러워졌다.


다른 인터뷰 기사에서는 지금 빵집을 인수한 사실도 찾아냈다. 힘들게 매입한 건물을 파는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일 터. 거기다 지금 빵집은 불티나게 빵이 팔릴 정도로 엄청나게 잘 되고 있고! 그렇다면 태국어 안내문의 내용대로 그저 재단장이 맞고 빵집이 다시 열릴 거라 기대해봐도 되는 걸까.


좋아하는 공간이 폐업한다고 하니까, 폼과 나는 탐정이 돼버렸다. 빵집이 다시 열 수도 있다는 데에 조그만 단서라도 찾으려는 마음이 컸다. 그만큼 폐업 결정을 바로 받아들이기엔 아쉬운 일이었다. 코로나로 이미 너무 많은 소중한 장소를 잃었기 때문에, 반 베이커리마저 추억 속에 남겨둬야 한다는 사실을 섣불리 인정하기 힘들었다.


예상치 못한 반 베이커리의 폐업 결정은 역시 “지금 아니면 언제 할지, 바로 해야 한다”고 상기시켜 준다. 먹고 싶은 빵도, 하고 싶은 일도. 망설이지 말고 다음으로 미루지 말고, 마음을 먹었을 때 곧장 그 길로 직진해야만 한다는 걸.


내일로 계속 미루다가, 좋아하는 빵을 먹고 싶어도 더 이상 먹을 수 없을지 모를 일이다. 사실 지금의 내가 그렇다. 빵집 문 닫기 전에 한 번 더 가야지 다짐했는데, 결국 차일피일 미루다가 못 가고 치앙마이를 떠나야 해서 너무 슬프다.


결국 맛있는 빵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다시 반 베이커리의 새로운 시작을 이끌 거라 믿는다. 그때까지 빵집 사장님이 푹 쉬시고 에너지를 가득 충전하셨으면 좋겠다. 돌아오셨을 때, 빵이 주는 행복을 더 많은 사람에게 충분히 전할 수 있도록 말이다. 나도 그날을 기다리며, 반 베이커리의 빵처럼 맛있는 글을 꾸준히 구워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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