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이 필요한 라오스 음식의 정체

보글보글 흙항아리가 끓어오를 때까지

by 탱탱볼에세이

길을 걸을 때, 주변에 무엇을 파는지 유심히 살피는 편이다. 항아리가 뒤집어진 걸 보고 저건 뭐에 쓰는 물건인고 궁금했었다. 며칠 뒤, 식당에서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라오스인이 사랑하는 전통음식 신쭘(샤부샤부)였다.

숯불에 육수를 담은 흙항아리를 올려져 나온다. 열이 충분히 달아올라 끓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채소와 버섯, 고기를 듬뿍 넣고 기다릴 뿐. 물고기를 잡는 낚시꾼의 마음이 된다. 뚜껑 닫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잔잔하던 국물이 보글보글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먼저 국물 한 모금 떠서 맛본다. 매콤 짭조름함이 가득 느껴진다. 처음 접하는 맛인데 왠지 정감 간다. 마라탕 같은 맛인데 마라탕이랑은 분명 또 다르고. 익어가는 재료처럼 시간이 갈수록 푹 빠져든다.

재료가 충분히 익으면, 우리나라 쌈장과 비슷한 땅콩소스에 찍어먹으면 달짝찌근한 게 군침이 싹 돈다. 충분히 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주문추가하고 있는 나를 만난다. 간이 잘 된 육수가 끊임없는 재료 추가를 부르는 것이다.

꼬치를 먹을 때 주의할 점. 내가 무슨 고기를 먹었는지 모르게 깔끔하게 먹을 것. 그래야 더 뿌듯하다. 회전초밥 집에서 그릇 탑을 쌓듯, 어느새 꼬치가 한편에 수두룩하게 쌓여있다.

신쭘의 장점은 시간이 갈수록 국물이 더 깊은 맛을 낸다는 것이다. 기다린 보람만큼 진한 맛으로 보답한다. 얼큰한 게 제대로 맥주 당기는 맛이다. 친구들이랑 처음 먹고 맛있어서 혼자 또 찾아올 정도로 매력적이다. 혼밥레벨이 거의 0에 가까운 내가 맛있는 음식 앞에서 자동 레벨업이 된다.

라오스 여행은 신쭘 같다. 특별히 큰 기대하지 않고 그저 느림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저 기다리다 보면 어느새 팔팔 끓어올라 제 맛을 낸다. 재료를 풍부하게 넣을수록 더 다채로운 풍미를 선사한다. 부디 사람들이 라오스에 여행온다면 진득한 신쭘 맛에 그저 풍덩 빠져봤으면 좋겠다.

keyword
이전 06화베트남의 크레페, 반 쎄오에 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