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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이블 Oct 22. 2024

아픔의 냄새

 - 한강의 노벨문학상에 부쳐

그녀의 미소는 언제나 따뜻했고

그녀의 목소리는 언제나 조심스럽게 또박또박했다.


하지만 그 미소가

그녀의 책을 읽을 때마다 아픔으로 흘러들어와

차마 밀쳐내지 못했던 순간들이 많았다.


마치 공진단을 빚어내듯

귀하고 중요하지만 극히 소량으로 남은 어떤,

진한 성분이 후각적으로 맴도는 느낌


그래서,

그녀의 미소는

내겐 항상 후각적이었다.


육식도, 전쟁도, 학살도, 삶과 죽음도 모두

피비린내 진동하는 그 어떤 것.


아픔도 인정받아야하는 시대인걸까

'인정'이란 단어가 인정없이 지나치게 교만하게 들렸다.


역사적 아픔에 우리는 얼마나 민감한가.

그 한가운데에서의 삶이란 그야말로 작별불가능한 아픔이란 걸.


그녀의 미소 속에서

숙연하고도

끝나지 않을 숙제같은 그런 아픔의 냄새를 

다시 한번 맡게 된다.




한강의 노벨문학상을 깊히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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