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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이블 Dec 24. 2021

엄마의 카페라떼


엄마의 첫 커피는

내가 9살 때 윗집 아주머니가 가져오신

빨간 뚜껑의 병 속 알커피

연필깎다 부러진 연필심같던

그 알커피


꼭 두 스푼 물에 녹여 까맣게 저은 물에

눈가루같은 하얀 프림 두 스푼

반짝거리는 하얀 설탕도 두 스푼

까만 물 위에 둥둥 떠다니다 녹아내리니

갈색 물이 되었다


엄마는

이리 정신나는 물이

달고 쓰고

어딘가 모르게 멋난다 하셨다


저 까만 물 속에 하얀 가루 녹여서

엄마의 까만 속도

조금은 흐려졌을까


어른들에게만

저 까만 물이 허락된 이유를

그때 나는 알지 못했다


세월이 흐르고

나도 어느새

까만 커피를 마시는 엄마 나이

나는 아직

까만 속을 더 태워야할 나이


엄마는 여전히

갈색 커피를 드신다

엄마는 이제

갈색 속을 조금이라도

하얗게 끄집어내셔도 좋을 나이


오늘도 나는

우유거품을 만든다


이제는 폭신하게

엄마의 카페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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