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집 근처 오래된 향교가 하나 있다. 20년도 넘게 지나다녔는데 어제 처음으로 들어가 보니 오백 년도 넘었다는 은행나무와 그 옛날 이곳을 오고 갔을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이 향교 건물 구석마다 묻어있는 듯 용마루부터 처마, 서까래, 추녀, 대들보, 아궁이, 연통, 장독대... 하나하나 훑어보고 나왔다.
내 시선이 처마 끝 추녀에 머물렀을 때 떠오른 기억 하나.
추녀는 왜 항상 굽어 올라간 것인지, 궁금해하던 어린 나에게 목조건물 전문가이신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봐라. 처마 끝은 뭔 힘이 있겄냐.
기둥 위에 딱 붙은 저그는 받쳐주는 힘이
기둥 두께만큼 퍼져서 얼매나 든든하겄냐.
근데 저 처마 끝은 아무것도 없잖어.
땅에서 끌어내리는 힘을 뭔 수로 이겨내겄냐.
요래 다른 서까래보다 두껍고 굽어 올라붙어있어야 버티는 것이다."
'하중'이라는 개념을 알지 못했던 어린 나는 어렴풋이 아, 누가 끌어내리면 올라가면 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