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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 주으러 갑니다
비 오는 날, 이거 본 적 있는 사람!
이 글 읽고 나면 절대 그냥 지나쳐지지 않을 껄
by
열정쟁이 딸콩맘
Jul 23. 2020
한참 쏟아진 빗줄기에 주차장 여기저기 빗물 웅덩이가 생겼어요.
조금이라도 젖을까 발끝을 세우고 종종거리는 엄마의 까치발과 달리,
핑크색 목이 긴 장화로 무장한 아이의 작은 두 발은
웅덩이 위로만 널뛰며 신나게 참방거립니다.
(저도 장마가 오기 전에 장화를 하나 사야 할까 봐요.)
아이가 헤집고 지나간 자리, 물웅덩이 속 세상이 눈에 들어오네요.
까만색 아스팔트를 배경으로 더욱 선명하게 보여요.
주차장을 둘러싼 , 높게 솟은 아파트 건물들이 거꾸로 꺼진 땅 밑으로도 곧게 뻗어있어요.
갑자기 그 안이 궁금해 고개를 살짝 기울여봅니다.
물웅덩이 안쪽 오른편에 고양이 '네오'가 보이네요. 새끼 때부터 우리 아파트에 살고 있는 까만 길고양이.
단지 내 모든 곳이 그의 집이죠. 몇몇 아주머니가 때가 되면 먹이를 챙기는 듯해요. 덕분에 사람과의 접촉에 거부감이 없는 '네오'. 아파트 내 모든 아이들
이 그의 친구죠.
지금 웅덩이 세상 속 네오는 나무 벤치 위에 배를 깔고 졸고 있어요. (얼핏 보면 스핑크스인 듯 ㅋ) 꼿꼿이 고개를 세우고 눈만 감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아요.
언제 뛰어갔는지 우리집 꼬맹이도 그 옆에 쪼그려 앉아있네요. 고양이 조는 모습이 신기한 듯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순간 '그림 같다'는 생각이 스쳐갑니다.
고개를 들어 '진짜' 네오와 아이를 바라봅니다.
네오는 웅덩이 밖에서나 안에서나 한결같네요. 아이의 어떤 행동에도 무관심 모드.
이전에는 네오의 행동에 주의를 기울여본 적이 없어요.
아이들이 반갑게 다가갈 때마다 병균이 옮을까 "절대 만지면 안돼!"라고
소리칠 뿐이었죠.
그런데 오늘 보니 네오는... 생각보다 (길고양이 치고) 깨끗하고, 순하고, 게으른 것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하네요.
갑작스러운 호기심에 빗물 웅덩이 속 세상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평소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입니다.
어차피 물표면 위에 반사되어 비치는 그림자일뿐, 지금 내가 바로 보는 세상과 다를 것 하나 없음에도 그 안에서만 발견되는 무언가가 있어요.
가만히 바라봄으로 알아차려지는 무엇.
문득 빗물 고인 웅덩이가 사람의 마음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보고 겪는 세상은 내 마음의 웅덩이에도 그대로 비추어 담겨 있어요.
대부분 의미 없이, 고여있는 물웅덩이로 자리잡고 있다가 사라져버리죠.
하지만, 그저 가만히 들여다봄으로
같지만 다른 세상, 평범하지만 특별한 세상이 보입니다.
똑, 똑, 똑, 또독, 또도독....
다시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하늘을 보니 얼룩덜룩 먹구름의 움직임이 둔하네요.
아직 품 안에 머금은 물기를 다 버려내지 못한 모양이예요.
물웅덩이 위로 잔물결이 일고, 크고 작은 원들이 제각각 존재를 드러냈다 금세 사라집니다.
웅덩이 속 세상도 함께 일렁이네요.
더 이상 그 안의 세상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어렵습니다.
수많은 갈등, 걱정, 두려움, 고통의 빗줄기가 쏟아지면
잔잔했던 제 마음 역시 저리 흔들리고 요동치겠죠?
잘 보아야만 하는 마음이 빗줄기에 일그러져 제대로 보이지 않겠죠?
오늘 제 마음속 웅덩이는 아무런 비 소식 없이 맑고 잔잔하니 좋네요.
이렇게 들여다보고 알아차려보니 지금 이 순간이 행복입니다.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졸고 있는 네오도,
어느새 또 어린 참새 마냥 이리 폴짝 저리 폴짝 깡총거리는 내 아이도,
아무 걱정 없이 그저 흐뭇하게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는 나도.
여느 때처럼 놓쳐버렸으면 아까웠을 행복의 순간임을 알아차릴 수 있어
참 다행인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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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차 공무원, 5살,10살의 두 딸콩이가 세상 소중한 워킹맘, 일상을 여행하고 '알아차림'이 주는 행복좇기가 취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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