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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수 Oct 22. 2023

수영을 배우길 정말 잘했다

유럽여행을 앞두고 있어 잠시 수영을 쉬기로 한다. 개인레슨 20회를 마무리하며 나의 수영 배우기는 1단계로 마무리되었다.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몸과 마음을 정비한 뒤 다시 수영을 시작할 것이다. 그동안 나의 좌충우돌 수영 기록을 읽어보니 많은 감정이 스쳐지나간다. 힘들기도 했고, 즐거웠고, 그만둘까 고민도 하다가, 수영이 잘 되면 그리 기쁠 수가 없었고... 여튼 기록하길 정말 잘했구나 싶다. 무엇보다 마흔 중반을 넘긴 나이(아직 오십에 가깝다는 표현은 쓰기 싫다...)에 수영을 시작할 용기를 낸 나를 정말 칭찬해주고 싶다. 


나는 물이 너무 무섭고(사실 아직도 무섭다), 물 속에 들어간다는 생각만 하면 몸과 마음이 불편했다. 아직도 그런 느낌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지만, 이제는 막상 물 속에 들어가면 몸이 편해진다. 잠깐 떠오르는 두려움만 극복하고 일단 물 속에 들어가면 그리 좋을 수가 없다. 


물이 무서워서 단체강습은 엄두를 못내고 처음으로 개인강습을 받으며 '음~~~파흡'을 배우던 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내가 이랬던 때가 있었지~ 10개월 동안 '수영'을 하지 말까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 때도 있었고, '아 너무 좋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물 속에서 유영하는 그 느낌에 매료될 때도 있었다. 


수영을 배우게 되면 힘든 시기가 몇몇 찾아온다. 첫 관문은 '호흡'이다. 많은 사람들이 호흡이 힘들어서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포기하기도 하고, 오랜 시간 수영을 해도 발차기가 안돼서 좌절하기도 한단다. 


나도 이런 어려움들을 겪으며 잘 헤쳐나온 것 같다. 처음부터 잘하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것이고, 나처럼 정말 수영 잼뱅이인 분들도 있을 것이다. 단체강습을 할 때, 내가 봐도 과호흡하느라 호흡이 힘드신 분, 다리가 구부러져 발차기가 전혀 되지 않으시는 분들 많았는데, 열심히 꾸준히 다니며 점점 좋아지는 걸 봤다. 그땐 난 1번 주자였기에 살짝 거만(?)하게 속으로 안타까워했지만, 여행이다 생리다 하며 강습에 많이 빠지고 수영에 살짝 소홀해진 즈음엔 그분들의 실력은 점점 나아졌고 급기야 그분들과 나의 실력은 비슷해져있었다. 하하. 


여행이 즐거워지다


수영을 시작한 이유는 간단했다. 수영을 배워서 평생 취미로 삼고 싶었다. 나의 로망은 "호텔에 묵으며 호텔 수영장에서 우아하게 레인을 돌며 20~30분 짧게 수영하고 나오는 모습의 할머니 되기"였다. '우아하게'가 되려면 얼마나 수영을 해야할지... 우선 용기내어 수영을 시작했다. 


수영을 못하던 시절엔 여행을 가면 수영장을 찾지 않았다. 아이들이 한참 어릴 땐, 그냥 물 속을 걸어다녔고 물 속으로 얼굴을 넣지 않았다. 나는 물이 무서우니까. 아이들과 노는게 한계가 있었다. 아이들이 다 크고 나니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이젠 수영장을 안가도 되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좀 재미가 없다. 여행을 가게 되면 수영하면서 놀기도 하고 유유자적 물 속을 유영하고도 싶은 속마음은 없어지질 않았다. 


수영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여행의 성격이 달라졌다. 숙소의 수영장부터 확인하고, 여행 일정 중 수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먼저 체크했다. 가족들과 제주도 여행을 가서 호텔에 머물렀을 때 4일 연속으로 수영장에서 놀기도 하고 가끔 머리 식히러 짧은 호캉스를 갈 때면, 아침 저녁으로 수영장을 들락거렸다. 여행이 점점 즐거워졌다. 초반엔 자유형을 하며 반대편 레인 끝까지 쉬지 않고 가는게 너무 힘들었는데, 이런 여행이 한번 두번 반복되면서 점점 나의 수영실력이 느는게 느껴졌다. 


제주도 가족여행 중엔 남편과 매일 아침 함께 새벽수영을 했었다. 7시에 기상하자 마자 수영장으로 직행했다. 아직 어스럼한 새벽녁에 둘이서 수영을 즐기다가 수영장 통창으로 아침 햇살을 맞이하는 그 기쁨을 늦은 나이에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여행도 할 수 있구나. 


아직 우아하게 수영하며 레인을 돌진 못하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으니 할머니가 되면 나의 로망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호텔들의 수영장


수영을 한 이후로 다녀온 호텔들은 수영장으로 기억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수영장 바닥 타일의 색깔이 기억에 남고, 물 속에서 느낀 감정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내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다. 


수영 초보였을 때 방문했던 A호텔은 통창을 가진 수영장이긴 했지만, 타일 색상이 어두워서 물 속에 들어가면 왠지 답답함이 느껴졌다. 너무 캄캄했다. 날씨 탓일 수도 있고, 나의 수영실력 때문일 수도 있다. 팔꺽기를 배우기 전이었기에 팔 뻗어 돌리며 자유형을 하는 것 자체를 힘들어 하던 때였다. 수영초보 티를 내는 자세라 대놓고 수영하기 머뭇거려 지기도... 


그 이후에 방문했던 B수영장은 기억이 좋은 편이다. 무엇보다 타일이 비취색의 연한 하늘색 타일이어서 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수영장이었다. 내 수영 실력도 좀 나아진 터라, 반대편 레인까지 자유형을 해서 가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 물 속에 얼굴을 담가도 밝은 수영장 타일 덕에 전혀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쉽게도 레인이 2개 뿐이었지만, 내가 방문했을 땐 이용객이 나밖에 없어서 무척 즐겁게 놀고 왔다. 


다음으로 방문한 C호텔은 제일 마음에 드는 수영장을 가졌다. 실내수영장이 통창인데다가 통창이 천장으로 이어지며 천장의 일부까지 연결되어 더욱 햇볕을 잘 받는 구조다. 물 속에 얼굴을 넣으면 너무 황홀 한 것은 수영장 바닥의 타일 중에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곳과, 그늘 진 부분이 어우려져 무늬를 자아낸다는 거다. 황홀해서 수영장 바닥을 탐험하고 싶을 정도다. 이땐 내 수영 실력도 좀더 나아졌기에 여유롭게 자유형을 하며 물놀이를 즐길 수 있었다. 


최고의 호텔 수영장 경험은 유럽여행하면서 방문한 이탈리아 북부의 호텔에서였다. 여기 숙소는 호캉스 느낌으로 호텔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생각으로 잡은 곳이었다. 특히 수영장이 정말 멋졌는데, 실내수영장과 야외수영장이 연결된 멋진 자연 속 호텔이었다. 외출 일정은 최소화하고 호텔에 머무르며 수영장도 많이 이용했다. 수모를 쓰고 수영하는 건 아닌거 같아서 가감히 수모와 수경 없이 수영을 즐겼다. 물 속에서 눈을 뜬 채로 자유형을 하고, 잠수도 하고, 야외수영장에서 배영을 하면서 그야말로 즐겁게 물속에서 놀았다. 


그러면서 다시 생각했다. "수영을 배우길 정말 잘했다!" 


수영을 배우며 깨달은 것들


수력 10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나름 수영에 대해 나만의 깨달음 혹은 철학 같은 것이 생겼다.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기본기가 제일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기본기를 완벽하게 하고 나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는 없다. 수영의 기본기는 계속 반복하면서 다져나갈 수 있다. 호흡, 발차기, 팔꺽기와 물잡기 등이 이런 기본기에 해당한다. 중급, 고급으로 넘어가더라도 킥판잡고 발차기를 시키는 이유도 바로 기본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둘째, 자세는 수영 실력 혹은 배우는 단계에 따라 계속 변한다. 초급때 배우는 호흡과 중급, 고급 때 구사하는 호흡이 다르고, 단계마다 발차기 방법도 달라진다. 초급 때 배운 팔펴서 돌리기가 완벽해도 다음엔 팔꺽기도 배워야 하고 물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한번 배웠다고 그 자세를 고집하면 안된다. 유연하게 새로운 단계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셋째, 몸에 긴장을 풀어야 한다. 보통 '힘을 빼야 한다'고 하는데, 이걸 잘 이해해야 한다. 진짜 힘을 빼버리고 시체처럼 힘없이 수영하라는 것이 아니다. 몸에 긴장을 풀고 경직되는 부분 없되, 코어는 단단하고 몸통에 연결된 팔다리는 물을 이해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물을 이용해서 움직일 수 있어야 하며, 발목은 물의 흐름을 잘 조절할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해야 한다. 물의 저항을 줄이고, 물을 잘 이용해야 하는 것이다. 


넷째,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 최고의 자세다. 참고로, 수영선수들도 발차기 박자가 다들 제각각이라고 한다. 호흡, 발차기 리듬과 박자, 팔꺽기 등은 선생님이 이론을 가르쳐 주고 조언을 해줄수는 있지만 나에게 맞는 최고의 방법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혼자 배우고 익히는 시간도 필요하다. 이는 자유수영도 함께 해야 하는 이유다.


지금이 수영을 배우기 제일 빠른 시기다


자유수영을 갔다가 만난 여자 회원분이 말을 건넨다. 당신은 나이가 60을 넘으셨는데, 58세에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하셨다. 이전엔 골프를 치러 다니셨는데, 골프 클럽에서 골프 끝나고 수영을 즐기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웠다고. 그래서 늦은 나이게 수영을 배우기 시작하셨단다. 그 분의 말씀을 들으며 나는 무척이나 젊은 나이에 수영을 시작했구나 속으로 흐뭇해했었다. 아마 수영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계속해서 그분처럼 수영잘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했을 것이다. 


사람마다 수영을 시작하는 이유와 나이는 다르지만, 수영을 배운 사람들은 다들 한결같이 말한다. "수영을 배우길 정말 잘한것 같다"고. 무엇이든 지금이 시작하기에 가장 빠른 시기다. 지금이 가장 건강할 때이고, 가장 팔팔할 때다. 지금이 수영을 시작하기 가장 적당한 때다. 


유럽여행을 기점으로 잠시 수영을 쉬는 중이다.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수영배우기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겠다. 분명 또 어려움이 생기고 그만둘까 말까 고민하는 순간이 오긴 할테지만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강습을 바꿔보거나 단체강습, 개인레슨을 번갈아가며 나름 새로운 마음으로 계속 다시 시작하길 반복할테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우아하게 수영을 즐기는 '아줌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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