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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Aug 07. 2023

시골에서 온라인 농사짓기

마켓컬리 마이컬리팜

시골에서 농사짓기 쉽지 않다. 부모님의 본업이 농부가 아닌데도 이래저래 신경 쓸 일이 많더라. 요즘 같이 땡볕에는 낮에 밭에도 큰 마음먹고 가야 한다. 매일 아침 7시에 운동할 때마다 마주치는 태국 아주머니를 보면 농사에는 주말도 없더라. 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농사를 온라인에서 재미로만 즐길 수 있는 기능이 마켓컬리에 나왔다. 바로 마켓컬리 마이컬리팜이다.


완주에는 쿠팡프레시가 안된다. 대안으로 마켓컬리 새벽배송을 쓰게 됐다. 첫 구매할 때 1만 원 할인쿠폰을 쓸 수 있고, 첫 구매 우대로 한 달간 2만 원 이상 주문 시 무료배송이더라. 벌써 2번이나 써봤다. 그렇게 한두 번 마켓컬리 들어가게 된 것이 시작이다. 지난주에 새로 나온 기능인 마이컬리팜을 발견했다. 신상기능이라니 못 참지. 바로 써보았다.


방울토마토, 오이, 양파, 아보카도 4가지 작물을 키울 수 있다. 그냥 눌러서, 물 3번 주면 작물 수확이 가능하다. 분명 온라인이지만 작물마다 눈빛이 똘망똘망하게 살아있어서 마치 내 반려작물 같이 애정이 생긴다. 앱에서 열심히 작물을 키우고 목표수확량을 채우면 실제로 그 작물을 집으로 받아볼 수 있다. 손가락으로 눌러 지은 온라인농사로 내 입속으로 들어가는 진짜 먹거리를 받아볼 수 있다니 설레지 않은가.


처음에는 작물을 다양하게 키웠었다. 하지만 작물별로 목표수확량이 140개부터 360개까지 상당히 많다. 최소수량이 140개니 이걸 언제 다 키우지 싶더라. 그래도 시작했으니 정말 실제 작물을 한번 받아보고 싶은 것이 사람마음이다.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다. 아보카도는 140개, 양파는 230개, 오이는 320개, 방울토마토는 360개를 키워야 한다. 엄마는 아보카도, 나는 양파를 목표로 키우고 있다.


처음엔 다양하게 키우다 보니 수확해 놓은 오이와 아보카도가 아깝더라. 왜냐면 귀한 물을 3번이나 부어 만든 작물이기 때문이다. 이런 아쉬움을 달래줄 패자부활전이 존재한다. 바로 사고팔기 기능이다. 내가 재배한 작물을 팔고 포인트를 얻어 다른 작물을 구매할 수 있다. 방울토마토, 오이, 양파, 아보카도가 싫은 사람들을 위해서 작물로 얻은 포인트를 생수나 비빔면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해놨다.


마이컬리팜에서는 물의 개수가 한정적이라, 물을 다 쓰면 30분을 기다려서 1개가 생성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물부족국가가 맞다. 물 1개를 위해 30분을 기다리는 것도 아름답다. 실제 농사도 분명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니까.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친구찬스로 극복가능하다. 친구가 마이컬리팜을 새로 시작해서 수확물 10개를 키우면 화분 1개와 물 6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농사중독자가 또 다른 온라인 농사중독자를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구조인 것.


두 곳의 스타트업에서 앱 서비스 마케팅과 앱 서비스 운영기획 업무를 했던 나의 관점에서 온라인 농사짓기는 매력적이다. 물건 주문이 필요할 때만 앱을 설치해서 사용하던 사람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내 작물에 물 주러 마켓컬리앱을 켜게 되기 때문이다. 머리 싸매고 어떻게 하면 고객들을 한 번이라도 앱에 방문하게 할까 고민했던 과거가 떠오른다.


사실 이런 온라인 농사짓기의 원조는 공동구매 앱 올웨이즈의 올팜이다. 올팜을 친구가 공유해 줬을 때도 온라인 농사짓기에 대한 호기심은 생겼지만 앱 설치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공동구매의 매력을 잘 모르다 보니 올웨이즈의 존재를 알아도 굳이 쓰지 않게 되더라. 그동안 마켓컬리 앱도 설치는 했지만 사용한 적은 없었다. 꼭 1만 원 이상을 주문해야 100원짜리 상품을 살 수 있어서 구매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배보다 배꼽이 큰 느낌이랄까.


완주에 내려오지 않았다면 마켓컬리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에서는 이미 배민 B마트와 쿠팡프레시의 편의성에 만족해서 사용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선점효과는 대단하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가장 먼저 자리 잡는 일. 오늘도 그 어려운 것을 고민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저 마이컬리팜을 쓰며 든 생각을 글로 쓸 뿐이다. 나처럼 온라인 농사짓기에 재미를 붙인 동지가 한 명 더 생기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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