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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Aug 17. 2023

전라도 아이가의 발견

귓가에 자주 맴돌길 바라는 이유

  아이가! 부산에서 대학교를 다녔을 때 많이 들었다. 보통 말끝에 자연스레 붙어 쓰인다. 그중에서도 있다아이가라고 자주 쓴다. "있잖아"라는 말의 강조 느낌이랄까. 내가 알려주고 싶은 내용을 뽐낼 때 아이가가 등장한다.


 전라도에서 살기 시작한 지 어언 한 달째. 어느 순간 "아이가"라는 말이 내 귀에 들려왔다. 기존에 내가 알던 경상도 아이가와 뉘앙스 차이가 있었다. 전라도의 들리는 대로 표현하자면 아이~가! 에 가까웠다. "그게 아니고, 내 말이 맞다니까. 내가 찬찬히 설명해 줄 테니까 내 말 잘 들어봐~"라는 느낌이다. 어른들 사이에서 아이가가 나오면 서로의 의견의 차이가 생겼음을 알아차릴 수 있는 지표가 되어준다.


 처음엔 적당한 볼륨의 외침의 아이가로 시작된다. 열심히 내 말이 맞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보통 상대방도 아이가로 되받아친다. 상대방의 주장이 이어진다. 이렇게 아이가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내 의견을 쉽사리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


 아이가의 현장은 하나의 전쟁터 같다. 주고받는 아이가 속에 아이가의 소리가 점점 커져간다. "왜 내 말이 맞는데, 내 말을 못 믿는 거야!"라는 상당히 억울한 감정이 소리의 크기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서로의 주장을 허심탄회하게 말하고 듣는다. 결국 각자 주장하는 표면적 이유부터 밑바닥 이유까지 낱낱이 드러나고 진짜 실체를 알게 된다.


 그렇다면 아이가의 주고받음은 언제 끝나느냐? 바로 한쪽이 본인의 주장을 철회하고, 상대방의 주장을 받아들일 때다. 보통 아이가를 먼저 쓰는 사람이 결국 본인의 주장을 철회하는 편이다. "너는 틀렸다"라고 처음으로 말한 생각이 나중에 틀렸음을 충분한 대화를 통해 깨닫기 때문이다.


 아이가!와 아이~가! 같은 아이가이지만 뉘앙스에 따라 엄연히 다른 표현방식으로 쓰이는 모습이 신기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할머니가 생전에 아이가를 많이 쓰셨다는 게 떠올랐다. 할머니의 아이가는 유독 강했다. 먼저 아이가를 외치는 쪽이 할머니셨기 때문이다. 본인의 주장을 강하게 어필할 때 그녀는 적재적소에 아이가를 외치셨다.


 그 사실을 알아차리니 문득 반가웠다. 할머니는 이미 돌아가셨지만 내 머릿속에서 할머니의 아이~가! 목소리가 생생하게 재생되는 듯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투로 돌아가신 할머니를 기억할 수 있다니. 앞으로도 귓가에 자주 아이가가 맴돌았으면 좋겠다. 그럼 또 내 머릿속에서 할머니의 아이~가!를 떠오르겠지. 그렇게 아이가를 먼저 쓰시는 분을 응원할 것이다. 본인의 의사를 있는 힘껏, 온 힘 다해 이야기해보겠다는 용기있는 선언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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