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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Aug 28. 2023

시골에서 병원 가기

엄마의 일일보호자

엄마의 병원 진료를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 주차난에 영향을 덜 받기 위해 꼬마차인 내 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동네엔 보건소 하나뿐이라 전주 시내로 가야 했다. 목적지는 이비인후과와 피부과.


부모님은 귀촌한 지 3년 차로 병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난 카카오맵에서 리뷰 개수가 어느 정도 있으면서 평점이 4점 이상인 곳을 추렸다. 네이버맵에서 다시 검색해서 리뷰를 빠르게 훑었다. 친절하고 잘 설명해 주신다는 점이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이비인후과와 피부과 거리가 가까운 데로 찾았다.


엄마는 동네이모들에게 전화해서 또는 만났을 때 물어보시더라. 이미 이모들이 가보고 좋았던 곳. 신뢰하는 사람이 추천해 주는 병원이라 믿을 수 있는 것이다. 엄마는 보통 이런 식으로 정보를 수집하신다.


결국 내가 찾은 병원으로 향했다. 일단 운전대를 내가 잡고 있었고. 몇 년 전 엄마랑 올레길을 걸었을 때, 내 방식으로 찾은 맛집과 숙소가 제법 만족도가 높았다. 엄마는 그 경험을 토대로 나의 선택을 믿어주신다.


병원에 주차장은 있었는데 만석이었다. 엄마가 먼저 병원 가서 접수하시고 난 주차장소를 찾느라 식은땀을 흘렸다. 그래도 서울이 아니라 전주라서 도로사정이 여유로운 편이라 다행이었달까. 초보운전에겐 주차가 역시 어렵다.


의사 선생님들은 리뷰대로 친절하셨다. 이비인후과 선생님은 기다리는 환자들이 많았는데 진료를 받고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환자 한 명 한 명 충분한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진료해 주셨다. 차분히 왜 아픈지에 대해 설명해 주셨고, 비슷한 증상을 가진 환자들이 많다고 안심시켜 주고,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주시더라. 기다린 30-40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엄마의 이번 진료는 주말에 여고동창친구들과 제주도여행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전문가인 의사 선생님들을 만나 마음의 근심을 덜어놓을 수 있었다. 이번 진료효과가 엄마가 여행에서 돌아오는 다음 주까지 유지되면 좋겠다.


엄마의 일일보호자가 되어본 하루. 쉽지 않더라. 어릴 땐 엄마가 내 보호자 해줬을 때도 이랬겠지. 이젠 역할을 바꿔보니 조금은 고단함을 알겠다.


너무 깊게 알고 싶진 않으니 엄마가 크게 아픈 일은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그런 면에서 엄마랑 걷기 루틴을 되살려야겠다. 그리고 버킷리스트 산티아고순례길 계획도.

*집 앞마당에 탐스럽게 연 포도를 따먹었다. 시중에서 파는 포도보다 알이 작지만 더 달다. 수박도 따먹고. 참외도 따먹고. 과일을 사지 않고 키워먹는 기분. 세상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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