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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Feb 11. 2023

고기에 진심이면 생기는 일

한국인의 고기 사랑을 접목시킨 라오스의 퓨전음식, 신닷

 고기를 구우면서 야채, 버섯, 어묵, 당면, 계란두부, 날계란을 취향껏 풍덩풍덩 빠뜨려 먹는 샤부샤부까지. 멀티 식사가 가능한 라오스 음식 신닷을 소개한다.

 숯불 위에 냄비도 아닌 프라이팬도 아닌 고기불판 냄비가 올려져서 나온다. 이 냄비는 가운데는 구멍이 숭숭 뚫린 고기 불판으로 되어있고, 테두리는 육수를 부을 수 있게 홈이 파여있다. 불판이 눌어붙지 않도록, 돼지기름을 내어 꼼꼼히 둘러주는 걸로 식사를 시작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축적된 고깃기름과 육수에 배인 채소가 만나 국물의 맛을 더욱 깊고 진하게 만들어준다.  기본으로 달짝지근한 땅콩소스, 다진 마늘, 절게 썰은 고추를 제공한다. 땅콩소스는 우리네 쌈장을 연상시킨다. 마늘과 고추는 육수에 부어 국물을 더 풍부하게 만들기도, 땅콩소스에 부어 식감을 더하고 풍미를 살리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근데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익숙한 풍경 아닌가?

  라오스 방비엥에는 "신닷 까올리"와 "피핑솜"이라는 신닷 맛집이 있다. 신닷 까올리라니? 검색해 보니 신닷은 고기를 굽는다(BBQ)는 의미고, 까올리는 한국을 말했다. 라오스라는 낯선 땅에서 한국의 문화가 접목된 요리를 만나다니.

 놀랍게도 신닷의 탄생에는 한국인의 지분이 있다. 2가지 설이 존재한다. 첫째로, 10여 년 전 한국 건설사가 팍세 지역에 댐 건설하러 오면서 현장 노동자들이 불고기를 만들어 먹는 것을 보고 현지 노동자들이 따라 하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다. 둘째로, 베트남 전쟁 때 참전한 라오스 병사가 한국 군인들이 불고기 해 먹는 모습을 보고 배워와 라오스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는 설이다.


 라오스에선 고기를 구울지, 샤부샤부로 고기를 담글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신닷은 이 2가지가 한 번에 가능하다. 고기가 일반적인 삼겹살보다는 대패 삼겹살에 가까운 두께로, 금방 익을 수 있게 준비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현지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외식 메뉴 중 하나라고 한다.

 지난주에 친구들과 같이 먹을 때는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이번주엔 홀로 신닷을 먹으니 먹는 것 자체가 고단한 일이다. 먹을 사람이 나뿐이라, 고기 굽다가 채소 담그다가 혼자 분주하기만 하다. 먹고 싶은 재료를 담뿍 담은 것이 문제였으려나. 이럴 땐 먹고 싶은 만큼 다양하게 먹지 못하는 혼자여행이 너무 아쉽다.


 왜 꽃보다 청춘 프로그램이 유명해졌는지 그 이유를 여기 와보니 알겠다. 친한 친구들과 우정여행에 라오스 방비엥을 적극 추천한다. 낮에는 블루라군에서 물놀이 후 저녁엔 신닷을 꼭 드시라! 그럼 대단히 행복해질 것이다. 저렴한 가격에 엄청 배부른 식사 한 끼를 파티하듯 실컷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나는 사실 한국에서 가족들과 함께 먹는 삼겹살이 제일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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