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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Feb 10. 2023

찹쌀밥에 빠지다

쫀득쫀득한 식감. 젤리보다 강한 중독성.

 스티키라이스를 먹어본 적이 있는가? 스티키라이스는 찹쌀을 말한다. 쌀알이 기다랗고, 끈적끈적해서 손에 잘 달라붙는 특징이 있다. 그만큼 식감도 쫀득쫀득하여, 찰떡같은 밥을 먹는 느낌이다. 치밥(치킨+밥)의 조합을 좋아해서, 구운 고기를 먹을 때면 꼭 스티키라이스도 같이 주문한다.

 스티키라이스는 "쏨땀"이라는 파파야 샐러드 국물에 담가서 먹거나, 구운 고기와 함께 먹는다. 보통 손으로 돌돌 말아 반찬과 함께 먹어야 제 맛! 그동안 모르고 있다가, 3번째 태국 여행에서 태국인 친구를 사귀고 나서야 배웠다.

 보통 다른 쌀밥은 숟가락과 포크를 사용하여 먹는데, 스티키라이스는 왜 손으로 먹어야 하는지 궁금했다. 파파야 샐러드 국물에 밥알이 떨어지지 않도록 열심히 스티키라이스를 손으로 굴려 공으로 만들어 먹는 거다. 식당 가면 손 씻는 세면대가 눈에 띄게 잘 보이게 설치되어 있다.

 요리된 스티키라이스는 보통 얇은 대나무 조각이나 지푸라기 재질이 단단히 엮어진 원통형 바구니에 담겨 나온다. 그 이유는 익힌 찹쌀이 공기에 노출되면 빠르게 건조되어 굳어져버리기 때문이다. 태국식당에서 식사하면서 친구랑 대화 나누다 보니 밥통 안에 밥이 왜 또 비닐봉지로 싸여있을까 궁금했다. 친환경을 위해 밥통을 대나무, 지푸라기로 만들었다면 통 안에 밥만 그대로 담고 내어줘도 될 텐데.

 밥통이 있는 이유는 언제든 따뜻하고 부드러운 밥을 제공하고, 밥이 쉽게 마르지 않게 하기 위함이란다. 이를 확실히 하기 위해 바나나 잎이나 투명한 비닐봉지에까지 이중으로 담아둔다고. 스티키라이스로 주는 곳은 그냥 밥통 없이 비닐봉지에만 한아름 담아주는 곳도 있더라.

 같은 식당에서 2개의 스티키라이스를 주문했는데, 하나는 비닐봉지로 싸여있고 하나는 싸여있지 않아서 또다시 의문이 생겼다. 태국어 손짓발짓해서 가게에 물으니, 비닐봉지가 모자라서 포장이 안된 거라고 하더라.


 태국친구에게 물어보니, 밥통을 설거지하는 게 아주 큰 일이라 설거지에 대한 수고를 줄이기 위함이라고 농담하듯 설명한다. 실제로 스티키라이스는 정말 끈적해서, 한번 밥통에 들러붙으면 대나무나 볏짚 사이에 단단히 자리한다. 이빨에 낀 고춧가루처럼 대단히 거슬리지만, 쉽게 제거하기 어렵게 되는 거다.


 라오스에 와서도 스티키라이스가 있길래 시켜 먹어봤는데, 비닐봉지에 싸여있지 않았다. 개미들이 스티키라이스에 찰싹 붙어있는 걸 보고는 유레카를 외쳤다. 비닐봉지 싸는 이유 한 가지를 더 발견한 순간! 먼지나 개미가 들러붙는 걸 방지하는 역할을 했던 거다. 경험하면서, 계속 관찰하고 이유를 찾게 된다.


 태국에서는 찹쌀이 엄청난 에너지 식품이라 즐겨 먹는다. 일반 쌀보다 찹쌀이 칼로리가 높고 소화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 때문. 에너지를 지속시키기 위해서 오랫동안 든든한 힘이 많이 필요한 태국의 농부와 노동자들이 자주 포만감이 가득한 스티키라이스를 먹는다고 한다. 역시 사람은 밥심이다.


 스티키라이스를 많이 먹으면 쉽게 졸리고 낮잠이 필요하게 된다. 태국인들이 졸려 보이는 사람에게 스티키라이스 많이 먹어서 그런 거 아니냐고 농담을 던지기도 한단다. 불면증 환자가 잠에 들기 전, 찹쌀밥 한 그릇 먹으면 좀 더 쉽게 잠에 들 수 있다는 2007년 호주의 연구결과도 있더라.

 태국의 북동부(이 싼)와 북부지역, 라오스에서 많이 스티키라이스를 주식으로 먹는다. 매일 찹쌀을 직접 재배하고 소비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찹쌀을 먹지 않고는 식사를 제대로 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찹쌀은 4천 년 이상 동남아시아에서 재배되어 왔으니, 스티키라이스를 먹어온 세월도 참 오래되었다. 단순한 식사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태국과 라오스를 언젠가 여행 와서 스티키라이스를 먹어볼 기회가 생긴다면, 손을 깨끗하게 씻고, 손으로 돌돌 말아 드셔보시길 추천한다. 스티키라이스를 여러 번 먹어본 고수처럼 보일테니!(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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