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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Feb 18. 2023

금요일에 꼭 방비엥에 돌아와야 했던 이유

바비큐 파티는 못 참지!

 숙소를 한 달씩 잡아놓으니, 숙소가 진짜 내 집 같이 느껴진다. 짐을 두고 잠깐 다른 도시에 다녀올 때, 특히 그렇다. 다시 돌아올 집이 있는 게 감사하기도 하고. 화요일에 루앙프라방에 갈 때부터 금요일엔 반드시 방비엥 집에 돌아와야겠다 생각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방비엥 숙소에서 금요일 저녁마다 무료 바비큐 파티를 열기 때문이다. 공짜 좋아하면 큰일 나는데, 그래도 고기는 놓칠 수 없지 않나. 이미 한 달 치 숙박비를 냈기 때문에, 오래 집을 비울수록 비싼 돈 주고 짐 보관하는 느낌이라 손해인 이유도 있다.


 제때 방비엥에 돌아오는 고속열차표를 다행히 구했고, 50분 만에 방비엥 역에 도착했다. 얼른 집에 와서 한숨 돌리려고, 처음으로 툭툭 택시를 탔다. 걸어서 40분 거리를 표를 구매하면서, 집에 돌아가면서, 기차 타러 오면서 내리 3번을 걸었던 나였다. 누군가에겐 사소하고 당연한 일이지만 나에게 툭툭 택시를 타는 건 엄청난 시도였다. 고속열차와 툭툭 택시. 역시 돈을 좀 쓰니까, 몸이 편하고 시간도 절약된다. 순식간에 숙소에 도착했다.

   바비큐 파티는 오후 6시부터 시작된다. 사장님 부부께서  직접 닭고기를 구워 야채가 골고루 섞인 샐러드와 함께 한 아름 담아주신다. 이 접시를 눈앞에 두고 나니, 정말 집에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한 접시도 양이 꽤 많지만 한 접시만으로 끝내기엔 뭔가 아쉽다. 사장님도 많이 음식을 준비했으니, 부족하면 한 접시 더 먹으라고 권하신다. 사장님의 권유에 못 이기는 척(?) 한 접시를 더 리필한다. 첫 번째 접시는 배가 고파서 맛있고, 두 번째 접시는 내가 이미 아는 맛이라 더 맛있다.

  이 바비큐 파티를 더 즐겁게 하는 건 한눈에 보이는 해 질 녘 무렵의 산 뷰이다. 내가 한 달 살기 숙소를 여기로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식사를 해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 배가 풍성하게 부르는 느낌이다. 아마도 눈도 즐겁고 입도 즐거워서 그런 게 아닐까.


  사실 같은 숙소에 묵고 있어도, 원룸형태의 방갈로이기 때문에 자기만의 방에서 각자 지낸다. 바비큐 파티는 다들 참석하기 때문에, 이 시간을 빌어 안면을 틀 수 있다. 맛있는 풍경을 아름다운 음식을 함께 하면서 자연스레 친해지기에도 쉽다. 나 같은 나 홀로 여행자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실제로 바비큐파티에서 같이 식사하고 다음날 우연히 길에서 다시 만나면 반가워서 일정을 또 함께하게 되더라.


 같은 곳에서 여행하는데도 친구들은 내가 해보지 못한 경험을 꺼내놓기도 한다. 대화할 때마다 내 세상이 많이 좁았구나 깨닫는다. 아무리 여기서 가장 길게 머무는 여행자여도 도보로 걸어 다니기 때문에 한계가 명확하다.


 스쿠터를 운전하고 여기저기 자유롭게 다니는 친구들이  많다. 스쿠터가 확실히 이동의 폭을 넓힌다. 걸어서 보면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을 가 보고 더 넓게 보기 위해서, 자전거라도 빌려서 이동거리를 넓혀봐야겠다.


 사장님은 숙소를 처음 연 2018년부터 줄곧 금요일마다 바비큐 파티를 여셨다고 한다. 한 번도 쉰 적이 없다고 하셨다. 심지어 바비큐 파티가 마무리되자, 친구네 장례식장 간다고 떠나셨다.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숙소를 오픈한 첫 마음을 계속 지켜내는 것이다. 금요일 바비큐 파티 원칙을 유지하시는 사장님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사장님과 많은 대화를 해보진 못했지만, 보이는 행동으로 배우게 되는 순간이다.


 숙소에서 여행에 필요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나는 직접 찾는 게 더 저렴해서 이용하지 않았다. 예를 들면, 사장님을 통해 기차역까지 가는 툭툭 택시를 부르는 데 5만 낍을 내야 한다면 내가 길에서 구하면 3만 낍에 갈 수 있다. 친구들이랑 대화하다가 나는 여기 서비스 비용이 비싸서 여기 서비스를 어느 것도 이용한 적이 없다고 했다. 심지어는 기차역까지 매번 걸어갔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한 친구가 그 정도 도움 받는데 2만 낍 정도는 낼 수 있지 않냐고 말했다. 그때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사실 2만 낍이면 한화로 1,600원이다. 라오스 낍 단위가 너무 커서 1만 낍이 넘어가면 아직도 엄청 큰돈 같이 느껴졌다. 덜컥 손해 볼까 봐 겁이 나서 그냥 걸었던 것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 건 공짜가 아닌 게 맞다. 그간 몇 만 낍에 너무 도움받지 않으려고 사렸던 지난날들이 스쳐간다. 내가 경험할 수 있는 폭을 지레 겁 먹고 알아서 좁히고 있던 게 아닐까.

 급식처럼 매일 찾아가는 단골식당이 있고, 방앗간처럼 머무는 카페가 있고, 나를 알아보는 환전가게 사장님이 있어서 다행이다. 그래, 나는 여행하듯 살고, 살듯 여행하려고 왔지. 남들의 방식을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 참고는 하되, 내 방식대로 즐기면 그걸로 충분하다. 일주일 남은 이곳을 더 잘 즐겨봐야겠다. 언제 또 여길 살아보겠나! 호호호. 무엇보다 즐거운 건 아직 내겐 한번의 바비큐 파티가 더 남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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