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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Mar 22. 2024

[치앙마이 12일 차] 타이어펑크

중고의 함정

 세 달 동안 치앙마이에 머문다면 당신은 새 자전거를 사겠는가? 헌 자전거를 사겠는가? 보통의 경우 오토바이를 대여하지만, 난  도착하자마자 페이스북을 통해 중고자전거를 1,190 바트에 구매했다.


 새 자전거의 반값 정도에 샀으니 나름 현명하다 생각했다. 자전거 앞바퀴가 2주 만에 터지기 전까진. 마이크 타이슨의 명언이 떠오른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쳐 맞기 전까진.


 페달을 밟을 때마다 굴러는 가는데 바퀴가 동그란 원이 아니라 네모네모로 삐걱삐걱 돌아가더라. 바닥에 턱턱 걸리는 느낌이 심상치 않았다. 바퀴가 날 끌고 가야 되는데, 내가 바퀴를 끌고 가는 기분.


 님만해민에 자전거 수리점이 있길래 수영 끝나고 기어갔다. 가는 길에 반대편 도로에서 오토바이 면허단속을 하는 경찰을 봤다. 외국인운전자들이 무면허로 걸려서 벌금을 내더라. 역시 오토바이는 안 타길 잘했다 싶었다.


 수리점에서 내 자전거 바퀴를 보더니, 이 바퀴는 우리 가게엔 없단다. 올드타운으로 가야 한다고 다른 가게를 안내해 준다. 전문가가 바퀴는 퍼진 게 맞다고 하니 정말 씁쓸했다.


 땡볕에 기어서 올드타운의 자전거 가게에 갔다. 자전거 바퀴는 보통 겉바퀴가 터지거나 안에 튜브가 터진 걸로 나뉜다. 바람을 넣어도 금방 주저앉는 경우는 후자라서, 튜브만 갈면 어떨까 싶더라.


 튜브 교체 가격을 물으니 120바트란다. 자전거 사장님은 앞바퀴 타이어를 유심히 살피더니 겉바퀴도 많이 헐었다고 추가교체를 권한다. 전문가가 그렇다면 따라야지요.


 겉바퀴도 교체하기로 합의했다. 더 이상 비용은 묻지 않았다. 한국이랑 수리비용이 비슷하거나 저렴한 거 같아서. 그저 뚝딱뚝딱 갈아주시는 게 믿음직스러웠다.


사실 뭔가가 고장 나면 고치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에 선택권이 없다. 직접 고칠 수 없는 능력이 없는 난 무조건 을의 입장인 셈. 결과적으로 겉바퀴와 튜브를 통째로 가는 건 270바트였다.


아침부터 바퀴 펑크 나서 우울했는데, 새 타이어로 막상 교체하니 기뻤다. 새 자전거를 타는 기분이라서. 새 앞바퀴를 보니까 뒷바퀴가 유독 낡아 보이더라. 아무렴 생김새보다 기능이다. 부디 지금처럼 오래오래 잘 굴러가다오.


 자전거 탄 지 9일밖에 안 됐는데, 벌써 자전거가 고장 나서 멘탈이 터졌다. 결국 터질 게 얼른 터진 거 아니겠나. 재빨리 마음을 고쳐먹었다.


또 바퀴가 터져도 괜찮을 것 같다. 한 번 터진 바퀴가 두 번 터지지 않으리란 법이 없으니. 다음 중고를 살 땐 고장 시 수리비용도 계산해서 결정하기로.


  자전거수리점 거래처도 생기고, 바퀴 교체비용도 알았으니 더 이상 문제가 생겨도 두려울 게 없다. 이랴이랴. 다시 자전거 뽕을 뽑기 위해 열심히 페달을 굴려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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