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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Mar 27. 2024

[치앙마이 17일 차] 가성비와 가심비

혼란한 가격체계

태국에서 살다 보면 가격에 혼란을 겪는다. 새우볶음밥을 45밧(1,700원)에 먹고, 젤라또 2 스쿱을 109밧(4,000원)에 먹으니 말이다. 분명 내게 주는 포만감은 새우볶음밥이 더 컸는데.


인스타그램엔 가성비 새우볶음밥이 아닌 가심비 곰과 코알라로 꾸며준 젤라또 사진을 포스팅하게 된다. 사실 귀여운 토토로케이크를 팔길래 젤라또가게에 온 사실을 고백한다. 이미 배가 불렀지만 구매를 참지 못하고 케잌까지 28밧(1,000원)을 주고 먹은 이유다.


토토로케잌 2개가 새우볶음밥보다 비싸다니. 평등한 가격 앞에서 크나 큰 아이러니를 마주한다. 토토로케잌은 예쁜 비주얼에 비해 이상한 찐 계란맛이 나서 대실패였지만.


분명 다들 배를 채워주는 음식이고, 각자 정성스럽게 만들어서 파는 걸 텐데. 가성비로 든든히 먹고 가심비로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가격만 놓고 보면 인스타그램각인 곳에 더 값을 쳐주는 상황이 웃프다.


아침부터 2시간 수영하고 기운이 쪽 빠져서 새우볶음밥을 먹고 젤라또를 먹으며 가성비와 가심비를 생각했다. 그냥 이렇게 굴러가는 세상이 신기하다. 1,700원에 배불리 한 끼를 먹을 수 있다는 건 정말 축복인 것 같다.


물론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하는 것도 태국에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2시간짜리 마사지다. 누군가가 나의 릴랙스를 위해 힘써준다는 게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 일인지.


모쪼록 가성비와 가심비가 잘 공존했으면 좋겠다. 가성비 덕분에 비용을 아껴서 가심비를 할 수 있고, 가심비 했다가 비주얼에 속아 후회하게 되지 않나. 결국 다시 가성비를 그리워하고 예찬하게 되고 또 그 반대의 연속인 것. 어쩌면 가성비와 가심비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는 것도 삶의 재미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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