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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Mar 29. 2024

[치앙마이 19일 차] 갑자기 분위기 폭포

폼 가족과의 하루

수영 끝나고 핸드폰을 켜니, 라인 메시지가 와있다. 폼이 딸이랑 폭포 갈 건데, 나도 합류할 거냐 묻더라. 갑자기 분위기 폭포. 하나뿐인 태국친구 제안인데, 당근이지!


일 년 만에 다시 만난 짜이코. 폼의 딸이자 세일링캠프 다녀와서 제대로 까맣게 탄 게 귀여운 초등학생 여자애다. 폭포에 가는 한 시간 동안 쉴 틈 없이 폭풍질문을 쏟아낸다.


폭포 가는데는 한 시간. 그러니 짜이코가 하는 말. 수다를 떨면 3초가 된다며 걱정 말란다. 끊이지 않는 질문은 물론, 하모니카 연주까지 하니 금방 도착했다. 지치지 않는 에너지와 긍정적인 생각이 부럽더라.


기대 하나도 안 했는데, 거대한 자연폭포였다. 라오스 꽝시폭포를 연상시켰달까. 시원한 물줄기 아래 들어가 자연마사지를 받는 기분. 대형 해바라기 수전이 여기 있네. 콸콸콸 물세 걱정 없이 수도꼭지 틀어놓은 것 같아 짜릿했다.


다들 폭포 아래서 사진 찍는데 난 핸드폰을 두고 온 게 아쉽더라. 자연이 빚은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눈에만 담기는 너무 아까웠다.


 폼은 가만히 물가에 드러누워 물 흐르는 소리를 들어보란다. 졸졸졸 소리가 은근히 힐링된다. 그동안 시냇물 흐르는 소리를 귀 기울인 적이 있었던가. 거기다 닥터피시 있는 얕은 물가도 있어서 열심히 물고기들에게 발뽀뽀세례를 받았다. 자연이 그곳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스며든 하루였다.


 짜이코는 좋아하는 음식을 많이 물어봤는데, 그럼 저녁에 라볶이 먹을까 제안했다. 사실 폼 가족이랑 같이 먹으려고 한국에서 챙겨 온 것이다. 떡볶이랑 비슷한 거라고 하니 즐거워했다.


 폼네 주방에서 라볶이 끓이고 김밥, 떡볶이, 김말이튀김까지 주문해서 한식파티를 열었다. 뭔가 아쉽게 먹는 것보다 누군가의 생일처럼 푸짐하게 먹어야 기억에 남지 않나. 손이 커서 많이 주문했는데 내일 아침 먹을 몫까지 남고야 말았다.


 라볶이엔 냉장고에 있는 모든 치즈 털어서 제대로 챙겨 먹었다. 라볶이에 치즈가루 뿌리니 제법 까르보나라 같이 고급졌다. 다들 안 맵다며 맛있게 먹었다.


내친김에 김말이튀김에 떡볶이 국물 찍어먹는 법까지 전수했다. 폼의 아들인 카오깜은 불고기김밥을 먹고 이게 제일 맛나다며 눈을 크게 떴다. 폼의 엄마인 할머니도 남김없이 전부 드실 정도로 만족하셨다.


 짜이코는 좋아하는 떡볶이 먹게 해 준 내게 반해서 자기 집에서 자고 내일 가라고 하더라. 최애 요구르트를 내어주고, 집에도 폼이랑 같이 데려주고 그녀에게 점수를 제대로 딴 것 같다. 우리나라음식을 태국친구들에게 소개하고 맛있게 먹는 게 왜 이리 뿌듯한지. 갑자기 분위기 폭포에 갑자기 분위기 한식으로 되갚은 재미난 금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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